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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진사댁 경사
오영진
줄거리
제1막 : 세도 가문과 사돈을 맺어 위세를 부리고 싶은 맹진사는 무남독녀 갑분이를 김판서 댁 미언과 혼인시키기로 약속하고는 우쭐댄다.(발단) 그러나 어느 날 과객 차림으로 찾아온 김명정이 신랑이 절름발이라고 귀뜀하자 맹진사 댁은 발칵 뒤집힌다.(전개)
제2막 : 이런 사실을 안 갑분이는 시집을 가지 않겠다고 앙탈을 부리고, 맹진사는 묘안을 짜내 하녀 입분이를 갑분이로 꾸며 혼례를 치르려 한다.(위기) 혼례식에 나타난 신랑이 멀쩡하고 잘생긴 대장부임이 밝혀지자 맹진사 댁은 다시 소동이 벌어진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어 입분과 미언의 혼례가 치러진다.(반전) 첫날 밤, 미언은 거짓 소문을 낸 것은 입분이를 사모해서 자신이 꾸민 일이라고 고백한다.(결말)
이해와 감상
오영진은 전통적인 문화에서 소재를 택한 작품을 즐겨 썼는데, 이 작품 역시 전래 민담(民譚)인 '뱀신랑'에서 그 소재를 취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권선징악(勸善懲惡)을 주제로 하는 민담과 그 구조가 일치한다. 인간의 진면목을 보기보다는 외모, 배경, 가문, 권세 등에 아부하는 맹진사를 통해 인간의 위선과 어리석음을 비판하고, 입분이의 행복한 결혼을 통해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는 의식을 나타낸 점에서 그러하다. 따라서, 이 작품의 웃음 속에는 전통적 해학과 함께 교훈적 의미가 깔려 있다. 이 작품은 전 2막 5장, 5단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영진 희곡사의 맨 첫 번째 자리에 놓이는 『맹진사 댁 경사』는 일제 말 군국주의 체제 하에서 전통에 대한 반성과 확대로서 쓴 것이었다. 이 작품은 전래 민담인 「뱀신랑」에서 그 소재를 딴 것이며, 작품 구조도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는 민담과 그 구조가 일치한다. 시나리오 『배뱅이 굿』, 『한네의 승천』과 함께 3부작으로 씌어진 이 작품은 전래의 통과 제의인 관혼상제에서 관례만 뺀 혼상제례 중 혼례기인 것이다. 위에 인용한 부분은 이 작품의 발단부에 해당된다. 탐욕적이고 권력 지향적이며 허세가 심한 맹 진사가 그의 딸 갑분이를 김 판서 댁으로 시집 보내려는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오영진은 전통적인 풍속과 제의에서 소재를 택한 작품을 즐겨 썼는데, 이 작품 역시 전래 민담인 「뱀신랑」 설화에서 그 소재를 취하고 있다. 이 작품은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민담의 구조와 일치한다. 인간의 성실성을 보기보다는 외모, 배경, 가문, 권세 등에 아부하는 맹진사를 통해 인간의 위선이 어리석음을 비판하고 입분이의 행복한 결혼을 통해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는 의식을 나타낸 점에서 그러한다. 따라서, 이 작품의 웃음 속에는 전통적 해학과 함께 교훈적 의미가 깔려 있다. 이런한 구성은 매우 전통적인 것이어서, 이솝 우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핵심 정리
·갈래 : 창작 희극. 계략 희극
·배경 : 조선 시대의 맹 진사댁
·모티프 : 전래 민담 「뱀신랑」
·성격 : 해학적. 풍자적
·제재 : 한국의 혼례 제도
·주제 : 인간의 허욕과 우매함에 대한 풍자와 비판.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한국적 인생관. 권선징악(勸善懲惡)
·출전 : 《국민문학》(1942)
작품 구성
·발단 : 김 판서댁 도령과 갑분의 혼약
·전개 : 신랑이 절름발이로 소문남
·위기 : 신부를 하녀 입분이로 바꿈
·반전 : 신랑이 헌헌 장부로 밝혀짐
·결말 : 입분이는 판서댁 며느리가 됨
등장 인물
·맹진사 : 딸의 혼례를 통해 권력과 연줄을 맺으려는 권력 지향형의 인물. 허욕을 부리는 모순을 지닌 인물
·맹효원 : 사리 분별이 뚜렷한 인물. 맹진사를 못마땅해 한다.
·맹노인 : 나이 먹어 노망기가 있고, 판단력이 흐릿한 골계적 인물
·갑분이, 한씨, 유모 : 맹진사에 동조하는 가족들
·입분이 : 순진하고 착하며 밝은 의식을 지닌 갑분이의 몸종
·김미언 : 김판서의 아들로 지략과 판단력이 뛰어난 성실한 인물
참고 자료
·표현상의 특징
① 한국의 전통적 어법과 비유, 속담 등을 적절히 구사함.
②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예리하게 파헤쳐 인간성의 모순을 해학적으로 처리했다
·배경 설화 「뱀신랑」
어떤 노부부가 아들을 낳았는데, 뱀이었다. 뱀아들은 나이가 차자, 김 정승의 딸에게 장가를 들고 싶어했다. 김 정승이 딸에게 의사를 물어 보니, 첫째 딸과 둘째 딸은 거절하였으나 셋째 딸이 아버지의 뜻이면 따르겠다고 하였다.
혼인하던 날 밤, 뱀신랑은 허물을 벗고 잘 생긴 선비가 되었는데, 이를 알고 신부의 언니는 질투를 한다. 남편은 뱀 허물을 아내에게 주면서 잘 보관할 것이며, 만약 없애면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하며 집을 떠났다. 이 비밀을 안 두 언니는 뱀 허물을 훔쳐다 몰래 태웠다.
아내는 남편을 찾아 떠나 바위 속 세계로 들어갔다. 남편과 아내는 노래를 주고받다가 만나 보니 남편에게는 딴 부인이 있었다. 남편은 몇 가지 시험을 해서 무난히 통과하는 사람을 진짜 아내로 삼겠다고 했는데, 찾아간 아내만 시험을 통과했다.
