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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골치를 앓아왔던 허리도 많이 호전되어..
휴가를 얼마 앞둔 지난주에 휴가를 계획했다.
올해도 지리산을 한번 정복해 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8월의 날씨는 완전히 변해 있었다.
풍년을 위해서는 8월의 일조량이 많아야 하는데..
이상하게 장마가 끝났다고 하는 8월에 몇년 전부터..
큰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간 일기 예보..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전국적인 비소식이었다..
한숨만 나오고..
그런데.. 월요일..
난데없는 햇빛이었다.
지리산은 일정상 힘들었기에..
설악산을 계획했다.
2003년 8월 25일 월요일..
기상예보를 확인했다. 8월 26일 구름, 8월 27일 맑음..
이정도면 집에서 보내려던 휴가를 그나마 바람이라도 쐴 수 있슴에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등반 코스는 설악동~비선대~양폭~휘운각~중청대피소(1박)~대청봉(일출 과연...)~한계령
으로 잡았다.
간만에 산중에서 하룻밤 자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설악산 중청대피소를 예약했지만, 이미 120석 다 차고..
대기 9번으로 예약을 했다.
혼자 가는 여행이라 지루할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작년에 이미 혼자 가는 여행의 연습을 했으니까..
코스도 비슷하고..
단지 지친 영혼을 달래줄려고 가는 여행이다 생각했다.
월요일 저녁..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속초까지 가는 버스를 인터넷 예약했다.
좌석번호 15번.. 좌석까지 원하는 자리를 얻을 수 있다니..
요즘엔 세상살기가 너무 편하다.
나에 대한 정보가 너무 많이 들어나 있지만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무엇인가 얻고자 한다면 무엇가를 잃어야 한다고..
혼자 가니까.. 음악이라고 확실히 준비하자는 생각에..
엠피쓰리 플레이어에 음악을 잔뜩 담았다.
그 음악들은 다음과 같다.
1. 사랑합니다 - 팀
2. 청량음악 - 퍼니
3. 러브홀릭 - 러브홀릭
4. 바램 - 베이비복스
5. 착각 - 악동클럽
6. 아틀란티스소녀 - 보아
7. 여름안에서 - 서연
8. 안녕 - 박혜경
9. 소나기 - 앤드
10. 니가 참 좋아 - 주얼리
11. 살고싶어 - 자두
12. 체면 - 코요태
13. 슬픈초대장 - 한경일
14. 단심가 - 페이지
15. 아버지 - 김경호
16. 놀러와 - 러브홀릭
17. 10 미니츠 - 이효리
18. 소주한잔 - 임창정
19. 위드 미 - 휘성
20. 세살차이 - 김형중
21. 결혼을 할거라면 - 쿨
22. the tide id high - atomic kitten
23. family affairs - mary j. blige
24. hey juliet - lmnt
25. it's raining men - geri halliuell
26. sk8er boi - avril lavign
27. without me - eninem
28. see ya - atomic kitten
29. family portrait - pink
30. crazy in love - beyonce
31. lgnition - r. kelly
32. cry me a river - justin timberlake
33. cry - mandy moore
34. uptown girl - westlife
35. bring me to life - evanescence
36. i'm with you - avril lavign
37. just like a pill - pink
38. get the party started - pink
39. beautiful - christina aguilera
40. come away with me - norah jones
41. all i have - jennifer lopez
42. only hope - mandy moore
43. stupid cupid - mandy moore
44. loving you - minnie riperto
45. let there be love -laura fygi
46. puff the magic dragon - peter paul and mary
47. anyone of us - gareth gates
48. all by myself - cellin dion
49. don't stop me now - queen
50. 너에게 난 나에게 넌 - 자탄풍
51. 유서 - 전람회
52. reason - 정일영(가을동화)
53. 내사랑 내곁에 - 김현식
54. return to love - 가을동화
55.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김장훈
56. 붉은낙타 - 이승환
57. 서른 즈음에 - 김광석
이상이다. 이정도면.. 지루하지 않은 여행이 되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이렇게 적고 보니. 그냥 엠피쓰리 플레이어 담고 듣던 노래중에..
제목과 가수도 모른 채 들은 노래들이 태반이다.
..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기에..
일찍 잠들려고 했지만..
요즘 다모가 그렇게들 재밌다고 하길래..
어떤가 1, 2부 다운 받은 것이 있어서... 그거 보고 잔다고..
그렇게 일찍 잠자리에는 들지 못했다.
2003년 8월 26일 화요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서..
아침을 간단히 요기하고..
6시에 집을 나섰다.
아침에 일찍일어난 덕에..
좌석버스에 졸면서 오다보니..
어느덧 구파발..
구파발에서 다시 지하철에서 졸다보니..강남버스터미널..
