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맛’, ‘하우젠’, ‘담그미’, ‘김치랜드’, ‘김치뱅크’, ‘1124’, ‘딤채’. 김치냉장고의 브랜드들이다. 어떤 이름이 가장 좋은가. 딤채가 단연 돋보인다. 위니아만도는 이름도 잘 지었지만 딤채 출시를 전후한 마케팅도 잘했다. 1995년 여름. 위니아만도는 중 ·상류층 주부 2만4,000여 명에게 홍보 우편물을 보냈다. 이어 10월에 문화센터와 헬스클럽 등에서 시제품을 선보인 뒤 11월에 제품을 출시했다.
이듬해 10월에 위니아만도는 고객평가단 200명을 모집해 무료로 딤채를 나눠줬다. 3개월 동안 사용해본 뒤 만족하면 절반값에 사든지, 아니면 반환하라는 조건이었다. 고객평가단은 한 명도 빠짐없이 딤채를 사들였다.위니아만도는 이전에는 없었던 시장을 창출하면서 딤채를 김치냉장고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다맛’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대대적인 가격할인으로도 딤채의 시장을 뺏지 못했다. 대타로 내놓은 ‘하우젠’도 별 힘을 쓰지 못했다. 딤채는 김치냉장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저자들은 위니아만도가 핵심 경쟁력 덕분에 시장 선도자의 우위를 지킬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위니아만도는 땅 속에 묻어둔 김장김치의 맛을 내는 70여 가지 기술을 개발해 모두 특허를 냈다. 위니아만도는 또 ‘브랜드 굳히기’로 후발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렸다. ‘발효과학’이라는 컨셉트였다. 냉장고는 냉장기술로 만들지만 김치냉장고는 발효과학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딤채는 핵심역량을 갖추고 틈새시장을 집중공략하면 막강한 삼성도 무너뜨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저자들은 “삼성과 싸워 이겨보고 싶은 브랜드는 반드시 이 책을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삼성과 싸워 이기는 16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이들은 16가지 전략 가운데 핵심경쟁력을 맨 앞에 내세웠다. 핵심경쟁력을 갖추면 핵심고객이 만족하고, 이들이 홍보에 나선다. 좋은 마케팅은 이 전달 메커니즘의 효율을 높이는 일이다.
이 가운데 ‘시장을 둘로 나누라’는 조언이 눈에 띈다. 소비자들은 시장을 둘로 나누는 광고를 잘 기억한다는 설명이다. 또 이를 통해 ‘우리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다. 삼보컴퓨姑?97년에 드림시스 컴퓨터를 이렇게 알렸다. ‘세상에는 두 가지 컴퓨터가 있다. 안 바꿔주는 컴퓨터, 바꿔주는 컴퓨터. 삼보 드림시스. ’ 삼성의 그린PC에 밀려 수년간 어려움을 겪던 삼보컴퓨터는 이 광고를 통해 97년 12월에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제목과 달리 이 책에 나오는 사례는 마케팅 전반에 걸쳐 있다. 위니아만도의 딤채에 이어 레인콤이 ‘아이리버’ MP3플레이어로 삼성을 이겼지만, 그런 사례가 워낙 드물기 때문일 게다. 이용찬 씨는 ‘광고계의 불패신화’로 통한다. 그는 오리온 초코파이를 ‘정’으로 소비자에게 각인했다. 현재 광고회사 Lee&DDB를 경영하고 있다. 신병철 씨는 하이트맥주의 ‘깨끗한 맥주’ 광고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