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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장락산( 635m)
청평호 뱃길로 다녀오는 길 트여
장락산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과 강원도 홍천군 서면 경계인 널미재 북쪽에 자리한 산이다. 널미재에서 북으로 뻗은 장락산 능선은 약 7km 거리인 왕터산에 이르러 여맥을 홍천강에 가라앉힌다.
장락산 산행은 널미재를 기점으로 정상~깃대봉~화채봉을 지난 삼거리에서 서쪽 앞버덩골을 경유해 홍천강변 이지펜션 나루터로 하산하는 코스가 정석이다.
이지펜션 나루터에서 남쪽 비좁은 길을 따라 약 1.5km 거리인 미사2리 새마을회관 종점까지 걸어 나와야 한다. 하산 후 지친 상태에서 뙤약볕을 쪼이며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길을 1.5km 가량 걸어 나온다는 것은 번거롭고 짜증나는 일이다.
버스를 대절하는 안내등산의 경우에도 미사2리 새마을회관 버스종점까지만 운행이 가능하다. 이후로는 승용차도 교행이 안 될 정도로 비좁은 길이다. 미사리에서도 오후 5시30분 버스가 설악행 막차이기 때문에 귀경시간을 맞추기 힘들어 정상과 깃대봉 사이 이정표 삼거리에서 장락분교로 하산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불편한 귀경길을 시원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생겼다. 이지펜션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청평댐과 가까운 양진나루로 나오는 것이다. 배를 타고 나오는 동안 홍천강~북한강~청평호 물살을 가르며 1시간 가까이 선상에서 장락산을 뒤돌아보게 된다. 여기에다 뱃길 양쪽으로 펼쳐지는 강과 호반을 에워싼 예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경관들을 눈요기하는 즐거움이 따른다. 이 코스는 최근 동서남북산악회(회장 백승노) 회원들이 개발했다.
널미재에서 장락산 오름길은 두 곳이 있다. 고갯마루에서 동쪽 홍천땅으로 약 40m 거리에 있는 '널미재' 비석 뒤편 미루나무숲으로 들어가는 길과, 널미재 오르기 전 방일해장국 동쪽 40m 거리 푯말(↑장락산 정상 3.50km)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
두 길은 10분 거리 푯말 삼거리(←하산 0.50km, 장락산 3.00km→ 푯말)에서 만난다. 이어 능선길로 35분 가량 오르면 삼각점(용두 21)이 있는 지형 도상 장락산 정상(627.3m봉)에 닿는다. 이 봉우리는 주변이 숲으로 에워싸여 전혀 조망이 안 된다.
627.3m봉에서 25분 더 가면 실제 정상인 635m봉에 닿는다. 실제 정상에는 가평군에서 정상비석을 세워 놓았다. 이곳 또한 사방이 나무들로 에워싸여 조망이 안 된다. 정상비석 옆에 서서 기념사진이나 찍는 장소에 불과하다.
이어 북릉으로 들어서서 1시간 거리에 이르면 미사리 방면 길이 있는 안부 삼거리에 닿는다. 가평군에서 세운 푯말(↑왕터산 4.35km, 장락산 2.40km↓)과 미사리 주민들이 세운 푯말(←미사리 2km)이 있다.
계속 북릉을 타고 25분 가면 깃대봉(삼각점 용두 303)에 오른다. 여기 정상에서도 조망은 괜찮지만, 북쪽 30m 거리 전망바위로 나서면 더욱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남으로는 장락산 정상 뒤로 용문산이 보인다. 정상 오른쪽 뒤 멀리로는 어비산 유명산 화야산, 남서쪽으로는 곡달산이 눈에 와 닿는다.
서쪽으로는 북한강과 청평호 건너로 뾰루봉과 호명산이 조망된다. 그 뒤로는 깃대봉과 축령산이, 북서로는 칼봉 약수봉 매봉 연인산 운악산이 보인다. 북으로는 홍천강 건너로 가평읍과 함께 명지산 화악산 응봉 등 이 하늘금을 이룬다.
깃대봉 전망바위를 뒤로하고 20분 가면 화채봉에 닿는다. 암봉인 화채봉도 깃대봉 못지않은 조망이 펼쳐지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서쪽 아래 미사2리가 샅샅이 조망된다. 미사리 뒤로는 남이섬에서 흘러오는 북한강과 합수되는 홍천강 풍광이 한 폭 그림처럼 펼쳐진다.