맹진사댁경사(孟進士宅慶事)
오영진
등장 인물 ·맹진사(태랑) ·맹노인(그의 아버지) ·맹효원(그의 숙부) ·한씨(그의 아내) ·갑분(그의 딸) ·참봉 ·유모 ·입분 ·삼돌(머슴) ·길보(머슴) ·김명정 ·김미언 ·마을처녀(갑, 을) ·근친(갑, 을, 병, 정) ·소작인(1, 2, 3, 4, 5) ·고꾼 ·기타 마을사람들
제1막 1장 무대 : (맹진사 태랑씨의 안사랑. 가풍있는 구가(舊家). 왼편은 안방. 집뒤로 재실이 있는 모양. 나무가 울창하고 그중 한 그루 전나무가 오른편 한 구석에 높이 섰다. 막이 열리면 무대는 잠시 비었다. 맹진사 왼편 쪽문으로 들어선다. 기고만장하여 일종의 흥분상태이다)
맹진사 : 예! 아무도 없느냐 아무도 없어? 헛 내가 어떤 길을 다녀왔다구 쥐새끼 한마리 얼씬 않느냐 (사람들이 안에서 나온다) 삼돌 : 에그 나리마님 어느새 당겨 오셨군 입쇼 맹진사 : 에끼 이놈 그래…… 마님 계시냐? 삼돌 : 네. 가셨던 일 어찌나 되셨나 그렇찮아두 지금 안절부절…… 맹진사 : 안절부절은 왜? 그런 걱정말구 냉큼 나오시라고 그래 삼돌 : (안으로 들어간다. 그와 스쳐 사랑에서 길보 뛰어 나온다) 길보 : 에그 나으리 어느새 당겨 오셨어유? 맹진사 : 꼭두새벽에 도라지골을 떠났다. 길보 : 그렇잖아두 가셨던 일이 어찌나 되셨나 큰나리마님허구 운산골 나리꺼정 오셔서…… 맹진사 : 운산골 나리? 오 숙부님께서도 오셨단 말이겠지? 그러면 그럴테지 길보 : 네 가셨던 일 하회가 어찌나 되셨나 하구 맹진사 : 계서두 안절부절들이냐? 길보 : 아 그야…… 맹진사 : 에이 걱정들두…… 나가 여쭤라 곧 나아가 뵙겠다구 길보 : 그럼 거지반 성사가 됐군입쇼. 맹진사 : 헛! 누가 나선 일인데 길보 : 암으렴입쇼. 네가 뭐랬습니까. 맹진사 : 예 갑분아씬 어딨느냐 길보 : 갑분아가씬 이뿐이 거나리구 이웃 색씨들허구 뒷산에 도라지 캐러 가셨나 봅니다. 맹진사 : 뭣이? 도라지 캐러? 에이 조심성 없는것 냉큼 쫓어가 모셔 오너라. 길보 : 네에 (발씻을 물을 떠다놓고 사랑으로 나간다) 맹진사 : 저때문에 이 애비 이 고초도 몰르고…… 그나마 지체높은 김판서댁 며누리가 되느냐 못되느냐 하는 판국에 에이 조심성 없는 계집애 같으니라구 (한씨와 유모 안에서 나온다) 한씨 : 에그 영감 듣자오니 거진 성사 시켜가지구 오셨다지요 맹진사 : 나왔오? 한씨 : 그래 근사하게 들어 마졌어요 맹진사 : 그나하게? (잔뜩 버티며 의관을 벗는다) 한씨 : (의관을 받어 유모에게 넘기며) 자 가셨든 일 얘기나 좀 하시구려 그래 어떻습니까? 맹진사 : …… 에헴! 한씨 : 아이 갑갑해 맹진사 : …… 에헴 놀라지 말어 행랑방만 사십칸 애그그 삼십칸이라니 사십칸두 더 되겠든걸. 행랑방만 말야. 행랑방만…… 알았어? 유모 : 아유머니나 행랑방만 사십칸 이건 정말 어마어마하구먼입죠 나리마님 맹진사 : 거기다가 오곡백과는 가뜩 가린 곡간이 아마두 하나 둘 셋 넷…… 한씨 : 아마 대궐같은 집인가 보그려 맹진사 : 내게 대한 접대야말루 구중궁궐에서 나온 손님인양 융숭하기 이를데 없구 유모 : 어쩌면…… 그런집 구경이라도 한번 했으면 갑분 아가씨 시집갈땐 이년이 꼭 후행하게 해 주서요 네 나리마님 맹진사 : 후행? 암 가야지 젖 엄마가 후행 가잖으면 누가 가나. 한씨 : 원 어느새 후행이니 뭐니 괜히 영감 혼자서 지래춤만 추는거나 아니시유? 맹진사 : 헛! 지래춤이라니 누가 간 일인데 내가 애초에 도라지골로 찾아 갈때부텀 이속엔 계책이 딱 섰든거야. 아암 계책과 성산과 자신대로 허허허 안될꺼 어딨드람. 한씨 : 정말이유? 정말 저편에서두 좋다구 그랬나요? 맹진사 : 이렇게 사람을 못믿어 허긴 참…… (연상 뻐기며) 만사가 다 수완나름 이거든 수완 수완 나름이다마다 허허허. 한씨 : 에그 영감 수완이 놀라우신거야 누가 모르리까? 어쨌던 이번 일에 성사하셨다면 영감 평생에 첫공으로 공덕비라두 세워 드려야겠구려 맹진사 : 공덕비? 아함 그렇지 히히히…… 한씨 : 하늘에 별따기루 어찌다 드러 마췄을테니 좀 놀아운 공이시유 맹진사 : 뭐어? 유모 : 정말 이시라면 나리마님 예사로 뵐게 아니시로구먼 마님. 맹진사 : 아니 유모꺼정 요렇게 깔보기야. 응? 버릇없게 유모 : 에그 아니야요. 요 주둥아리가…… 그저 헤헤헤…… 맹진사 : 에헴! 난말이야 이제부터 말이야 권세 높은 김판서 대감의 사둔이야 (불시에 고성) 유몰랑 얼른 가서 갑분 아가씨나 찾어와. 유모 : 네에 (급히 나간다) 한씨 : 참 영감 그러구 보니 영감께서 돈으루 사서 한 벼슬이지만 진사하나 해 두기를 잘 하셨군요 아닌게 아니라 요새 세상에 진사쯤이야 애단찮은 벼슬이지만 그래두 안해둔것 보다는 나았지! 안그래요 맹진사 : 돈으루 사서 한 진사? 쉿 요 복촐아 누가 듣겠구료 엥이! 당신땜에 내 평생이…… 한씨 : 에그머니나 아버님께서 나오시나보지 (안으로 들어간다. 박참봉에게 부축 받어 나오는 맹노인과 맹효원 맹노인은 이는 빠지고 이목공히 몽롱하 세상 만사가 비몽사몽간이다) 맹진사 : 아버지 나오십니까. 에그 작은 아버지 원로에 어려운 행차를 하셨군요. 맹효원 : 맹가의 인륜대사가 작정 된다는 마당에 내가 안와 볼수가 있느냐 (마루에 좌정) 맹진사 : (아버지와 숙부앞에 넙적히 절하며) 도라지골엔 방금 댕겨 왔습니다. 맹효원 : 애썼다 그래 어떻게나 됐느냐. 모처럼 애써 찾아간 보람이나 있었느냐? 맹진사 : 네…… 하렴해 주신 덕분으로 일은 순조롭게 성사될까 봅니다. 맹효원 : 어떻게? 김판서두 만나구? 맹진사 : 아 그야 사둔될 양반을 안 만나면 누굴 만나겠습니까? 맹효원 : 허…… 만났어…… 그래 만나본 하회는? 맹진사 : 누구 일이라구 어련 허겠습니까? 헤헤헤 맹효원 : 아암 네가 직접 나섰으니까? 그래서 맹진사 : 아버지와 숙부님 승낙 여하로 곧 사주 보낼 택일을 헌다고 그랬습니다. 