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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모든 타이밍은 완벽하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자신이 모르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은 없습니다.
당신이 어디로 가고 싶든
당신은 정확한 시간에 그곳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 지금의 당신 삶에 일어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정말로 어떤 곳에 있을 필요가 있을 때는
반드시 그곳에 있게 됩니다.
이것을 신뢰하십시오. 알겠습니까?"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에서 어제 읽은 구절입니다.
서귀포, 이 농원집에는 옛주인이 누구였는지, 얼굴을 본 적이 없습니다.
교수님과 그의 아내가 살다가 갔다는데,
그분들이 남긴 것들이 꽤 많습니다. 물론 버려야 할 것들이 태반이었지만요.
냉장고도 있었지만, 작동이 되지 않아 버리고,
세탁기도 있었지만, 세탁이 안되어 버렸습니다.
이불은 떄와 습기에 쩔어 있었지만, 여러번 빨고 말리고 했더니, 원래 보다 더 깨끗해져서
몇 개는 쓰고 있습니다.
아내가 썼음직한 가방과 브로치 등은, 고색창연합니다.
쓸 수는 없지만, 몇 십년 전에 있었을 것들이라, 기념삼아 구경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책을 발견했어요.
먼저번에 왔을 때, 상자에 있던 책을 꺼내어, 제목을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자식이나 누군가가, 책을 많이 좋아했던 듯, 몇 권은 건질만 해서, 아주 잘 읽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밭의 쓰레기장에서, 책 무더기를 발견했어요. 다릴 앙카가 쓰고 류시화가 번역한,
저 책,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도 나무 아래에 버려진 책들 사이에서 주워온 것이지요.
책도, 책도, 완전한 타이밍에 제게로 왔습니다.
원고 넘기고, 이제 슬슬 걸으며 나비오리 카페 준비하는 중에 찿았으니까요.
이 책뿐만이 아닙니다.
책 더미 속에서 보물을 찾았어요.
이생진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그럼직하다 해도, <꽃도 십자가도 없는 무덤>이나, 피천득의 <수필>이나,
공지영의 <인간에 대한 예의>, 루이제 린저 의 <생의 한가운데> 그리고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까지
버려져 있는 데는 아주...
환호성을 올렸어요.
그토록 오래전에 나온 책들이, 내 젊은 시절 읽었던 책들을, 여기서,
농원 귀퉁이 버려진 나무 아래서 줏어올 줄이야.
행주로 깨끗이 닦아 말린 후, 매일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정말 내게 필요한 것들이, 제때, 제발로 찾아오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만든 김치고기만두와 칼국수예요.
김치도 제주시까지 가서 나비가 아는 사람에게 얻어왔어요.
그걸, 다지고 손수 반죽하고, 밀어서 만들었습니다. 사람들 오면 팔기도 하고, 내가 먹기도 하려구요.
아직, 가게가 완전히 깨끗해지지 않아, 손님에게는 못 먹여보았습니다.
떡만두국은 , 기가 막히게 맛있었어요.
칼국수는 얼렸다가, 성산포에 가서 주은 조개를 넣어 끓여먹었는데.... 흠..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스런 맛이었습니다.
손님 없는 가게에서, 커다란 도마에, 저 만두속을 만들던 날, 음악도 없이, 가만히, 차근차근 준비를 하면서,
이상한 다른 차원에, 이동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외로움이나 슬픔 , 그런 것들은 가뭇없이 사라진, 마음으로, 천천히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데... 일종의 명상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길을 걷다가 멈춰 조개를 잡고, 당근을 주워와 당근 주스를 만들때도, 일종의 행복감 같은 것이 몰려왔습니다.
먹을 것을 얻을 때도 그랬지만, 엊그제 혼자, 올레길을 걷다가, 오렌지를 줍고, 모자를 줍고, 호미를 줍고, 필통을 줍고, 길에 떨어진 라이터를 주워 와서 물집잡힌 발가락을 딸 때도, 무진장 행복했습니다.
필요한 것들이, 아니 있으면 좋겠다, 하고 바라던 것들이 그렇게... 땅에 떨어져 있는 거예요.
햇살에 모자가 없어, 얼굴이 탄다 하고 있는데, 버려져서 오래된 모자를 줍고, 냉이 캘 때 호미 하나 있으면 좋겠다, 했더니
녹슨 호미가 길에 딩굴고 있었습니다.
라이터도, 불이 켜지는 것이었어요.
그날, 주워온 것들을 빨고, 널고, 정리하면서.... 모든 타이밍이 , 완벽하구나, 느꼈습니다.
내가 세상에 바라는 것들이, 이다지도 적은가, 하는 느낌.
갖고 싶은 것이 이다지도 없었었나, 하는 느낌.
어제, 비가 흩뿌리는 가게 아래 바다, 법환 포구에서 보말을 잡아야 깔 때는, 호들갑스럽게 말하자면, 정말로 도를 닦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게는 지금, 제주에 내려와 살고 있는 예술가들이, 꾸며주고 있습니다.