하산 길은 오른쪽(북동쪽) 길이다. 왼쪽 길은 절벽을 통과하므로 매우 위험하다. 오른쪽 급사면을 10분 내려서면 삼거리 안부에 닿는다. 안부에서 서쪽 계곡길은 앞버덩골을 경유해 이지펜션으로 이어진다. 귀경길 시간을 아끼기 위해 대부분 이곳에서 하산한다.
왕터산은 안부에서 계속 북쪽 능선을 탄다. 7~8분 거리인 416m봉을 넘어 5분 내려가면 서쪽 도장골 방면 길과 만나는 안부에 닿는다. 안부에서 암릉길로 5분 오르면 남쪽 화채봉과 서북쪽 홍천강이 조망되는 전망바위에 닿는다. 바위를 뒤로하고 5~6분 더 오르면 왕터산 정상(↓왕터산 6.75km, 도장골 2.60km↑ 푯말)이다. 정상에서는 전혀 조망이 안 된다. 정상에서 도장골 화살표 방면(북쪽)으로는 방향도 틀리고 길도 없다. 북동쪽 마곡리 떼내 마을 방면으로만 산길이 있다.
하산은 다시 남쪽 안부로 되내려와(7분 소요) 서쪽 지능선을 타고 내린다. 3~4분 내려오면 285m봉 직전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안부에서 왼쪽은 앞버덩골~이지펜션으로, 오른쪽 길은 도장골로 가는 길이다. 도장골 방면 길이 호젓하고 운치 있다.
태고적 자연미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도장골 계곡길로 30분 내려오면 오래된 기와집에 닿는다. 기와집 옆에는 도자기를 굽던 가마터가 남아 있다. 이 도자기터 때문에 이 골짜기 이름이 도자기골로 불리었는데, 도장골로 잘못 전해진 것이다.
일명 도장골 할머니집으로 불리는 기와집은 미사리에서 들어오는 승용차길이 끝나는 지점이다. 도장골 할머니집에서 남쪽 강변길로 15분 나오면(약 0.7km) 이지펜션이다.
널미재를 출발하여 정상~깃대봉~화채봉~왕터산~도장골을 경유해 이지펜션으로 내려서는 산행거리는 약 10km로, 6시간30분 안팎이 소요된다.
*왕터산 도장골 산 증인 우귀예 할머니
도장골 우귀예(87) 할머니는 60여 년 전 미사리 끝 마을인 도장골 입구 강변에 정착한 분이다. 당시에는 왕터산 자락과 도장골 주변에는 화전민 몇 가구만 살았다. 할머니는 이곳에서 4남매를 낳아 키웠다.
60년 전 이곳에 사발을 굽는 가마터가 있었다는 얘기를 해주신 할머니께 "어떻게 60대로 보입니까?" 라고 묻자 "시집 올 때 구루무 처음이자 딱 한 번 발라본 이후 화장품이라곤 전혀 발라 본 적 없지, 그냥 강바람에다 자연 그대로 둔 얼굴이라 건강한거지" 라는 말에 이어 "공기 좋은 이곳에서 아직 감기 한 번 안 걸려 본 것이 건강비결" 이라고 하신다.
할머니집 앞 강변에도 나루터가 있다. 그래서 저 나루터는 왜 있느냐고 물었다. "옛날 여기는 학교가 없어 아이들이 양진초교(고성리)엘 다녔어. 배타고 다녔지. 그 때 우리 애들도 배 타고 학교를 다녔으니까 집 앞에 나루가 있는 거지. 요즘으로 치면 자가용 주차장이란 말이야" 하신다.
"양진나루에서 뜨는 청평페리호는 타 보셨어요?"라는 질문에는 "아, 그 배-. 선장 호근이가 나한테 할머니라 불러. 그 배가 본래 여기 애들 학교 갈 때 통학하는 배였어. 그런데 다 떠나고 학교 갈 애들 없어지니까 그 배를 팔더라고. 그래서 그 배를 내 둘째 아들 노한상이가 샀어. 호근이가 한상이 집안이니까 호근이가 내 조카지" 라며 청평페리호의 내력을 털어 놓으신다.