7시 15분 도착..
너무 일찍 도착했다.
버스는 8시 정각인데..
그동안 산에서 먹을 비상식량과 응급약 등을 준비했다.
어차피 산에서는 밥을 해먹지 않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초코바와 사탕 등등..
강남버스터미널에서 속초행 8시 정각 버스를 탔다.
우등고속 요금 18800원...
휴가철이 한참 지난 버스안은 빈자리도 여럿 있었다.
버스안의 풍경은 영화 속에
무슨 무지막지한 사고가 나기 전의 지극히 평범한 버스안 풍경 그래로였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애정행각을 벌이는 젊음이 한쌍이 보이고..
가족단위로 여행을 가는 손님이 보이고..
이러 가족 중에는 꼭 어린 아이가 뒷좌석으로 고개를 돌리고 장난을 치는데..
이 버스에도 그런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평범한 버스에 꼭 등장하는 우리의 군인도 한명 있었고..
그리고, 외국인 여행객 한쌍도 있었다.
이 정도면 무지막지한 사고가 나기 전 지극히 평범한 버스안의 풍경으로 안성맞춤 아니던가..
이런 생각을 했더니 더 불안해졌다.
하지만, 영화속에서 주인공할 만한 인물은 보이질 않았다.
이게 영화와 현실과의 차이점인가?
이런 차이로 인해 버스는 오후 12시 아무 탈없이 정각 바닷가 옆에 있는 속초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 안에서의 나는..
가장 편안한 자세로..
뒤에는 음악을 꽂고..
휴가 첫날 잠깐 읽던 책을 읽었다.
이 책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해야겠다.
포르투칼 작가 주제 사마라고라는 사람의 "눈먼자들의 도시"란 소설인데..
가히, 내용면이나 형식적면서 쇼킹하고 혁신적 면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이 세상에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게 되면 어떻게 될까.
라는 가상하에 써내려간 소설인데..
영혼의 창인 눈이 먼 것과 동시에 이 세상에는 육체만이 존재하고 영혼이 사라진 것이다.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소설이면서,
다섯가지 감각 중에 시각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아참.. 이날 날씨 이야기를 안했는데..
날씨는 구름이 낀 날씨였다.
비구름이 아니라서, 비올 것 같지는 않았지만 햇빛을 기대했었는데 아쉬었다.
속초 버스 터미널 근처 분식점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바로 설악동으로 향했다.
속초버스 터미널 건너편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7번 혹은 7-1 번 버스를 타고,
750원 내면 설악동까지 갈 수 있다.
작년 늦가을에 간 설악동 생각이 자꾸 나서 그런지..
주차장에 잔뜩 들어서 있는 차들을 보니까..
어색했다.
작년 늦가을에 왔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좀 이른 시간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설악산 입장료 2800원을 내고.. 설악동 곰상을 출발한 시간은 오후 1시가 남짓된 시간이었다.
몇번 씩 와본 곳이지만, 올적마다 기분이 좋고,
상쾌함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다보니..
등에 땀이 배이기 시작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비선대까지는 사람들이 참 많다.
커플로 와서 나에게 염장을 지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이젠 그들보다..
어린 아이들 데리고 온 가족들이 더 부러워 보이는게..
후후.. 나도 나이를 먹었긴 먹었나보다.
부처님.. 도대체 나의 운명은 어떤 것이란 말입니까.
그렇게 묵묵히 있지만 말고 대답을 해 주십시요.
ㅋㅋ..
비선대를 지나 본격적인 산행길이 시작되었다.
등에 땀이 많이 배이기 시작한다.
양폭까지는 거의 쉬지 않고 갔다.
대학생들로 보이는 일행들이 모여있다.
홀로 산행하는 나로서는 끼어들 수 없는 다
른 세상 사람들 같았다.
그래서 양폭에서 쉬기로 했던 것을 포기하고, 약 10분 정도 더 올라가서 쉬기로 했다.
아참 양폭 도착 시간 3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다.
가지고 왔던 물도 다 떨어져서... 쉬면서.. 계곡물로 채워 놓았다.
대학교때 엠티왔을 때와는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설악산 그 계곡물의 시원함은 변하지 않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내가 보는 설악산은 10년 전과 그대로였다.
단체로 빠지던 계곡물도...
식중독으로 고생하던 그 곳도..
계곡이 거의 끝날 즈음부터 휘운각까지 상당히 심한 경사를 가진 등산로가 있다.
작년에 왔을 때만 생각하고 너무 얕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힘들었다.
이것이 20대와 30대의 차이던가.
아니면 여름과 가을의 차이던가.
그것도 아니면 배낭의 무게차이던가.
아.. 30자국 올라가고.. 한숨 쉬고..
다시 30자국 올라가고.. 한숨 쉬고..