맹효원 : 어느새 택일이라니? 서루 선들두 안보구서? 맹진사 : 염려 마세요 저편에선 우리 갑분일 이미 잘 알고 있든걸요 맹효원 : 그래 헛헛헛 딴은 대가의 솜씨라 달르구나. 헌데 우리두 신랑의 손을 봐야지 너 어디 잘 보구 왔느냐? 맹진사 : 누구말씀 입니까? 맹효원 : 당자 말이지 맹진사 : 당자 라시면? 맹효원 : 아 이애가 신랑될 그 미언인가 허는 김판서 아들이지 누군 누구야 맹진사 : 네…… 그야 만나나 마나 허지 않습니까 작은 아버지 맹효원 : 뭐? 만나나 마나 하다니? 원 이런 병신같은 소리가 있나 혼살 건느러 가서 신랑의 슨을 안보구 오다니 맹진사 : 아 뉘댁 자제라구 어련 하겠습니까 원 작은 아버지께서두 맹효원 : 무슨 소리냐! 경주 돌이면 다 옥돌 이라드냐 그럼 구태여 게꺼정 댕겨올 필요도 없지 않느냐 맹진사 : 내 전 구태여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되려 세도 명문가의 예의 범절에 거슬리는 배나 되면 어찌허나 했구 더군다나 판서 대감께서 말씀하시기를…… 맹효원 : 그래두 그런게 아냐 게다가 그 당사 미언인가 하는 신랑 가음이 듣건데 인물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그래 맹진사 : 보통이 아니라니요? 뭐 언챙이란 말씀이요? 외눈깔이란 말씀이요 맹효원 : 아니 성미가 괴팍 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드라구 맹진사 : 남자의성미야 뜨뜨미지근 하기보다야 괴팍한 편이 큰 인물감이죠 안헐말루 흉을 잡을라면 우리편에 더 많읍네다 기껏해야 진사의 딸에 저편은 판서대감의 자제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구 그만 세도권문허구 사둔 맺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이오며 일후 우리 가문을 위해서라두 작은 아버지 무엇이 부족합니까 사실말루 일후에 한가지 덕이라두 보면보았지 한가지라도 해로울 거야 있을 리 없지 않소이까 헤헤헤 맹효원 : 덕을 보다니? 네 생각이 내겐 맞당치 않다. 형님 형님께선 어떠십니까? 저 애 얘기가…… 맹노인 : 무슨 이야기? 난 한 마디두 못알아 듣겠다. 난 요새 이놈의 귀구녁에서 모기떼가 벗쩍 아우서치는 통에 들리는 소리란 왼통 저승의 사자들이 부르는 소리밖엔 안들리는구나 맹효천 : 형님 태량의 딸 말씀이예요 갑분이 맹노인 : 갑분이 맹진사 : 아버지 손녀 말씀이에요 벌써 열여덟인데 어디다 줘야 허지 않겠습니까? 맹노인 : 열 여덟살…… 여 그년이 어느새…… 맹진사 : 어떨까요? 김판서 자제 하구요 맹노인 : 누구 하구? 맹효천 : 맹진사 : (동시에) 도라지골 김판서 자제요 맹노인 : 도라골 김판서? 좋지 좋다마다 김판서는 소식적부터 제동으로 열다섯에 과거 급제는 허드니만 연연등관을 하야 삼십때엔 판서루 앉은 사람이야…… 허 그 선친이란 사람돈 역시 여간 걸물이 아니어서 평안감사로서 착실이 한 몫 보았는데 실상은 김승지가 승지가 된 시초도 일테면 그 돈 덕이였고 또 감사의 선천이란 인물이 바로 왜 저 그래니…… 김판서의 조부가 바로 그 종조부의 아들이지만 김판서의 아버지를 낳아 가지구 설랑 평안감사 벼슬자리 승지루 승차하구…… 맹진사 : 아버지 혼사에 부족이 없다구 여기는데요 맹노인 : 혼사라 (삭막하다가) …… 누 누구의 혼사던가 맹효원 : 갑분이 허구 말씀이에요 맹노인 : 오라! 갑분이…… 갑분이가 누구든가? 맹진사 : 어이구! 아버지 손녀! 제 딸 딸 갑분이! 맹노인 : 오! 라 맹효원 : 형님 생각이 어떠십니까 김판서 댁이어요 우리 갑분이 허구 맹노인 : 오라 김판서 허구…… 다시 일을 자리냐 훌륭하다뿐야 헌데 얘들아 거 나이가 너무 틀리지 않겠느냐 맹효원 : 김판서가 아니구 김판서의 아들이에요 맹노인 : 허허! 김판서에게 그런 아들이 있었든고! 맹효원 : 에이고 형님두 참! 맹진사 : 원 갑갑두 하셔라! 맹노인 : 김판서가 아니구 김판서의 아들이라…… 헷헷헷 (혼자 좋아한다 삼돌 등장) 삼돌 : 영감마님 점심진지 차려 놨습니다 모시구 큰사랑으로 나가 싶사구요 마님께서 맹진사 : 아버지 큰 사랑으로 나가세요 맹노인 : 어디루가? 맹효원 : 점심 진지 잡수시래요! 맹노인 : (언동 받어 일어나면서) 점처러가? 궁합을 보려구? 맹진사 : 점이 아니라 점심이에요 맹노인 : 오냐! 점을 쳐서 궁합을 봐야지 어서들 댕겨 오너라 나야 가나마나 허지…… 이놈 삼돌아! 삼돌 : 네엣?…… 맹노인 : 왜 장승처럼 서있어 어서 내 점심상을 채근허지 않구 (암전)
제2장 수개월후 석양 청홍쌍필의 채단과 청홍이사의 색채동 패금물 다량 기타 가락지, 노리개 등 패물상자를 곁에 놓고 맹진사 맹효원 대좌해있다. 맹효원 강경한 태도로 육박한다. 효원 : 왜 말이 없어 왜 대답이 없어 맹진사 : …… 효원 : 그럼 이게 선치가 아니면 뭐냐 말이다 선치가 반드시 나쁘다는건 아냐 돈있는 집에서 돈없는 집 색씨를 데려갈 때 용혹 무괴헌일 이로되 그러나 이 집은 아직 그토록 니려앉진 않았어 선치 안받군 딸자식 시집 못보내게시리 망해 버리진 않았단 말야 맹문집은 맹문집으로서의 지체가 있구 예의와 위신이 있단걸 왜 몰랑 맹진사 : …… 효원 : 네가 처음 도라지골에 갔을 때 정녕 아무말도 한베가 없었겠다? 맹진사 : 네? 효원 : (패물상자를 가리키며) 선치네 대해서 말이다 맹진사 : 네 네 아 아무말두 효원 : 적실이? 그렇다면 더욱이나 고이허지가 않느냐 그럼 이 물건을 받을 때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받았느냐 응 맹진사 : 전…… 선치라군 생각지 않았습니다 효원 : 뭣이 어째? 