노한상씨는 현재 왕터산 왕터나루 북쪽 강 건너 춘천땅인 박암리 왕터연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할머니는 집에 불상을 모시고 있는 불교신자에다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신다. 식사를 하고 가라는 고집을 뿌리치고 발길을 옮기는데 "왕터산에 등산 올 때 청평페리호 타는 거 나한테 전화해도 돼. 호근이한테 배 대라고 내가 말할께" 라는 말씀이 귓전에 들려왔다.
*교통
서울→설악 청량리역 앞 버스환승정류소에서 1330-5번 좌석버스 1시간 간격(06:20~22:00)으로 운행. 청평 경유. 요금 1,800원. 상봉터미널에서 1일 8회(08:00~20:05) 운행하는 유명산행, 1일 5회(06:50~19:30) 운행하는 모곡행 버스 이용. 요금 5,100원.
열차편 청량리역에서 1일 19회(06:15~22:20) 운행하는 남춘천행 하행선 이용, 청평역에서 하차. 요금 3,100원.
청평-설악 수시 운행.
설악→미사리 1일 5회(08:25, 11:00, 13:05, 17:10, 19:55) 운행. 요금 1,250원. 19:30편 버스는 종점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 09:00에 나감.
미사리→설악 1일 4회(09:00, 11:30, 13:30, 17:30) 운행. 설악 터미널 안내전화 031-584-7072.
청평→고성리 양진나루 버스터미널에서 1일 6회(06:30, 09:00, 11:30, 15:20, 17:30, 18:40) 운행. 요금 2,100원. 약 30분 소요.
고성리 양진나루→청평 1일 6회(07:00, 09:30, 12:00, 15:50, 18:00, 19:10) 운행. 청평 시내버스 안내전화 031-585-7242(진흥고속).
양진나루→왕터나루 청평페리호 출항시간 일요일·휴일 1일 2회(10:00, 12:30). 배삯 어른 왕복 9,000원. 어린이 4,500원. 1시간20분 소요. 평일 15인 이상 예약시 수시 운항.
왕터산 아래 나루터로 하산, 배를 타고 양진나루로 나오는 경우 반드시 청평페리호 선장과 예약되어 있어야 한다. 15인 이상이면 양진나루에서 왕터산 아래 나루터들로 배로 들어가 산행을 즐기고, 다시 나루터로 하산, 배편으로 다시 양진나루도 나올 수 있다. 예약전화 박호근 선장 031-584-0232, 휴대폰 011-707-0232.
*숙식
미사리 왕터산 도장골 입구 전통한옥펜션 팜카티지(0505-584-7279), 팜카티지 남쪽의 산울로수상스키(031-585-5540), 이지펜션(031-584-6775·011-302-9034), 미사2리 새마을회관 북쪽 왕터산 이정표 옆 도원펜션(585-5006) 등이 있다. 팜카티지의 경우 반드시 식사준비를 해가야 한다. 취사 가능.
유명산 방면 갈림길 왼쪽으로 있는 금강산막국수(031-585-7708), 버스터미널 맞은편 아구찜 전문 해물나라(585-8333)가 인기 있다. 3대째 영업 중인 금강산막국수에서 막국수(5,000원), 녹두지짐(6,000원), 메밀지짐(4,000원), 편육(9,000원), 김치보쌈(대 33,000원, 중 25,000원, 소 17,000원), 동동주(5,000원) 등을 판다. 널미재에서는 방일해장국(584-3116)이 괜찮다.
글쓴이:박영래 객원기자
가평 장락산(627m)
청평호수 조망이 일품인 산
경기의 명산, 용문산(1,157m)에 올라 북쪽을 보면 산줄기 하나가 곧게 뻗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용문산 줄기가 키를 낮춰 봉미산(855.6m)을 지나고 보리산(622m)에서 조금 휘어 널미재(366.7m)를 넘는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다. 청평호수가 경기도와 강원도를 잇는 도로를 삼켜버려서, 경기도 설악에서 강원도 모곡을 넘는 유일한 고개다. 널미재에서 장락산 산행은 시작된다.
철조망 사이로 난 산길은 된비알 오르기를 잠시, 잣나무가 빼곡하고 펑퍼짐한 능선이 이어진다. 호수가 만든 오지, 산객이 들지 않을 것 같던 이 산에도 생각과는 달리 길은 잘 나있다.