10여분 그렇게 가다가는 배낭을 내려놓고.. 몇분더 쉬고..
심호흡을 크게 쉬고 다시 올라가고..
가슴을 만져봤다.
심장박동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러다가 심장마비로 죽는 것은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휘운각 도착..
내가 알기로는 소청봉 꼭대기까지 물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장소였다.
해발고도도 많이 높아졌는지..
물도 많이 차가워졌다.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하고.. 찌든 영혼도 닦고.. 후후..
물도 충전하고..
나름대로 충분한 시간을 쉬고. 4시 정각 휘운각을 출발했다.
이 곳부터 소청봉까지는 엄청난 경사인데..
마음을 단단히 먹고 배낭끈도 좀더 조여메고.. 출발했다.
무리하지 않고, 쉬엄쉬엄 갔다.
하산하는 사람들과 산사람들만의 인사도 하고..
간간히 햇빛이 보인다.
그래..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그 햇살들이 나에게 힘이 되었다.
그래.. 멀리 내려다 보이는 산등성이들을 생각하자.
나의 체력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생각이 들었다.
특히, 소청봉 몇발자국을 남겨두고..
너무나 숨이 차서.. 쉴 수 밖에 없었던 때는 정말..으...
5시 남짓 소청봉에 도착했다.
햇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올라오면서 상상했던 저멀리 내려다 보이는 산등성이들..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들..
땀들을 다 날려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설악동쪽의 구름은 여전했다.
바다가 보이질 않는다.
속초시내가 보이지 않는다.
오직 구름의 바다만이 보일 뿐이었다.
..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있었다.
소청에서 중청까지는 쭉 평지라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아.. 여기도 오르막이었다.
예전에 설악산 엠티에 왔을 때.
소청산장에 짐을 풀고 대청봉까지는 빈몸으로 힘들지 않게 갔었기에..
내가 줄곧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보다.
중청대피소까지 가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껏 얼마 하지 않은 산행이지만, 가장 힘든 산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말이다.
그리고... 완쾌된 줄 알았던 허리에도 약간의 통증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아.. 대청봉이 보인다.
맑고 쾌청해진 하늘아래.. 대청봉.. 보기 좋았다.
지금까지의 고통이 환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중청 대피소 5시 40분 도착..
대기 9번으로 예약 되었는데.. 그 앞에 예약취소가 많이 있었나보다.
산장 숙박 5000원, 담요 2장 2000원..
그리 어렵지 않게 자리 하나를 예약하고.....
자리에 누워 다리를 쭉 펴봤다.
뻐근함과 함께 밀려오는 시원함..
내가 좋아하는 느낌중에 하나다.
산장에서 2000원짜리 컵라면 하나에.. 싸간 빵조각.. 복숭아 하나..
등등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다른 사람들의 밥냄새, 라면냄새에 참지 못할 것 같아..
산장안으로 들어왔다.
산장에서의 잠자리가 언제나 그랬듯이 불편하긴 했지만,
하루의 피곤을 풀어주는 데는 그만이었다.
조금 누워있다가.. 너무 일찍 잠이 들면.. 밤에 고생할 것 같다.
그리고 해뜨는 시간도 아침 5시 50분 가량이라고 들었는데
..
그래서... 적당히 누워 있다가 버스안에서 읽던
"눈먼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을 잠깐 읽기도 하고..
저쪽에서 퍽퍽 소리가 나서..
눈을 돌려봤더니..
대학생 무리들이 침묵의 OOO 게임을 하고 있었다.
어둠이 다 사라졌거니 하고
밖을 슬쩍 나와봤다.
아니 이런..
아까 구름속에 가려있던 속초 시내가 다 드러났다.
하늘에도 별들이 죄다 보였다.
다들 속초시내와 바다에 떠있는 오징어 고깃배의 야경이 환상적이었다.
대학생 일행들은 나와서.. 별자리 이야기를 하고..
아저씨들은 친구끼리 오셨는지 작은 술판이 벌어지셨고...
나도 이 광경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는데..
쩝..
한참을 쳐다보다가 다시 잠을 청해봤다.
그 시원함이 잊혀지지 않아 다시 밖으로 나왔다.
잠이 안 올것을 대비하여..
사 둔 소주하나 오른쪽 주머니에 넣고...
왼쪽 주머니에는 오징어를 넣고..
그리고.. 많은 산장의 일행들과는 거리가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별을 한번 보고 한잔 하고..
저멀리 속초야경을 한번 보고 한잔하고...
옛 추억 한번 보고 한잔하고..
절반 남짓을 먹고.. 나머지는 버렸다.
요즘 나의 주량을 생각하면..
아무리 술이 잘 안취하는 산이라고
는 하지만..
그 이상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기분도 알딸딸...