그럼 딸자식 팔아먹은 응당 받아야 할 값이란 말이냐 맹진사 : 작은아버지 효원 : 따져 말할 지경이면 이건 일종의 매매혼인야 패물로서 딸자식을 파는것이나 다를게 뭐냐말야? 맹진사 : 작은 아버지 그건 좀 너무하신…… 효원 : 아냐 명문집안을 생각하거들랑 잔말말고 퇴해버려 맹진사 : 작은 아버지 말씀은 지당하시나 그렇다구 이제와서 이걸 퇴해 보낸다든가 하면 저편에서 어찌 알겠습니까 되레 세도권 문가 예의범절에 거슬려서 모처럼 이룩해논 혼사에 세삼스레 긁어 부스럼이나 되지않을까 전 두렵습니다 효원 : 대관절 넌 말끝마다 예의범절 예의범절 하면서 어째 너의 집 예의는 찾을줄 모르느냐 응 맹진사 : 작은 아버지 그럼 저두 한마디 똑똑히 여쭙겠습니다 (공세를 취한다) 효원 : 말해봐 맹진사 : 전 그댁허구 사둔관계를 맺음으로서 우리집 문벌을 높일 겸 또 한편으론 저이가 살아가는데도 그 덕으로 어떤힘도 얻어 보려는 긍량으로…… 효원 : 무슨 소리냐 그럼 너도 세도가 탐이 난단 말이냐? 맹진사 : 세도가 나쁠 건 또 뭡니까? 가문을 한칭 더 빛나게 하려는게 나쁠건 뭡니까 작은아버지 효원 : 듣기싫여 (벌떡 일어나며) 선치를 받어 모욕을 당하구 이집안 세도가 올라가? 천치같은 것 되레 당신인 줄은 왜 모르구…… 좋을대로 해라 그대신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드라 그세상 웃길 짓만 해봐라 용서치 않을 테다…… 에이 난간다 맹진사 : 작은아버지 효원 : 더 얘기하구 싶지두 않구 구구한 변명을 듣고 싶지도 않어 일이 있거들랑 운산골루 오너라 (사랑으로 퇴장) 맹진사 : 제기랄 고집두 내참 어쨌단 말이유 어 내 딸가지구 내 맘대로 하는데 작은아버지면 제일이야 왜 이러시우 이러시길 내참 (한씨 등장) 한씨 : 아니 영감은 허실 이야기가 있으면 맞대놓구 허시지 달보구 짖는 개처럼 왜 혼자 두들거리우 글쎄 맹진사 : 아지두 못 허문 가만이나 있어 여보 저런 것 받으문 못쓰오? 한씨 : 뭐 말씀유 맹진사 : 선치는 아니지? 한씨 : 저것요? 선치면 어떻구 선치 아니면 어떨라구요 보낼 수도 있구 받을 수두 있구 그런 거지 뭡니까? 맹진사 : 글쎄 그런 걸 가지구 숙부께선 괜히 사람을 가지구 두부자루 훑듯이 내려 훑어 올려 훑어 성미시라니 에이 참 한씨 : 성미 잘 아시면서 뭘 그러세요 오늘 같이 길한 날엔 언성들을 높이시구 맹진사 : 글쎄 내야 뭘했오 저 패물들을 당장 퇴해 보내라구 그러시니 이게 큰일이 아뉴응 한씨 : 호사다마라구 작은 아버지두 속으룬 부러워서 그러지 갑분이년이 알면 울고 불고 펄펄 뛰며 울고 불고 허는 꼴을 누가 보시려구 어서 갑분일 생각해서라두 꾹 참으시요 맹진사 : 아니 고년이 어느새 그렇게 됐어? 원 조런 년 좀 보지 한씨 : 말두 마셔요 아까 사주 왔을 때두 말이요 어쩌면 고년이 아 문구녁에 착 달라 붙어 가지군 세상 떨어지질 않드랍니다 저두 시집 잘가는줄은 아는 모양이지 어이구 요샛년들이 어떻다구 맹진사 : 헛헛헛 그러니 딸년은 생판 도적년이란 옛말이 정말이야 어느새 달아날 궁리부터 하니 (갑분이 조금전부터 나와섰다가) 갑분 : 아이 아버지 제가 언제 달아날 궁리만 해요 맹진사 : 에이 요것 문구녁에 착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모르드라면서 갑분 : 아이 흉해라 제가 언제 한씨 : 안 그랬니 요것아 갑분 : 아이 어머니가 죄 …… 난 몰라 한씨 : 몰라? 엑끼 앙큼한 것 헛 맹진사 : 인제 넌 김판서댁 며느님야 조심있게 몸 간수도 잘 해야 해 코흘레기 두멧골 기집애들허구 쓸데없이 싸댕기지두 말구 입분이같은 천종허구두 같이 놀지말구 한씨 : 입분이야 상관 있나요 한 집에서 잔뼈가 굵은 몸종인 걸 맹진사 : 아무래두 종은 종이지 무슨 소리를…… 엥이 어미가 저꼴이니 낼모래 시집갈 년이 천동벌거숭일밖에 갑분 : 입분인 나 따라간다구 며칠 전부터 울구불구 야단이에요 어머니 맹진사 : 뭐 누가 어딜 따라가아? 엥이 어물전 망신을 뭐라드라? 헛 오늘은 아침부터 숙부께서 말썽이시드니 마지막에는 종년꺼정 나를 시달린단 말이야 (마침 나노는 입분에게 "엑끼년!") 입분 : ……? 맹진사 : 안돼 못써 (사랑으로 퇴장) 입분 : 아가씨 어쩌면 사람을 그렇게 속이셔 갑분 : 내가 뭘 속였니? 입분 : 그럼 사람을 잠간 기다리래 놓구 혼자만 도망쳐왔으니 속인 게 아니구 뭐에유 갑분 : 내가 언제? 입분 : 그만 두세유 어느 새 이러단 뭐 시집가시는 날엔 나 같은 건 왼눈으로도 안 보실테지 (패물을 보며) 어유 으리으리 허구 눈이 부시네 아가씨 어디 한번 차 보세유 한씨 : 입분아 말조심 해 오늘부터 아가씨허구 얼려 놀지두 말어 너이 동무가 아니니깐 아가씬 명문 대가집 며느리님이 돼서 그럼 못쓰느니라 입분 : 저두 알어요 그렇지만 …… 마님 아유 이게 모두 금이죠 아가씨? 한씨 : 그만 만져 맹진사 : (소리) 갑분아 한씨 : 갑분아 아버지 부르신다 (갑분 안으로 퇴장) 입분 : 난 아가씨 모시구 가서 아무거나 다 할 테에유 난 뭐든지 시키면 시키는대로 다 잘 할 테에유 마님 저두 따라 갈테에유 한씨 : 원 이런 주책없는 것 같으니 정신없는 소리 말어 영감마님이 들으셨단 큰일 날라 입분 : 그럼 아가씨 없는 이댁에 저혼자서 심심해서 어떻 게 살어유 (목이 메인다) 한씨 : 그야 한젖을 같이 먹고 잔뼈가 굵은 사이라 정도 들기야 해겠지만 넌 종이고 아가씬 상전아니야 더군다나 그 시댁이 어떤 집안이라구 배운 데 없는 네가 이댁 흉허물이나 잽히게 헐려구 아예 그럼소릴 말어 입분 : …… 한씨 : 입분아 늬 에미대신 내가 있구 아가씨 대신 삼돌이가 있잖어 입분 : …… 한씨 : 내 인제 집두 사두고 삼돌이한테 시집가서 갑분이 아가씨처럼 옛말허구 살면 되잖어 그렇지? 