돈 한푼 받지 않고, 자기 집에서 쓰던 것들, 자재들을 가져와, 바도 만들고, 난로도 만들고, 이쁜 서랍장도 만들어주고 있어요.
나를 위해서, 그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기쁨은, 제가 고스란히 누리게 되겠지요.
하루 하루 달라지는 카페 나비오리를 보는 것은 정녕, 감동입니다.
보말을 깠습니다. 한 바구니를 까야, 한 줌정도밖에 나오지 않아요.
저 조그만 조개 속의 살들을 꺼내는 시간은, 두어 시간이 지나갑니다.
음악도 틀지 않고, 텔레비전은 없으니, 더더욱 조용하고, 어두워지는 방에 불을 켜고 앉아, 저토록 성과가 작은, 먹을 거리를 준비하던,
그 두어시간...
손도 머리도 바쁘지 않게, 천천히 흘러갑니다.
이것을, 그래서, 도닦는 것이 아니라면,
(저는 꼭 도닦는 심정이었습니다)
손톱만한 보말을 작은 바늘 하나로 까던 그 시간, 머릿속과 가슴속이... 조용히, 어쩌면 삼매에 빠진 것처럼.. 고요했습니다.
이것을, 도가 아니라면, 그래서, 레라고나 할까요, 하고 혼자
농을 던져보았습니다.
깨끗이 씻어 냉동했습니다.
그리운 이들이 찾아오면, 저기 밀어놓은 칼국수에, 넣어서, 보말 칼국수를 끓여줄 생각입니다.
여섯 시간 정도를 걸었던 발가락이 오랜만에 피멍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물집이 잡히는 것은, 정말 산을 오래 오르거나 힘들어서 생기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아닌 것 같아요.
꼭, 그 발의 그 발가락에만, 오래 걷지 않아도 생기는 것을 보면...
내 발가락의 구조가 그런 모양입니다.
보말을 까는 동안, 발가락이 아팠습니다만, 기분좋은 아픔이었어요.
이제, 그날 걷다 못 걸을, 길을 마저 걸으러 나가봐야 겠습니다.
저 모자를 쓰고, 저 호미를 들고 걸을지도 몰라요.
누군가가 가르쳐준 청미래 덩굴의 어린 싹이 있으면, 가져와 나물로 해 먹어야겠어요.
보말을 다 깐 바늘로 호박을 썰어 말리려고 실에 꿰어 걸어놓고, 그 바늘을 소독해서 물집을 터뜨렸습니다.
바늘도, 실도, 모두 주은 것들입니다.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를 다시 읽어봅니다.
정말,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 지금 내 삶에 일어나고 있는 것을 신뢰합니다.
"모든 타이밍은 완벽하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자신이 모르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은 없습니다.
당신이 어디로 가고 싶든
당신은 정확한 시간에 그곳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 지금의 당신 삶에 일어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정말로 어떤 곳에 있을 필요가 있을 때는
반드시 그곳에 있게 됩니다.
첫댓글 참 열심히 잘 살고 계시군요. 그대가 있어 '버려진 것들이 찬란한 귀환'을 하는군요. 글을 읽으며 왜 이리 마음이 울컥하는지. 포근하게 꼬옥 보듬고 등 두들겨 주고 싶어요. 동점! 그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글만 읽었는데도, 포근하게 안아주는 느낌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 정말 행복한 사람인거 같아요... 바로 얼마전까지는 완전, 불행의 백화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에요.
그것은 레, 가 아니고 도, 입니다.ㅎㅎ 버려진 것들, 세상속에 동화되지 못한 것들을 다시 주워 그 가치를 살려 음식으로 만든다는 것은 정녕 도, 입니다.
그대가, 도라 하시니, 도라 고 하겠습니다. 정녕 도 입니까? 하하하.
아...히힛..하하..호호..어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질까요....???
새로운 창조자~~ 동점님의 글을 읽으니, 주변의 사소한 하나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우주의 신호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감성을 지닌 분 같아요. 행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새로운 창조자라. 아유... 정말 기분 좋은 말씀입니다... 우주의 신호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감성으로... 살려고 하는 중입니다.. 행운, 가득합니다.. 행운을 나눠야겠어요. 수입도 하나 없는데.. 아직... 걱정마저 안되는 날들입니다.
오. 좋습니다. 일요일에는 좀 정리가 되어있을 거예요. 처음은 어수선하겠지만, 그래도 그 맛이 있을 테지요. 나비오리는 올레 7코스 중간 쯤에 있습니다. 외돌개-돔베낭길-속골-수봉로 지나, 법환포구요. 법환포구 해녀상에서 법환마을로 조금 걸어오시면 법환 농협옆에 있습니다. 엊그제 서울서 먼저 다니던 회사 대표가 와서 반갑게 봤답니다. 첫손님이었지요. 하하. 구제역 때문에 올레 1,3,9 코스는 걷기를 중지해 달라더군요. 010-9197-4979 문자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