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민 선생님, 심규하 선생님, 서창준 씨, 김영심 아가
그리고 저 다섯이서
속닥한 번개 답사 잘 다녀왔습니다.
그 전 날, 봄 가뭄을 완전히 해갈 할 봄비가 많이 올 거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답사를 취소해야 하지 않을까 염려하셨던
charming 한 어떤 분의 기우와는 달리
왠 걸! 날씨가 어찌나 좋은지...
우린 따스한 햇살과 산들거리는 바람 사이로
봄과 여름 사이를 오가며 여행을 즐겼답니다.
아침 일찍 정약용 생가와 묘소
-떼 입히느라 '입장 금지' 띠가 둘러쳐져 있었지만, 그 띠를 슬쩍 젖히고 들어가
제대로 묘소를 둘러보았습니다.- 에 제일 먼저 들렀다가,
한음 이덕형 생가
-공사 중이라 담장 밖에서 목을 쭈욱 빼고 안을 들여다 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와
신도비를 찾았습니다.
이덕형 선생은 난세에 태어나 戰時에 사신으로 분주히 다니며,
고생을 많이 하신 분이시더군요.
제 기억에는 '오성과 한음'하면 영특한 개구장이로 자라
우정이 각별한 분들인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부인도 27~8세에 왜군을 만나 몸을 더럽힐 위기에 처하게 되자
자결을 하셨다고 합니다.
합장한 묘소 앞에 세워진 동자상들이 제 눈엔 특이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조선시대 말기 유학자인 화서 이항로 기념관과 사당, 묘소에 갔습니다.
기념관 앞 구멍가게에서 아저씨 몇 분이 돼지갈비를 굽고 있었는데,
2시가 가까워지도록 점심을 먹지 못한 우리 코 속으로
살금살금 스며드는 그 냄새를 끝내 참지 못해
떠꺼머리 총각이 대표로 고기 한 점을 얻어먹을 요량으로
그 근처까지 접근을 시도했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허탕을 치고 말았지요.
이항로 선생은 대원군 앞에서 문호 개방을 적극 반대한
깐깐한 유학자셨던 걸로 제게 느껴졌습니다.
그 다음, 우리는 사나사에 들렀습니다.
오후 햇살에 반짝이며 온 산을 연두빛으로 물들인 잎새들과,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찾아간 사나사,
들어가는 계곡이 어찌나 예쁜지
다 함께 계곡에 내려가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잠시 쉬기도 했답니다.
사나사는 일주문을 봉은사에서 옮겨왔다고 하는데,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절 마당에서 영심씨에게 포교활동을 펼치던 젊은 스님이
툇마루에 앉아 연신 핸드폰으로 수다를 떠는 모습도 우리 눈엔 특이했지요.
돌아오는 길엔
곤지암 소머리 국밥의 원조, 최미자 할머니 가게에서 맛있는 소머리 국밥도 먹고,
꽉 막힌 도로 사정을 핑계로
우리 동네-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추곡리- 이장님이 하는 굿타임 노래방에 가서
2시간 남짓 노래를 불렀습니다.
남성 가수들의 열창이 놀라웠지요.
최신곡을 넘나드는, 그리고 뽕짝과 발라드를 뛰어 넘어
막힘없이 흘러나오는 멋진 목소리에
입이 그만 떡! 벌어졌으니까요.
특히 그 날의 가수 S모 씨...
노래방 안 갔더라면 다들 큰 손해 볼 뻔 했습니다.
아! 그러는 사이 오후 4시쯤이면 서울 돌아온다고 하셨던
차 민 선생님의 조촐한 계획은 깡그리 무너져
막 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허겁지겁 쌔앵~ 달려 서울에 돌아온 시각이 11시 반쯤 되었나?
영심 아기는 끝내 막 철을 놓쳐 버스를 타고 들어갔다는군요 글쎄...
다음날 7시 반까지 출근해야 된다고 했는데, 원!
이렇게 첫 번개 답사는 무사히 그리고 유쾌하게 끝났습니다.
하하하...
첫댓글 크크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바뻐서 읽는 것만으로 오늘은 만족해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
답사 다녀와서 한 결심! '얼릉 돈 벌어 9인승 봉고 한 대 사야겄다.'
후기 잘보았습니다. 저도 좀 차분히 그날을 생각해 봐야겟습니다. 잊지 않게요... 내일은 편안한 휴일 되시길 ......
시집, 장가 안 간 어린이들...모두 행복한 어린이날 맞으세요~
장문의 답사후기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나하나 정리해 주셔서 기억이 새롭군요. 답글이 너무 일렀죠!
번개답사라. 그거 대단히 매력적인데요. 언제 저도 한 번...
와,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번개처럼 다녀오는 답사라... 조만간 또 한 번의 기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서해안 회집으로...혹은 동해안 밤 바다로...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네요. 차량 준비는 제가 하겠습니다. 7명은 책임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