입분 : 삼돌인 싫어유 삼돌이 열 줘도 갑분아가씨만 못해유 한씨 : 원 고집이라니 입분 : 갑분 아가씨 없이는 전 못살어유 따라갈테에유 한씨 : 그럼 끝내 내말을 못 듣겠단 말이지 요년 어디 두고 보자 (한씨 패물상자 들고 퇴장 삼돌이 사랑에서 등장) 삼돌 : 입분아 너 왜 울고 있어 옳지 아가씨가 시집간대니까 괜히 안좋아서 그러지? 아니 부러워서 그러니 응? 너무 부러워 할것 없어 조금만 기다려봐요 요 맹초야 입분 : (피해서며) 뵈기 싫여 삼돌 : (대서며) 희 제맘대루 싫어 입분 : (다시피해서며) 왜 왜 내맘대루 못해 삼돌 : 버언이 알면서 그래 마님께서 허허 너하구 나하구 얘기 못 들었어 입분 : 몰라 삼돌 : 왜 몰라 입분 : 거짓부리 삼돌 : 거짓부리 아니라니께 헤헤 (동리처녀 갑,을 등장) 갑 : 아유 숭어가 첨벙하니까 복아지두 첨뱅이로구나 을 : 너희들은 언제 초렐 이루지 입분아? 입분 : 듣기 싫여 누가 시집간댔어? 갑 : 아주 대감댁 며느님 몸종이라구 너꺼정 뻐기는구나 을 : (삼돌이에게) 입분이 새서방님 갑분이 아가씨 좀 모셔와요 삼돌 : 헤헤 …… 놀리지들 말어얘 (안으로 퇴장) 갑 : 얘 저기 나온다 갑분이가 아니 새색시가 …… 막 걸음걸이 꺼정 인제 제법이구나 을 : 광채가 영롱하구나 (갑분 등장) 갑분 : 너희들 왔구나 갑 : 아주…… 을 : 요것아 한 턱 하잖을 테야 갑분 : 무슨? 갑 : 아까 사주 디리고 돌아가는 걸 우린 뭐 못 본 줄 알고 갑분 : 너이두 장차 있을 걸 뭐 내게만 있는 일이라구 을 : 요것이 무슨 팔자에 너같이 그런 갑 : 김판서댁…… 얘 대감댁이로구나 을 : 복도 많지 갑 : 그래 혼인은 언제냐? 입분 : 아직 몰라 갑 : 곧 한다든데 갑분 : (끄덕) 을 : 아이 좋아 오래잖아 국수 먹게 됐구나 갑 : 그래 신랑이 썩 잘 났다지? 풍채는 두목지요 갑분 : (끄덕) 을 : 문장은 소동파 갑분 : (끄덕) 갑 : 필적은 왕희지 갑분 : (미소) 을 : (손뼉치며) 아이참 어쩌면 보기나 한 것 같구나 (갑분일 에워싸고 졸른다) 갑분 : 얘들아 귀찮게 굴지 말어 입분 : 우리 아가씨 귀한 몸에 뭐야 이게 쌍스럽게 갑 : 뭐어이 어째 귀한 몸에 뭐야 누가 뜯어먹어 을 : (입분에게) 이것아 넌 얼마나 양반이야 건방지게 쌍것이 뭐니 되지 못한 것 입분 : 왜들 이래 저리들 가 아가씨 갑분 : 왜 그러니? 입분 : 뭘 왜 그래요 다 알면서 나 시집 안데리구 갈테에요? 갑분 : 그런 걸 내가 어떻게 아니 아버지나 어머니께서 생각해 하실 꺼지 갑 : 아이머니나 저것이 시집까지 같이 살자구 졸르는 모양이로구나 을 : 삼돌인 어떡허거구우? 입분 : 아가씨 난 아가씨 시댁에 가면 뭐든지 실수 없이…… 갑분 : 시끄러 그만 안에 들어가 봐 또 어머니한테 꾸중 듣지 말구 (입분 무색하여 시름없이 집뒤로 간다) 맹진사 : (족보를 들고 나오다가) 갑분아 갑과을 : (인사를 한다) 안녕하셨어요 맹진사 : (본체만체) 그렇게 타일러도 못 알아 들을까? 썩 들어가지 못할까? (갑분이 안으로 퇴장) 너희들두 인전 이집엘 댕기질 말아라 이제부텀 감문인 너이들 동무가 아니야 알아 들었니? (갑,을 입을 비죽거리며 퇴장) 맹진사 : 헛헛헛 김판서댁 사돈댁 내 딸은 그댁 장손 며느님이고…… 두멧골 무지렝이 계집애들이 어디라구 함부로 출입이람 분별없는 쌍것들 같으니라구 (기고만장하여 방으로 들어간다) 참봉! 참봉! 참봉 : (소리만) 네 맹진사 : 아 뭣해 여태? 참봉 : (지필을 들고 등장) 네 먹을 갈어가지구 오느라고 그랬습니다 맹진사 : 어서 올라와서 좀 펼쳐보게 참봉 : 네 맹진사 : 에이 군색스럽게 무슨 좁보가 이러고 고주부 증조부 그저 내리 초시 엥이 겨우 내대에 와서야 진사라 이래가지구도 숙부님께서 나무라기만 허시니…… 안 그런가 이사람 참봉 참봉 : 누가 아니랍니까 맹진사 : 아암 내가 이번에 판서댁을 사돈으로 삼은 연유도 말야 참봉만큼은 알겠지 참봉 : 아 아다뿐입니까 헤헤헤 맹진사 : 어서 적게 태량의 장녀 갑분이는 판서 김치정의 장남 미언과 혼인 아니 이렇게 적게 진사 태량의 사위를 판서 김치정 대감의 장남 미언으로 정함 참봉 : 헛 엎치나 뒤치나 맹진사 : 뭐라구? 참봉 : 아 아니 올시다 네 대서 특기합죠 (입분이 집뒤에서 소반에 정화수를 떠가지구 나무 앞에 놓고 빈다) 입분 : 신령님 갑분 아가씨가 저의 진정을 그렇게도 몰라주실 줄은 몰랐어요 전 부모도 일가 친척도 없는 혼잣몸에요 단지 갑분 아가씨만이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 친동기와 같이 의지하고 살든 저의 아가씨에요 그 아가씨를 떨어져 어떻게 혼자 살아가겠어요 전 외로워서 못살어요 아가씨 따라 가게 해주세요 제발 빌어요 신령님 (조금 전부터 집뒤로 등장하여 물끄럼이 입분이를 보고 있든 유생풍의 남자) 사나이 : 아가씨 입분 : 아이 깜짝이야 사나이 : 지나가는 과객입니다만 입분 : 누구신지 모르오나 저리로 나가시면 사랑에 머슴이 있습니다 사나이 : 아 내방인 줄 모르구 실례가 많았오 (퇴장) 맹진사 : 누가 오지 않었어? 참봉 참봉 : 글쎄올시다 이렇게 날이 저문 뒤에 누가 올라구요 운산골 영감께서 조금전에 노발대발해서 가시군 아예 발길두 안하시겠다드군요 (입분이 안방으로 뺑소니친다) 맹진사 : 요년 왜 아직두 사랑으로 뱅뱅 돌구 있어 안에 들어가서 일거들 생각은 않구 (길보 사랑에서 등장) 길보 : 영감마님 맹진사 : 넌 또 뭐야 길보 : 글공부 허는 선비인데 하루 이틀 깃들어갈 수 없느냐 하굽쇼 맹진사 : 뭐? 깃들여? 우리 집이 새둥지드냐? 