잣나무 조림지가 끝나고 된비알이 이어진다. 잡으면 구를 것 같은 흰바위들이 일렬로 서있다. 밧줄이 있어 잡고 오르게 되어있다. 한겨울이면 빙벽등반을 해야 할만큼 급하던 비탈 끝에 하늘이 보인다. 정상이 멀지 않다. 반듯반듯한 차돌이 정원석을 세워놓은 풍경이다. 능선이 순해지고 진달래나무가 늘어섰다.
키 큰 나무가 둘러선 정상에 섰다. 지도상에 627.3m라고 표기되어 있는 봉우리다. 정상이란 표시는 아무 것도 없다. 삼각점이 박혀있고 안내판 하나가 옆에 서 있을 뿐 사방을 훑어보니보이는 것도 없다. 조망이 시원치 않다.
'용두 21, 높이 약 627m' 2005년에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세운 안내판이다. 여기가 장락산의 정상이다. 분명하다.
옛 선인들은 용문산을 용으로 봤던 모양이다. 용문산을 용의 몸통으로 봤을 때, 머리는 청운면 용두리('용머리' 라고 부름)이고 용의 목은 단월면 비솔고개가 된다. 용의 발이 있는 지는 알 수 없으나, 발이 있다면 왼발의 끝부분이 장락산이 될 것이다. 오른발은 남쪽 백운봉(940m)이 되겠고 꼬리는 유명산(862m), 청계산(658.4m)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 줄기이겠다. 두물머리(양수리)가 용의 꼬리 끝이 된다. 그리고 용문이란 용의 생식기를 일컫는 말일 것이다. 은행이 많이 달리는 용문사의 은행나무가 있는 곳이 용(龍)의 문(門)이 될 것이다. 용이 공룡의 형상을 닮았다고 가정한다면 더욱 흡사하지 않을까.
선인들은 땅 모양을 어찌 알고 이 멋진 이름을 지었을까. 비행기도 없던 시절에.
용의 발 끝부분이 되는 장락산은 바위봉이 길게 이어지고 양쪽으로 벼랑을 이뤄 함부로 내려가기 어렵게 되어 있다. 고만고만한 봉우리가 늘어서 있고 봉우리를 잇는 산길은 외길이다. 산줄기 끝에 왕터산(413m)이 솟구치고 홍천강으로 잠수한다. 이 산줄기를 지도에는 '장락산맥' 이라 표기된 것도 있다. 높이가 627.3m밖에 안되고 길이가 12km에 불과한 산줄기에 산맥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는 무엇일까.
참나무가 울창한 능선을 더듬어 나갔다. 머루가 소나무를 타고 올라가 열매를 맺었고 가래나무도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를 햇볕 쏘이고 있다. 참나리도 활짝피어 환한 모습으로 산객을 맞고 있다. 개능이(버섯)가 시커먼 침을 세우며 솟아있어 곧 능이버섯이 나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하다. 산이 손을 타지 않아 깨끗하고 신선한 느낌이다. 산이 살아있는 모습이다.
펑퍼짐한 능선이 이어지고, 오르락내리락하던 산길 옆에 늙은 소나무가 간간히 서있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던 설악면의 벌판도, 모곡의 홍천강변 마을도, 온통 초록빛이다. 청평호수의 물도, 홍천강 강물도 푸르다. 다리 오름이 이어지고 바위를 돌고 돌아 봉우리에 섰다.
사방이 탁 트인 봉우리, 두어 평 되는 빈터에 이 봉우리가 장락산 정상이라는 비석이 서있다. '장락산 627m 가평군 설악면 위곡리 산 22-1'. 1998년 8월에 가평군에서 세운 비석이다. 아니, 그럼 삼각점이 있던 그 봉우리는?
여기는 지도상의 615m. 정상보다 12m가 낮은 봉이다. 정상이 널미재에서 가깝고 조망이 좋지 않아 가평군에서 조망이 뛰어난 615봉을 정상으로 삼은 모양이다. 참 제멋대로 발상이다. 615봉을 627m 높이의 정상이라 우긴다? 웃긴다!
갑자기 '윙윙' 대는 기계소리가 들린다. 바위를 다듬는 소리인 것 같다. 조망이 좋은 바위봉에 올라서니 나무 사이로 거대한 돌집이 보인다. 지붕이 비행장 활주로처럼 보이는 엄청난 크기의 돌집이다. 저 집은 통일교 박물관 건물이다. 통일교 신자들이 '천성산 본전성지' 즉 '참 부모님께서 생활하실 본궁(本宮)' 이라 부르는 건물이다. 통일교 문선명 교주가 살 집이란 얘기다. 북한강 청평호수가 잘 보이는 곳, 장락산 자락의 송산리 일대 800만평이 통일교 땅이란다. 이 산마을의 주민들은 모두 땅 팔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지금 저 넓은 땅에 통일교 성지를 세우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성지 가운데를 지나가는 동서고속도로 공사도 한창이다.
