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살포와 화물차 에어컨
더운 여름철에 농사일을 하다가 더우면 나무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한다. 이러한 휴식은 농촌에서 흔한 일이다. 일하다 쉬려면 마땅히 휴식을 취할 장소가 없으니 나무 그늘 아래로 찾는다.
우리 감 밭에는 80년생이 넘는 큰 감나무가 있는데, 자주 큰 감나무 밑에 휴식을 취하고 명상에 잠긴다. 이 큰 감나무는 수고를 낮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키웠다. 그렇기 때문에 청도에서는 가장 키가 큰 감나무에 들어간다. 왜, 감나무 고장 청도에서 군전체가 수고 낮추기 운동을 하는데, 고집스럽게 현 상태를 보존하는 고 하니, 내가 감전문 농약사를 30년 넘게 운영하고 있고, 고로 감나무에 특별한 정이 있기 때문이고, 모두가 수고를 낮춘다면 훗날 사람들이 감나무 크기를 알 수가 없을 것 같아, 나라도 큰 감나무를 보존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자연 방임형으로 방치한다. 주변인들은 감나무 키가 너무 크다고 톱으로 자르라고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휴식과 명상의 좋은 공간조건이 있지만 나는 감 밭에 농약을 치다가 화물차에 에어콘을 틀고 몸을 차갑게 식혔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감 밭에 혼자 농약을 1000L(5섬)을 살포하니까 더워서 죽을 지경이다. 할 수 없어서 화물차에 올라 타 에어컨을 켜고 몸을 식히다가 다시 농약을 살포했다, 이런 동작을 3번이나 하니 농약을 다 살포할 수 있었다. 통상 경운기로 5섬을 농약살포하면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우린 SS 농약 살포기계가 없어 손으로 친다.
농약 살포시에 비옷(방제복 )을 입고하기 때문에 땀이 줄줄 흐르며 더위가 더 심하다.
작년까지는 더워도 혼자 농약을 살포 했는데 올해는 체력이 떨어져 도저히 계속 농약살포를 못하겠더라.
심리적 작용도 했는지 모르지, 전 30년 된 화물차는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다. 에어컨 작동이 되지 않은 지가 아마 7, 8년은 되었는 것 같은데 이것도 정확한 수치가 아니다. 언제부터 에어컨이 작동 되지 않은 지도 모르겠다. 대략 7,8년이고 10년이 된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농촌에 사니까 장시간 운행할 조건도 아니고, 더우면 창문을 열고 운행하면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니까 무식하게 에어컨 없이도 살아왔다.
24년 5월 이전 화물차는 30년이 된 고물차이고, 이차는 결국 5월에 폐차처리 했다. 그리고 5월에 교체된 새 차 같은 중고차 포터인데, 이 차 성능이 괜찮다, 특히 에어컨이 시원하게 잘 나온다. 에어컨을 틀고 잠시만 있어도 몸이 시원해지고 냉기가 온 몸을 차갑게 한다.
덥다고 에어컨에 들어가 몸을 식히고 농약을 치는 나라는 존재가 뭔가.
돈을 벌기 위해서 농약을 치나, 생각해보니 이것도 아니다. 감 농사가 이 것 저 것 다 지하고 나면 크게 남는 것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농약을 치고 살인적인 더위를 감수하면서 농약을 치나.
일하는 나도 모르겠다.
일거리가 목전에 있으니까 일 할 뿐이다. 이것이 나의 일하는 명분인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농사짓는 농민이 별로 없을 것이다 있다면 숙명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고령의 노인 밖에 없을 것이다. 이게 현 농촌의 현실이다. 흔히 돈을 벌려면 도시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큰돈을 벌수가 있고, 대도시로 나가야 큰 명성도 얻고 출세도 한다. 촌에 처박혀 있으면 입에 풀칠이나 하고 하루하루 시간만 보내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일을 해보니까 힘에 부딪치더라. 우째 이 일을 할까 생각하다가 보면 일이 마무리가 되더라.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농약살포는 항상 나 혼자 한다. 농약 호수 줄 잡아줄 사람도 없다.
그러니 호수 줄이 풀에 걸려 당겨 오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고, 농약 치다가 호수 줄이 터지는 등, 농약살포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전에는 농약살포에 이상이 생기면 재빠르게 달여 갔는데 이제는 천천히 걸어간다. 농약을 허비해봐야 한말(20L) 더 하겠느냐고 걸어간다. 전에는 농약이 아까와 뛰어갈 때와는 영 딴 판이다, 이토록 내가 나이가 든 모양이다.
농약업을 30년 이상하면서 농약을 판매하는데 내가 취급하는 농약이 효력이 어느 정도 되는가. 시험을 해보는 의미도 있다. 물론 농약은 한 개의 품목이 출시되려면 적어도 10여 년간 연구와 시험 결과로 시판되는데 그래도 농업현장에서는 그 농약의 약효가 문제가 된다. 농약공급회사에서는 효과가 좋다고 선전하지만 막상 농민이 사용해보면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또 지역에 따라 효과도 차이도 난다.
이런 저런 경우를 생각하면, 농약을 살포하는 과정에 내가 더우면 농민들도 덮고, 내가 죽을 지경이면 농민들도 죽을 지경이다. 내가 농사지어 출하하면 가격이 너무 싸 낙담을 하면 농민들도 똑 같다. 그러니 농약업하는 나와 농민들의 맘은 똑 같다.
고로 내가 농약을 살포해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농약살포하는 것은 농약효과를 시험하는 정도를 넘어 농산물 생산성과 수익성을 검토해봐야 한다. 농업생산의 경제성을 생각하면 큰 이윤이 없는 것이 농업생산 현실이다. 이런 저런 것을 고려 해보면 농약살포가 다른 업종에 비하여 큰 이윤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살인적인 더위를 감수하면서 그 독한 농약을 살포를 해야 하는 나는 뭔가 부족한 인간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이다.
땀으로 물귀신이 되어 농약방으로 오는 나에게.
“더위에 우째 약 쳤는교” 하면서 찬물이라도 한 컵 주면 얼마나 좋겠나.
그렇지만 나를 살리고 힘을 솟아나게 하는 것은 마누라가 아니고 화물차 에어컨이다.
2024.8.1.
35도를 넘는 더위에 우의를 입고 농약 치는
부족한 인간 kimsunbee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