사랑도 손님으로 꽉차서 요지부동이니 다른집으로 가 보라구 그래 길보 : 네 (퇴장) 맹진사 : 헛참 오늘은 꼭두 새벽부텀 재수가 없으려니까…… (마루로 올라가서) 어디 한번 볼까 적은걸(풍월조로) 맹 아무 아무개의 아들이 진사 태량에다가 장녀 갑분이고 그 남편이 판서 김치정 대감의 장남 미언이라…… 음…… 이걸 숙부님께 갖다 자랑좀 시켜야겠군 이제도 뭐라구 하실까 딱한 양반같으니 참봉 : 댁 족보가 이제야 오색찬란한 광채를 띄었습니다 그려 길보 : (다시 등장) 나리마님 쫓았습니다 맹진사 : 잘했다 그따위들 치슨 치슨 굴었자 귀한 쌀이나 축나지 이로울께 하나 없지 지금 세상에 유생이 다워야 참봉 : 오직해야 그꼴을 허고 문전걸식을 다니겠습니까? 길보 : 그런데 쫓겨가면서 허는 말이 날이 저문데 이제 도라지골 꺼정 갈일이 난처하다굽쇼 맹진사 : 뭐 뭐 …… 도라지골? 길보 : 네 아닌게 아니라 이제 도라지골 꺼정 대 갈려면 땀사발이나 흘릴걸입쇼 맹진사 : 엑기 이 맹추같은 녀석 정녕 도라지골에 사신다드냐 길보 : 네 왜그러세요 맹진사 : 왜 그러세유라니 아 이놈아 도라지골이라면 판서댁 동리가 아니냐 길보 : 누가 아니래유 맹진사 : 엑기 맹꽁이같은 녀석이 쫓아가 도루 모셔오지 못할까 아불사 이거 크게 낭패보겠군 길보 : 이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원 맹진사 : 이봐 참봉 참봉 참봉 : 네 맹진사 : 어디야 어디 참봉 : 예 있잖습니까? 맹진사 : 엥이 모두가 굼벵이 들이지 빨랑 가져오지 못할까? 참봉 : 아 뭐 말씀입니까? 맹진사 : 뭔 뭐야 내 관하구 도포 말이지 참봉 : (빙빙 돈다) 관하구 도포라…… 맹진사 : 관을 몰라? 도포도 모르구? 참봉 : 네 네 이건 주마가편이신데 관관 관이라 관 맹진사 : 얼른좀 아 얼른 좀 입혀 이 사람아 참봉 : 네 네 원 급하게도 구십니다 관이라…… 맹진사 : 왜 급허지 않어 까딱하면 모두가 수포로 돌아갈 지경인 걸 (길보와 김명정 등장) 맹진사 : (조급하게 관을 연성 매만지며 내려가서) 이거 아까는 너무도 실례가 컸소이다 듣자오니 도라지골에 사신다는데 무식한 것들이 그런소리를 미처 전치도 않어설랑 원 인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려 김명정 : …… 누구시온지 맹진사 : 네 바로 내가 이집 쥔 맹태량이올시다 김명정 : 아 그렇습니까 이거 되레 송구스럽습니다 소생은 도라지골에 사는 김명정이란 유생인데 실상인즉 아까도 잠깐 여쭈었지만 진사 영감댁 재실이 하도 조강하고 정결하다기에 심히 당돌한 청이오나 집으로 가는 길에 하루 이틀 폐를 끼칠까하와 맹진사 : 아 그것 어려울 것 뭐 있습니까 소문보담 다소 좀 구중중 할지 모르오되 조강한 것 사실인즉 조금도 어려워 마시고 한 달이구 두 달이구 …… 자 자 위선 이리좀 어서 이리좀 (두 사람 마루로 대좌한다) 김명정 : 창졸간에 너무 어렵습니다 맹진사 : 그래 도라지골에 사신다니까 김치정 대감을 혹 아시는지요? 김명정 : 김치정 대감? 아 대감 김판서 말씀입니까? 맹진사 : 네 네 대감 김판서 맞었습니다 김명정 :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명문대가 김판서댁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아다 마다요 맹진사 : 헛…… 아시는군 바루 그댁에 나허구 사둔을 맺게 되지요 에헴 김명정 : 아 그러세요 네 거참 경사스러운 일입니다 축하합니다 맹진사 : 뭘요 모두가 하늘이 내려주신 연분인가 합니다 자 그럼 누추한대로 재실구경이나 하시지요 김명정 : 감사합니다 맹진사 : 참봉 아니 길보야 안에 들어가 분부해라 도라지골 손님께서 오셨으니…… 참 아직 저녁 전이시지? 김명정 : 헛 …… 네 주신다면 사양않고 먹겠습니다만 너무 과만하지 않습니까? 맹진사 : 에그 무슨 이런 말씀을 또 하십니까 얘 빨리 저녁진지 잣고 겸해서 …… 김명정 : 아니 찬밥이나 있으면 주시지 인제 지시라니 …… 그만 두십시요 맹진사 : 찬밥이라니 원 이렇게 대할 손님, 저렇게 대할 손님, 손님 나름인데 사둔댁 고장서 도신 귀빈을 ……얘 빨랑 주안상까지 으젓하게 차려 내오도록 해라 아 아니다 넌 발 씻을 물이나 떠드려라 주안상일랑 내가 챙견할 테니 (안으로 퇴장) 길보 : (세숫대를 가지고 와 발을씻어주며) 아마트면 낭패볼뻔 하셨죠 도라지골 꺼정 가시느라 김명정 : 헛 댁 영감이 후덕하셔서 복많이 받으시겠군 그런데 댁에선 왜 하필 김판서댁과 사돈을 맺었나? 길보 : 해필이라닙쇼? 지체 높은 판서대감 자제로 문장은 소동파요 필적은 왕희지요 풍채는 두목이라 뭣이 부족해서 해필입니까? 김명정 : 다 근사하지만 풍채 하난…… 아니야 길보 : 아니라닙쇼? 그럼 신랑을 잘 아십니까? 김명정 : 아다뿐인가 썩 잘 알지 나하군 죽마지우로 아주 막연한 사인데…… 인생의 재미도 모르고 한 평생을 쓸쓸히 지낼 줄 알았더니 그래두 인덕이 좋아 이댁 아가씨같은 분을 만났으니 다행이지 그이가 대감댁 자제루 이십이 넘도록 혼취 못한 것두 그 탓이었지 길보 : 그 탓이라께? 김명정 : 죽은 나무에 꽃이 피었네 길보 : 죽은 나무에 꽃이 피었다뇨? 아 그럼 신랑이 장가 못갈 흉물이란 말씀이신갑쇼? 김명정 : 외눈깔이 언챙이만 못지않는 탈 한 가지가 있어. 길보 : 네에 무슨 탈? 김명정 : 아 그것두 몰라? 길보 : 그거라닙쇼? 김명정 : 그래 진정 그것두 몰라? 길보 : 그거라닙쇼? 김명정 : 그래 진정 그것두 몰라? 길보 : 아무두…… 김명정 : (씻은 발을 닦으면서) 이거야 이거 길보 : 이거라닙쇼? 김명정 : (길보 귀에 수군수군) …… 배안의 병신이야 길보 : (어안이 벙벙해 있다가 쩔둑발이 시늉을 해보고) 아이구머니 하느님 맙시사 이거 사람 여럿 잡을 일 생겼구나 영감마님 영감마님 (안으로 뛰어 들다가 참봉을 만나 귓속 참봉 대경실색하여 사랑과 안으로 흩터진다 이윽고 맹진사 허둥지둥 뛰어나와 김명정 앞으로 다가간다) 맹진사 : 여 여보 도라지꼴 양반 (절둑발이 시늉을 해보이고) 이 이게라뇨?
