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송년회 -
권오표 시인과 함께
지난 12월 19일(토요일)
이임성 친구의 초대로 여러 친구들이 송파에 모였다
이임성 친구는 그 송년모임에 '삶과 예술'이라는 부제를 달고
시인과 수필가는 시와 수필을 발표하면서
그 글에 얽힌 이야기를 하고
다른 친구들은 좋아하는 글을 가지고 와 읽기로 했다
이미 한 달 전에 예고된 송년모임이었다
작년 이맘때에도 내 시집 발간을 축하하는 시 낭송 송년 모임을
남서울은혜교회의 가평 설곡리에 있는
'생명의 빛 교회'의 숙소에서 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모임이 좋아 다시 모임을 갖기로 했다는 이임성 친구의 말이다
다른 친구들이 늦게 오는 바람에
이 모임의 1부인 걷기는 이임성 친구와 걸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나는 정지용 백석 이육사와 김영랑시인 그리고 미당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이임성 친구는 채만식이 친일작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주로 했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 모임에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으로 만난 친구가 있어 반가웠다
권경현 목사와 전주에서 살고 있는 권오표 시인이다
그외 이임성부부, 채규원원장부부, 박복진부부,이재열부인이 참석하였다
권경현 목사의 축복 기도를 들으며 모임의 3부인 시낭송을 시작했고 그 전에 공직을 퇴직하고
어떻게 신학을 공부하여 목사가 되었는지 권경현 친구가 개괄적으로 그 과정을 말하였다
친구는 하느님이 자기를 그 길로 인도했다고 했다
하느님의 부름을 받는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하느님의 가장 큰 축복아니든가!
좌부터 이재열부인(머리만 보임) 박복진 부인, 권오표시인, 권경현 목사. 이임성
채규원원장, 박복진, 채규원부인, 이임성부인(머리만 보임)
권오표 시인은 '시는 독자들이 생각해야 할 여백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18년전에
첫 시집을 냈는데 내년에는 제 2 시집을 낼 계획이란다. 기대된다
가져온 시 4편 중 한 편을 맨 뒤에 올린다
박복진 수필가가 우리 홈피에서 K시인이라 부르는 그 시인인데 성품이 고상하고
말수가 적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과상의 푸른색 병이 권시인이 직접 제조한 過夏酒를
담은 술병인데 페트병을 청색 한지(?)로 포장하여 빨간 끈으로 묶어 들고 온 것을 봐도
그 성품을 짐작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좌부터 몸소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좋은 자리를 만들어 주신 송여사(이임성부인),
박복진 부인, 이상원, 권오표시인, 권경현 목사, 이임성, 채규원안과원장님, 박복진수필가
채규원원장 부인
술 마시는 친구가 없어 내가 過夏酒를 독차지 했는데 좀 취해 말이 많아졌다
빈 깡통이 소리가 크다고 내가 꼭 그 꼴이다.
'나무 아래서'라는 시(47홈피에 발표)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맹자의 '無惻隱之心 非人也' 즉, 측은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인용하여
맨 마지막 연을 힘주어 말한 것 같다.그리고 제 2시집을 내년 가을쯤 낼 계획이고
그 뒤에는 고려시대의 '묘청'이라는 인물을 그릴 역사소설에 도전해 보겠다고 내 소망을
털어 놓았다. 말이 너무 앞섰으나 돌이킬 수 없는 일.....
좌부터 이상원, 권오표시인, 권경현 목사
권오표 시인의 낭송, '처서무렵 노을은'이라는 시인데 아버지를 그리며 쓴 시란다
서정성 짙은 그러나 슬픔이 잔잔하게 밀려오는 시였다
좌부터 권오표 시인, 권경현 목사, 이임성
이임성 친구는 김준태 시인의 '칼과 흙' 이라는 시집에서 두 편의 시를 낭송했는데
두편 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련된 시로 그의 마음 속에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이
강렬하게 숨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옆의 채규원 원장은 자신이 어떻게 전남의대를 진학했고
바이올린을 시작했는지 먼 과거를 회상하며 말을 이었다.
그림에도 소질이 있었으나 포기했는데 딸이 그 뒤를 이어간다 했다
좌부터 권경현목사, 이임성, 채규원원장
박복진 수필가는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다 그의 자신감의 발로일 터, 늘 부럽기만 하다
'한바탕 뜀질로의 몰입'이라는 수필을 낭독했다. 자맥질하는 개구리를 빗대어 쓴 수필로
자신만의 의식세계로 몰입하는 것이 행복하고 고맙다는 글이다
춘포는 내년 봄, 꽃들이 피고 지는 어느 5월 하순경 이런 모임을 양평집에서 갖자고 제안했다
좌부터 채규원원장, 춘포, 채규원부인, 이임성부인, 이재열부인, 박복진부인,
유머가 넘치는 이재열 부인은 멀리 이디오피아로 이재열과 카톡으로 이 소식을 전하고,
내 시를 친구들과 공유하는 카톡에 올려 그 시를 자신이 낭송했다며
자기 남친의 시라고 소개했다고 해서 웃었다. '남친'은 다름아닌 '남편의 친구'라나..
열심히 시를 들여다 보고 있는 두 여인.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좌부터 채규원부인, 이임성부인
* *
이번 모임도 너무나 추억에 남는 송년 모임이 될 것 같다
이자리에 개인적인 일로 참석하지 못한
양완식부부, 송재은부부, 김훈부부, 안충식부부가 없어 아쉬웠다
이 자리를 마련해준 이임성친구와 송여사님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을 다시 전하고 싶다
내 속을 훤히 들여다 보듯
이임성 집의 거실 한쪽에 걸려있던 액자에 다음과 같은 말이 씌여 있었다
' Today, I am blessed!'
끝으로 권오표 시인의 시를 싣는다
처서 무렵 노을은
권 오표
처서 무렵의 노을은 산비탈 밭머리
고개 꺽인 수수 모가지 사이로 든다
까치발로 서서 발등 부비며 서걱이는
수수 잎사귀 틈으로 온다
빈 도시락을 어깨에 맨 채 달그락거리며
신작로를 따라오던 유년의 긴 그림자
처서 무렵에는 일등만 맡아 하는 반장처럼 당당하던 플라타너스도
동네 우물가 풋감 떨어지는 소리에 오소소 몸을 떨고,
산다는 건 아궁이의 다 닳은 부지깽이처럼
그저 참고 견디는 것
사람들은 야위어가는 하구의 물그림자에
지난 여름의 생채기를 말없이 실어 보낸다
처서 무렵의 노을은 들 일 마친 늙은 아버지의
삼베 잠뱅이를 지나
밥물 넘는 저녁 연기 사이로 고개 떨구며 온다
첫댓글 첫모임의 추억이 생생하네.
이번엔 집안에 상이있어 내 참석은 못했네만 앞으로 이런 멋진 모임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