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철도박물관이 있고 일본에도 교통박물관이 있듯이 중국에도 철도박물관이 있습니다. 정식 명칭이 중국철도박물관인 이 박물관은 비교적 최근인 2002년 11월 2일 개관(?)한 국가급(국립) 박물관으로 2만여 평방미터의 넓은 공간에 다양한 철도차량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본 고에서는 중국철도박물관의 개략적인 소개와 함께, 우리 철도박물관에 주는 시사점 등을 간단히 논해 보고자 합니다.
1. 중국철도박물관 찾아가기
중국철도박물관은 베이징시 북서쪽 우환루(五環路:5번째 순환도로) 외측방의 셔우두(首都)국제공항 가는 길 중간쯤... 띠산즈(大山子) 부근에 위치합니다. 시내로부터 얼환루(二環路), 싼환루(三環路), 쓰환루(四環路) 로 나가는 베이징시 가로구조를 감안하면, 우환루 외측이란 상당한 외곽지역이라 할 수 있지요. 시내버스 403路나 629路를 타고 종점(!)인 환싱티에루(環行鐵路)에서 하차, 10분여를 걸어가야 합니다.
의왕역에서 철도박물관 가는 길과 비슷한 분위기의, 중국철도박물관 가는 길.
중국철도박물관의 입지 조건을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나라 의왕철도박물관과 비슷한 것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첫번째 공통점은, 일단 시 외곽은 둘째치고, 버스종점 근처라는 것인데... 버스종점이든 철도박물관이든 간에 지대가 싼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시설이라 그런가 봅니다. ^^ 두번째 공통점은, 두 철도박물관 모두 국책철도연구기관과 담장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철도과학원 (CARS) 동부분원이 바로 이웃에 위치합니다.
버스종점의 이름인 환싱티에루(環行鐵路)는 이 CARS동부분원에서 유래합니다. CARS동부분원은 각종 철도차량의 시험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아시아지역에서 유일하게 실차 주행시험 전용의 트랙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시험 선로가 직경 9公里(km)에 달하는 거대한 원형(환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때문에 환싱티에루(환행철로) 로 불리고 있는 것이지요. 철도박물관도 크게 보면 이 거대한 시험시설의 일부입니다 ^^
구글어스를 통해 본 거대한 환싱티에루.
2. 대륙적 스케일의 철도박물관
버스에서 내려 10여분을 걸어가니 중국철도박물관 정문이 나타납니다. 이 정문에서도 10분여를 더 걸어들어가야 비로소 진짜 입구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_-
중국철도박물관 정문. 여기서도 저 멀리 보이는 퍼런 건물(차량전시관)까지 걸어들어가야 한다.
땡볕 속에 또 한참을 걸어 도착한 진짜 입구에서 경비원들에게 '참관' 이라고 말하고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하여튼 땅덩어리 자체는 대륙적 스케일에 맞게 거대합니다. -_- 안쪽의 거대한 항공기 격납고 또는 정비창같이 생긴 건물이 차량전시관으로, 전시관 입구 계단에 걸터앉아 잡담을 나누고 계시던 할머니 두 분이 역시 '참관?'이냐고 말을 걸어 옵니다. 역시 그렇다고 대답하자 표 사려면 이쪽으로 오라고 하시는군요.
입장료는 성인 20위안이나, 학생은 50%가 할인된 10위안입니다. 중국의 대부분 박물관이나 공원은 학생증(대학)을 내밀면 半票 또는 할인된 표를 살 수 있습니다. 중국학생증이나 국제학생증이 통용되며, 한국학생증이 먹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철저하게 규정을 적용하는 편은 아니라 대체로 된다고들 합니다만...
수금통이라던가 여러가지 보아 하니 규모에 비해 평소 그리 많은 방문객이 방문하는 시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수금통이 텅텅 빈 것이 아무래도 그날의 첫 손님인 듯 싶군요.^^ 역시 박물관이든 철도역이든 간에 일단 접근성이 좋아야 많은 이용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모양입니다. ^^
거대한 차량전시관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차량전시관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합니다. 차량전시관은 세로길이는 약 300m 가로길이는 70m 정도 가까 되는 거대한 격납고형 건물로, 구내에 300m 길이 철로가 8개선 놓여 있으며 여기에 약 60여량 정도의 각종 기관차, 객차, 화차들이 빼곡히 들어차있습니다. 증기기관차만 27대(직접 세어본 결과. 오차가 있을 수 있음)에 이르릅니다.
현재 전국 각지에 흩어져 보존되고 있는 우리나라 증기기관차를 모두 합쳐도 18대밖에 되지 않고, 일본의 최대의 증기기관차 전문 박물관인 우메코지 박물관에 전시된 증기기관차가 17대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한 곳에 27대의 증기기관차가 모여 있는 광경이란 세계적으로도 대단히 진귀한 진풍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중국은 비교적 최근까지 증기기관차를 생산 (1988년) 및 운용하였고, 그 덕택에 많은 증기기관차들이 매우 양호한 상태로 보존되어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몇몇 기관차는 아직까지도 윤활유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당장이라도 불을 때면 달려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
- 2편에서 계속.
첫댓글 해외철도 게시판 2009번 게시물 스크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