제3장 (다시 얼마 후 전장과 동일 맹노인 맹효원을 비롯하여 일가친척갑,을,병,정이 그득히 모여 긴급회의다 침통한 침묵 깨트리고) 근친 갑 : 버리자니 대감댁이요 근친 을 : 주자니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근친 병 : 왈 호미난망이며 진퇴유곡이렸다 근친 갑 : 결국 문제는 둘중의 하나가 좀 길단 말이지 근친 을 : 같은 이치지만 한편다리가 좀 모잘라 맞는단 말이지 근친 병 : 허참 일은 제법 맹랑하게 됐군 그래 근친 병 : 배안의 병신을 이십이 넘어서 뼈가 굳을대로 굳었으니 고칟 도리도 만무하지 근친 갑 : 공자님 역시 세세악질을랑 삼가라 하셨겠다 근친 을 : 엔간 절어두 모르겠지만 그렇게 목불 인견이라니 효원 : 큰 걱정을 앞에 두고 시시한 소릴랑 그만들 허슈 근친 병 : 애당초 태량이가 갔을 때 선을 안 본 게 잘못이지 근친 정 : 선? 암 그렇지 글쎄 어쩌자구 인륜대사가 선두 안본다 효원 : 누가 아니라오 애당초 내가 따졌거든 선을 봐야 하느니라구 그랬드니 뭐 어쩌그 어째 명문대가의 예의범절에 어긋난다구? 이놈 태량이 어디 갔느냐? 근친 갑 : 이거 고정하슈 잘 하는 일이 그리되는 수도 있는 법이요 항차 항우도 낙상하는 수가 있다지 않소? 효원 : 항우가 이거 이몸이 아깝쉐다 근친 을 : 이왕지사를 정론헌들 아무 소용이 없어 헌즉 무슨 묘책이라두 생각해 내도록 합시다 효원 : 묘책? 꼼짝 못하구 당한 일에 묘책이 무슨 빌어먹을 묘책이란 말이여 그래 자네에겐 짧은 다릴 잡아늘리구 긴다리를 오무라쳐 들이는 신통력이 있나 근친 갑 : 아 글쎄 역정으로 그럴께 아니라니까 (맹진사 참봉 초연히 등장) 효원 : 애당초에 저애 맘보가 틀려 먹었어. 글쎄 이것좀 들어 보시겠오 김판서댁 하구 사둔을 삼기루 우리가 미찔게 뭡니까? 일후에 한가지 덕이라두 덕을 보면 봤지 백가지에 한가지나마 우리가 미찔게 뭡니까 그랬지! 흥 오늘 이 지경이 모두가 너의 자작지일인줄 알어라 일찍 "사마온공"께서도 말씀 허시길 혼취에 재물을 탐내지 말라 그랬어 이것아. 맹진사 : 작은 아버님 아무러기로니 그런 말씀을…… 효원 : 듣기 싫어 넌 입이 광주리만 해두 말을 못해! 노인 갑 : 허_ 무슨 자랑이라구 왁작하고 이러시오 조용들 합시다 근친 을 : 암 그렇지 기왕지무로 이미 벌려 논 일을 어떻게 교묘히 기술적으로 효과적으로 수습하느냐가 오늘의 과제거든 눈을 꼭 감고 그냥 감행한다? 그러자니 첫째 당자되는 갑분이가 저렇게 펄펄 뛰어하니…… 참봉 : 말씀두 맙쇼 아가씨께선 (갑분이 어조로) "아이 세상에 절뚝발이라니_ 그런 것 한테 누가 가? 난 죽어두 그런데 못가 난 싫여" 하구 안팍이 때그르르 뒤집히게 곤두박질인걸요 근친 을 : 당자두 당자지만 그보담 딱한 건 맹운집의 위신일께요 양반집이 양반집에 대해설랑 일단 언약 맺은 이상…… 근친 갑 : 그럼 타파해 버리지? 근친 정 : 타파라뇨? 아 신랑댁에선 금방이라두 드리민다는데 별안간에 무슨 이유를 부친단 말요 근친 을 : 지금와서 선을 안 봤으니 그럴 수도 없구 근친 병 : 글쎄 애당초에 선을 안 본 게 잘못이라니까 근친 을 : 니 무슨 좋은 묘책이라두 없을까? 근친 병 : 과연 호미난방이렸다 (다시 침묵) 맹노인 : (만사가 피안지소사다 혼곤히 잠이 들어 코를 골고있다) 효원 : 엥이 부자간에 어쩌면 저리도 꼭 같을까 (일어선다) 근친 병 : 우리도 나갑시다 시장허군 그래 근친 갑 : 이렇게 앉었다구 별도리 있을려구 (효원과 갑,을,병,정 사방으로 나간다) 맹진사 : 다들 나가면 나 혼자 어떡허랍니까? 참봉 참봉 : 네! 맹진사 : (불러놓고 딴 생각에 잠겨서 한 곳을 오락가락한다) 참봉 : 무슨 말씀이신지요? 맹진사 : 응 (한층 자아쳐 오락가락 한다) 이거 아닌데 암만해두 아니야 무슨 도리가 없을까? 참봉 : 글쎄올시다 맹진사 : (더 속한 걸음으로 쏴다니면서) 이거 무슨 방도가 없느냐 말야 참봉 : 글쎄올시다 맹진사 : 엥이 참봉두 별 수 없네 그려 구구로 풍월 잘허는 자네나 하며 지내게 내 머리나 임자 머리나 다를 게 없군 그래 비켜나게 어머님께 여쭤봐야지 아버님 (앞에 꿇어앉아 조심조심) 아버님 큰일 났습니다 아버님…… 맹노인 : 응…… 냠 얌 얌 얌 솔곳이 잠이 들었을 껄 그저 앉으면 잠이니 허 (생글생글 웃는다) 맹진사 : 아버님 미언이가 병신이랍니다 그려 맹노인 : 뭐? 맹진사 : 갑분이 신랑이 절뚝발이 랍니다 그려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양반끼리 맺은 일륜대산데 퇴할 수도 없고 그냥 둘수도 없고 이야말로 친퇴유곡인즉 어찌했으면 좋겠습니까? 아버님 무슨 좋은 묘책이나 없을지요 네? 아버님? 맹노인 : 뭐라고 그러나냐? 다 죽어가듯 종알대니 무슨 소린지 난 통이 모르겠구나 맹진사 : 미언이가 병신이랍니다 맹노인 : 미음? 응 미음을 먹으라구? 맹진사 : 미음이 아니라 미언이예요 미언이요 맹노인 : 미언? 오 미언이? 가만있자…… 미언이가 누구드라? 응 맹진사 : 엥이 참 갑분이 신랑될 미언이 말이예요 그 미언이가 (냉큼 일어나 절름발이의 시늉을 하며 거의 비명으로) 이거랍니다 갑분이 새 신랑이 이거랍니다 이거요 이렇게 지도간 절름발이라니 어쩌면 좋습니까? 어쩌면 좋아요? 맹노인 : (지극히 행복한 웃음을 띄워 침한번 치르고) 옛날에 "노래자"가 때때옷을 입고 설탕참새를 잡아 달라고 그 아버지에게 엉석을 부렸더니 백살이 된 그 아버지께서 대단히 기뻐하드란다 하하하…… "노래자"와 같이 너두 내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게냐? 부모 앞에서는 백 살을 먹어도 자식이란 언제나 어린애 같은 게니깐 오냐 나도 즐겁다 그만 해 둬라…… 하하하 맹진사 : 어이구 아버님두 "노래자"이야기가 아니예요 (드디어 신경질) 미언이가 절뚝발이에요 맹노인 : 누가 절뚝발이야? 