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워진 날씨가 가을을 밀어내고 겨울을 불러들이려 한다.
사과들을 다 따낸 과수원에도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고
우리 동네엔 약초 손질을 끝낸 농가부터 콩을 털기 시작한다.
식초나 효소등 이런저런 갈무리 하느라 약초도 다 못캔 채 양파랑 마늘이랑 서둘러 심는다.
입동 전에 심어야 된다는데 며칠이 지났으니 언제쯤 철이 들려나...
마늘은 해마다 심는 곳에 계속 심어야 좋다.
몇해전 형님네 과수원에서 포도나무를 옮겨 심었었는데 전혀 약을 치지 않았더니 몇년동안
거의 수확이 없어 다시 뽑아 버리고 양파와 마늘 밭으로 합치었다.
먼저 방앗간에서 사온 뎅가루 부터 듬뿍 뿌린 후 풀천지 퇴비를 골고루 뿌린다.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부엽토를 주 성분으로 하는 미생물의 보고 최상의 풀천지 퇴비.
큰애는 거름을 퍼서 담아주고 나와 작은애는 나르고 아내는 골고루 흩 뿌려준다.
수고한 땅의 고마움을 생각하며 땅의 양식 거름을 주는 일은 사랑의 시작이다.
해마다 마늘 농사는 유난히 잘 되어 게으른 농사꾼의 체면을 세워주웠는데...
재작년부터 시작한 양파농사는 첫해 양파모종이 부실했는지 전부 죽여버리고
작년에 씨를 뿌려 모종을 조금 내어 심어 보았더니 그럭저럭 괜찮게 되었다.
가장 춥다는 이곳 춘양에선 양파 농사를 하는 농가가 전혀 없다시피 한다.
별걸 다 심어본 농사 전문가들도 양파 농사를 물어보면 추워서 안된다고만 한다.
마늘과 함꼐 양파도 우리네 식탁에서 얼마나 중요한 식품이던가...
악착같이 양파를 심어 보았다. 두 해를 해보니 가장 중요한건 튼튼한 모종이었다.
올해는 정성들여 씨를 뿌려 놓았는데 처음앤 이쁘게 잘 올라오더니 여름을 보내며
거의다 사라지듯 죽어 버렸다. 애꿎은 벌레탓만 하며 안동장으로 양파 모종을 사러갔다.
점심때쯤 2일과 7일 열리는 안동 5일장에 도착했는데 물어보니 양파 모종을 사려면
새벽 일찍 부터 서둘러야 된단다. 먼길을 헛걸음 할 수는 없는 일...
행상을 하는 아주머님을 아주 차에 모시고 양파밭으로 향했다.
안동시 일직면에 위치하는 아주머님 동네는 절반이 넘는 논에 마늘과 양파가 심어져 있었다.
아주머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고생만 실컷하고 소득은 장사꾼들에게 고스란히
빼앗긴 세월에 한없이 답답하기만 하였다. 바쁜일 지내고 자세한 설명을 해야 되겠다...
마늘을 보면 마늘쫑 위에 주아가 맺히는데 처음엔 이렇게 볍씨알 만큼 자그마하다.
이것을 마늘을 심을 때 한켠에 뿌려 놓으면 다음해엔 구슬같이 둥그런 주아가 된다.
다시 다음해에 조금 커진 주아를 심으면 아주 튼튼하고 큼직한 마늘이 된다.
보통 마늘을 쪽으로 내어 심는 거랑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도 놀랬다.
이번에 양파모종을 사면서 양파농사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니 마늘은 수분이 적을 수록
좋을 수 있지만 양파는 충분한 수분 섭취가 아주 중요했다. 그걸 모르고 마늘과 똑같이
가뭄에 모른척 했으니 속상한 양파모종이 다 죽어버린거다.
씨를 뿌려 모종을 키울적엔 매일 물을 주다시피 해야하고 모종을 내어 본밭에 심을 적에
물을 흠뻑 주어야 되고 겨울을 넘기고 봄이 오면 가뭄에 조심하며 충분히 물을 주어야 된다.
물론 마늘은 오히려 수분섭취가 많으면 좋지 않다...
큰애가 끌고 내가 골을 타면 아내와 작은애가 모종을 놓는다.
골을 탄후 큰애와 나도 같이 모종을 놓고 다시 골을 타면서 모종을 묻어나간다.
일을 하는건지 노는 건지 쉬는건지... 즐겁기만 하다...^^
일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라디오는 풀천지 농사의 도우미다.
즐거운 새참시간이다. 사과로 입맛을 돋우고 고구마와 감자를 주식으로 하여 우엉 고추
송이 옥수수가루 칡전분 계란이 들어간 부침을 술안주로 하여 시원한 동치미 국물과 먹다남은
팝콘과 땅콩 그리고 후식으로 달콤한 홍시를 곁들인다... 이만하면 황제의 밥상이 부럽지 않다.