다시 산장에 자리를 잡았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 나무로 된 산장에 불이라고 나면 어떻게 되지..
요즘엔 엽기적인 사고가 많이 나서 그런지..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특히 중청대피소는 땅을 파서 만들었기때문에..
대피하기에 쉽지가 않을텐데...
한심하게 들리겠지만, 비상구 위치를 확인하고..
소화기의 위치도 확인하고 잠을 청했다.
10시 이전에 잠이 든 기억이 난다.
상당히 여러분 깨었다..
산장에서의 잠자리가 원래 그렇지만 말이다.
2003년 8월 27일 수요일
5시 정각 완전히 자리에서 막치고 일어났다.
담요 반납하고..
자리 정돈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니 경관이....
상당히 많은 양의 구름이 잔뜩 발아래 있었다.
그 위로 그야말로 붉은 태양이 올라오는데..
아... 비록 어제의 그 태양이지만...
그리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그 하루를 또 시작하려는 태양의 용부림이..
과히 장관이었다...
대청봉위에는 운무가 잔뜩 끼어 있어서..
그곳보다는 여기 중청봉에서 더욱 보기가 좋을 것 같았다.
한동안 넋을 잃고 보다가..
계획했던 하산시간이 있어서..
대청봉으로 발을 돌렸다.
대청봉 도착..
이제 여러번 왔다고 해도 좋을 만큼 왔던 대청봉이라..
그리 큰 감회는 없었지만...
동쪽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또다른 감회가 생겼다.
음...
아무리 쳐다봐다 구름 사이로 슬쩍 내민 태양은 고양이 눈을
닮았다는 것 이외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
나의 감성이 메말라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저게 수억년전부터 태오르고 있는 태양이더냐...
우리 생명의 원천 태양이더 말이냐..
아.. 태양.. 비싸게 구는구나..
잠시 모습을 비추더니만..
그만.. 온통 구름들이 몰려와.. 그를 가려버렸구나..
이젠 다시 하산의 길이로다...
대충 초코바로 아침을 때우고...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하산길을 한계령길로 초행길이었다.
비록 하산길이지만, 오르막도 많아서..
그리 만만한 길은 아니다...
중청대피소에서 잠을 지샌 이들 중에 내가 가장 먼저..
하산하는 듯하다.
왜냐면.. 그들은 전부 아침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6시 정각 대청봉을 출발...
쉬엄쉬엄 경치를 보면서 내려오려 했지만,
어디서 날아든 운무인지..
사방을 잔뜩 채어버렸다.
아직 의문이 하나 있다..
정말.. 내가
날 수 없는 것인가?
모르는 일이다...
아직 시도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일을..
상식적인 개념으로..
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모른다.
남들에게 없는 능력인 날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을지..
남들에게 없는 빠른 발을 가진 사람들도 있고..
남들에게 없는 영특한 두뇌를 가진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이런저런 잡생각과 함께..
하산했다.
이번에는 한심한 내처지를 될 수 있도록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한계령 하산길...
계곡도 없고... 길도 험해서 그리 추천하고픈 생각은 없다.
만일 날씨가 쾌청하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계령 도착 9시 30분...
예전에 친구들이랑 왔던 한계령 휴게소.. 사방에 전경이 참 좋았는데..
오늘은 운무에 휩싸인 한계령 휴게소였다.
한계령에서 동서울에 오는 버스가 2년전부터 생겨서 운행 중이다.
12700월짜리 표를 사들고...
한계령 찻길 옆에 서서..
그 버스가 오면 손을 들어 세워야 한다.
잘못 자칫 하면 그냥 지나치고 만다.
잘 세워야 한다. 자신있게...
9시 50분 가량 버스를 타고...
열심히 잤다.
이것참.. 무슨 완행버스 같다.
잠에서 깨어보니.. 인제에 서 있더라..
많은 무리의 군인들이 탔다.
또 자다가 깨어보니 홍천이었다...
또 많은 무리의 군인들이 탔다..
그냥 군인이 아니었다.
영광의 제대를 하는 군인들이었다.
그때가 좋았다.
그 녀석들이 또 나를 과거로 돌려보내고 있었다.
다시 어제 읽던 책을 집어들었다.
이제 100여페이지 남았다.
자다가 보다가...
비가 오기 시작한다.
서울에 가까이 오면서 그 빗줄기는 예사롭지가 않다.
된장.. 오늘은 비가 안 온다고 했건만..
오후 1시 30분 동서울 도착..
나의 2003 설악산 여행도 끝이 났다.
서울 도착해서 생각해 보니까.
2003년 8월 27일의 태양을 본 몇 안되는 한국사람중에..
한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기분좋게 만든다.
어제와 달리 무지하게 아름답고, 황홀했던 거 아는 사람이 몇명 안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