맹진사 : 갑분이 신랑 미언이 말씀예요 맹노인 : 갑분이? 오라 그년이 혼인이 내일이라지 참! 맹진사 : 어이구 하느님 미언이가…… (김명정 행장을 꾸려 든다) 참봉 : 쉿! 맹진사 : 이? 뭐야? (김의 눈치를 알아차리고 황황히 뒤로 손질해서 참봉과 노인을 퇴장케한다) 맹노인 : 사랑으로 나가래나? 그럼 그리루 내 옷을 내 오라게……헷헷 내 생전에 그년 혼인잔치를 보리라구야 헷헷헷헷(참봉과 함께 퇴장) 맹진사 : 어딜 행차 하시려구 그렇게 의관을 갖추구 나오시우? 김명정 : 뜻하지 않고 오래 폐를 끼쳤습니다 인제 그만 집으로 돌아갈까해서 인사를 여쭈려 왔습니다 맹진사 : 돌아가면 도라지골루 가시게요? 김명정 : 네 그런데 아침에 뭐가 있었나요? 울구 불구 했으니 맹진사 : 아 아니올시다 뭐 저 촌 무지렁이 작인녀석들이 와서 소작에 대한 문제루 좀 시끄럽게 굴어설랑 제지했습니다만 김명정 : 네에? 작인들이요? 작인이란 항상 귀찮은 존재니깐 헛헛…… 그럼 실례 하겠습니다 혹시 사돈댁에 전할것이라두 있으시걸랑 제가 가는 길에 돌래 드리겠습니다 맹진사 : 아 아무것도……없습니다 여삼추루 혼인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죠 신부 내 딸년이나 장인될 이 사람이나 헤헤…… 신부가 말하기를…… 김명정 : 신부가 뭐라든가요? 맹진사 : 아 아니올시다 신부는 그저 "아이 그런 지체높은 시댁에 들어가서 나 같은게 어떻게 해낼꼬"하구 아주 좋기두 하거니와 걱정두 돼서 김명정 : 허 그렇습니까? 그야말루 결혼전 처녀의 마음이라구 심사다단 하겠읍죠 맹진사 : 그런데…… 김명정 : 그런데…… 맹진사 : 내 사위가…… 그게 정말루 사실입니까? 김명정 : 허 여기꺼정 소문이 퍼졌군요 그럼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날 턱이 있겠어요 맹진사 : 그럼 좌우간에 어느편 다리요 여보슈 어느 다리가 그꼴인가유? 김명정 : 혼인날을 눈앞에 바라보면서 너무 황황하십니다 그려 헛헛…… (퇴장) 맹진사 : (완전히 울상을 하고) 그럼 꿈두 아니구 농담 역시 사실이란 말이구려 아 여보슈 도라지골 양반 (급히 사랑으로 쫓아 퇴장) (갑분이 발을 구르며 안에서 나온다 한씨와 이뿐이 쫓아 등장) 갑분 : 몰라…… 몰라…… 다 듣기 싫어! 한씨 : 에그 딱두해라 여기 좀 올라온 네가 펄펄 뛰는 심정이야 이 어민들 왜 모르겠니만은 그렇다구 양반끼리 굳게 작정한 노릇인데 어쩌면 좋냐 갑분아 네 깊이 생각좀 해주려므나 응? 한씨 : 그럼…… 갑분 : 싫여요 그렇게 좋거든 어머니나 가시구려 이뿐이 : 에그 아가씨! 한씨 : 원 저런년 말버릇 좀 봤나 옛날 어디서는…… 갑분 : 옛날 어디서요? 또 구렝이 이야기구료 구렝이하구 혼인을 해서 정경부인까지 된 열녀가 있었드란 얘기죠? 어머님 날 무슨 놀림감으로 아세요 응 한씨 : 무남독녀 귀한 너를 내가 왜? 그럴 께 아니라 글쎄 혼인날을 받어놓구 이러면 어쩌란 말이냐? 갑분 : 아이 듣기 싫어요 정녕 자꾸만 우기시면 난 죽어버릴테야 한씨 : 에그 요것아? 어이구 망할놈의 신수두 다있지 유모의 : (소리) 마님 경단 볶는것하구 편육 뜨는것 잠깐 좀 봐주세요 한씨 : 에그 유모가 보아 허게나 그려 무슨 경황에…… 그래두 이왕 시작헌 일이니 경단두 볶으구 편육도 떠야지 (들어가다가 동리처녀 갑,을 등장하는 것을 보고) 오! 너희들 오는구나 처녀 갑 : 아주머니 안녕하세유 처녀 을 : 놀러와두 괜찮어유 한씨 : 아! 그게 무슨 소리야? 어서들 놀라와 갑분이가 너희들 떨어질 생각을 허구 죽게 서러워 하는구나 (퇴장 갑, 을 서로보고 비쭉 거린다) 처녀 을 : 얘 갑분아 이왕 그렇게 된걸 마음 상하지 말아 처녀 갑 : 어쩌면 얼굴이 다 헬쓱해졌어 갑분 : 누가? 아이참 별소리 다 듣겠네 처녀 을 : 그렇지만 정말 안됐구나 갑분이 그런데 한 쪽 다리가 길다지? 처녀 갑 : 아냐 한 쪽 다리가 짧대 배안의 병신이구 그렇다지 얘 갑분! 처녀 을 : 그럼 절름발이 양반이니 사내 춘향이로구나 갑분 : 아이 귀찮게 굴지들 말어 이것들아 처녀을 : 얘 잠잖구 있자 너같으면 울화가 나지 않겠니? 처녀 갑 : 그야 울화두 날 거야 시집두 가기 전에 포대기부텀 장만허구 야단법썩을 쳤으니 처녀 을 : 저만 잰척허구 의시대구 우리 따위야 웬눈으로나 봤니 처녀 갑 : (쩔뚝 시늉으로) 서방님 행차 하실 때는 잘룩 처녀 을 : 집으로 돌아올 때두 잘룩 (웃는다 이뿐이 등장하여 애처러운듯 보고 있다) 이쁜이 : 보자보자 하니까 에이 몹쓸 것들 붙는 불에 키질이냐 가거라 가! 갓! 처녀 을 : 호 약올라 죽겠지 잘룩! 처녀 갑,을 : 별진잘룩! (함께 잘룩거리며 깔깔대며 나간다) 잘룩 잘룩 자리잘룩……(퇴장) 이쁜이 : 갑분 아가씨! 배지못한 저런 쌍것들을 탓허지 말어요 응 그리구 너무 실심을 하셔도 못써요 난 요새 아가씨 모양이 가여워서 죽겠어요 가슴이 미여지는것 같아요 (울며) 마음을 다잡어요 응? 갑분 : 마음을 다잡다니? 괜히 걱정두 좋아하지 내 모양이 어떻다고 그래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딴은 천연스럽다) 이쁜이 : 아냐 난 다 알어유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체 하지만 아가씨 속은 안 그래요 아가씨 속은 구름이 자욱해요 내가 왜 몰라요 갑분 : 괜찮어 그까짓 시집 안 가면 그만이지 뭐야 이쁜이 : 에그머니나 정말 시집 안 가실려나 보네 아가씨! 정말 안 가세요? 그런 법 없어요 그만 일에 그럼 못써요 그건 안 돼요 아가씨 갑분 : 뭐야? 뭐가 그만일이야? 그 몹쓸 병신에게 가란 말이냐? 너 같으면 가겠니 응 어떡허란 소리냐? 이쁜이 : 그야 가야지요 갑분 : 아이구 기맥혀라 이뿐이 : 언챙이든 절뚝발이든 그런 게 무슨 상관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