작은애는 사진을 찍느라 빠져있다.
혼자해도 가능한 일을 늘 가족이 함께하니 편하고 즐겁기만 하다.
아내는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이쁘게 잘 자라라고 양파들에게 속삭인다.
충분히 양파를 심고 마늘 차례가 되었다...
금년엔 유난히 마늘이 잘되었는데 해마다 더 잘되었으니 내년을 기대해 본다.
한없이 부드러운 땅의 속살이 우리와 사랑을 나눈다.
바로옆 국화꽃 향기가 바람에 날리어 코 끝에 스민다... 좋은 기분이 된다...^^
타작을 기다리는 콩들의 모습... 이렇게 하우스에 들여 놓으면 비바람 걱정 없고 바로 옆에서
양파를 심는데 톡 톡 톡 콩 터지는 소리가 한없이 정겹다...
고마운 이에게 선물이 왔다... 고운 이의 마음도 함께 심어 본다.
나중 마늘이랑 양파랑 같이 나눌 수 있음에 흐뭇해 진다.
늦게심은 밀도 부지런히 싹이 올라왔다. 숨쉬는 항아리들이 풀천지의 하루를 감싸 안는다.
첫댓글 흙이 식구들의 수고로움을 보여주는듯 합니다...추위와 건조는 활죽에 비닐이나 왕겨피복이 도움이 될듯도 한데...땅이 물빠짐이 심해보이고.. 다닐 고랑이 없어 불편하시지는 않는지요...많이 추우면 봄파종으로하면 수확이 조금 늦어서 그렇지 되나 보구요 ...농사도 모르면서 말씀드리기가 뭐하군요...수고하세요^^
좋은 의견 고맙습니다. 왕겨 피복이 좋긴 한데 자주 할 순 없고요... 겨울 추위때문에 그냥 전체를 비닐로 덮었다가 이른 봄 걷어 버립니다. 눈도 맞히고 꽃샘추위도 견디며 생명력과 건강력이 있도록 말이지요.
자세히 보시면 네 줄에 한줄씩 띄워 심어 양쪽에서 풀을 맬 수 있는 길을 냈습니다. ^^ 그리고 겨울을 이기는 양파와 마늘이 진짜 보약이지요...^^
그러네요...워낙 눈설미가 없어..... 자세한 답변에 감사합니다.이렇게해서 또 배우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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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 양파를 조금 수확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제대로 유기농을 하면 재료 자체의 맛이 어느 훌륭한 요리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나중 하여님께 맛을 보여드리고 싶군요...^^
배추 포기 속에 가을이 꼭 꼭 찼군요. 이 가을 다 가기전에 한 번 들러 저 상위에 있는 고구마도, 감도, 흙 묻은 손으로 먹어 보고 싶은데, 날씨는 아랑곳 없이 조바심을 내는군요. 하우스 문을 닫으셔야할 것 같습니다. 콩 튀는 소리가 여기 까지 나는군요.
온가족이 힘을 합쳐서 일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입니다. 부러움도 있습니다. 저의 방으로 옮기겠습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올해는 양파를 꽤나 많이 심으셨군요. 벌써 보기에 흥이 납니다. 우썩우썩 자라는 양파들을 눈으로 보는 듯합니다. 저는 두 해 양파를 심어보니 알이 큰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양파의 대부분이 수분이지만 물을 많이 주어 알을 크게만 키우는 것이 저장에 그리 도움이 되지를 않고 맛도 떨어지더군요.
홍성의 동생네는 올해 한 10톤 정도 수확을 해서 2톤 가량은 썩혀 버려야 했습니다.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 생협연대쪽으로 내기로 했으나 한심하고 무책임한 그들 때문에 많은 양을 그렇게 버려야 했지요. 갈수록 더 하겠지요. 그나마 양파즙으로 내린 걸 주위 사람들이 적극 팔아 주어 덜 썩혀 버릴 수 있었지요.
현재 농촌의 유통 실태는 농협을 포함하여 생협연대 등 모두 농민의 실정을 도외시하고 제 살 불리기만 여념이 없지요. 힘들고 귀하게 지은 유기농산물 만이라도 직거래에 대한 노력을 좀더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히려 도와준다는 생협 유통들이 유기농산물들의 가격 하락을 앞장서고 있지요.
물론 높은 가격만이 능사가 아니지만 현실적인 생계수단으로서의 지원금이 전무한 상황에서 당장 편하자고 자꾸 집단적인 움직임이 보편화 되면 결국 구조적인 모순만 남게 되지요. 묵묵히 땅에 엎드리어 열심히 하다보면 하늘이 감응하여 모두가 사는길이 열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