하산이다. 집채만한 바위들이 늘어섰다. 바위를 안고 돌고, 네모난 바위들을 건너뛰며 왕터산(413m)을 향해 내달렸다. 간간이 조망 좋은 바위봉이 있다. 조망이 기막힌 바위봉에 걸터앉았다. 바로 아래 통일교에서 운영하는 학교(초,중,고교, 대학)와 부속 건물이 엄청난 규모로 지어졌다. 지나온 정상 아래는 천성산 '본전성지' 라는 거대한 석조 건물도 잘 보이고, 송산리의 청심병원과 실버타운이라는 건물도 청평호수가에 우뚝하다.
청평호수에서 보트를 즐기는 사람들, 북한강에서 수상스키 타는 사람들, 물고기가 펄떡이는 꼴로 강물을 가르고 있다.
검게 변해가는 하늘이 아무래도 소나기 한줄기 쏟아질 낌새다. 서둘러 능선을 갈랐다. 오르내리기를 수없이 반복해도 고도는 낮아질 줄 모르고 바윗길이 계소된다.
예쁜 소나무가 있는 557봉을 지나고 518봉을 넘었다. 고속도로 공사장이 가까이 보이는 안부 삼거리다. 곧장 나가면 왕터산을 거쳐 홍천강으로 내려가서 온전한 장락산 종주가 된다. 미사리 2km 안내판을 따라 왼쪽 고속도로 공사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급하게 쏟아지는 산비탈, 흰 밧줄을 잡고 꼬꾸라지듯 된비알을 내려선다.
산길은 점점 넓어지더니 길은 물내려가는 골이 되었다. 고속도로 공사장, 휴게소 자리인가, 나들목을 만드는가. 엄청나게 파헤쳐진 공사장을 벗어나기도 전에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왕터산 자락에 걸쳐진 비구름이 장락산으로 막 몰려오고 있었다. 왕터산 자락에 굴 뚫는 기계소리도 점점 더 크게 소리소리 지르고 있다.
장락산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왕터산. '왕이 날 터'가 있다는 산인가! '왕이 묵을 터'가 있다는 산이냐! '왕궁을 지을 터'가 있는 산 이름일까?
아니, '왕이 나타났다'고!
벌써, 산에다 '왕궁을 지었다'고!
무어, '입궁할 때가 됐다'고!!!
*산행길잡이
널미재-(50분)-정상-(70분)-615봉-(90분)-갈림길-(60분)-미사리
장락산 산행은 널미재에서 시작된다. 장락산 능선에는 물이 전혀 없으므로 널미재에서 물을 준비해야 한다. 해장국집 건너편에서 식수를 구할 수 있다. 능선에 들면 길은 외길이다. 마땅한 탈출로도 없다. 518봉을 넘어 삼거리에서 미사리로 내려간다. 고속도로 공사장을 지나 미원초등학교 장락분교 옆으로 내려간다.
충분히 걷기를 원한다면 갈림길에서 똑바로 나가서 왕터산을 오른 후에 홍천강변으로 내려서면 된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종주를 끝낸 후에 홍천강변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겠다. 산행거리는 12km 정도. 여섯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다. 버스를 타기 위해 장락분교까지 걸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능선 어디서건 동쪽 모곡으로 내려설 수 있으나 역시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걸어서 86번 국도까지 나가야 한다.
*교통
서울 상봉동버스터미널에서 설악행 시외버스 이용, 설악에서 위곡리행 버스 이용(1일 4회), 설악에서 모곡행(1일 5회) 이용, 널미재에 하차. 설악에서 미사리행 군내버스(1일 2회) 이용. 미사리 장락분교 앞에서 되돌아 나간다. 미사리에서 택시를 부를 경우 10분 안에 도착한다. 설악까지 8천원 정도(미터기로 계산).
승용차는 국도 46호선으로 청평댐까지 간 후에 신청평대교를 건너 국도 37호선을 탄다. 설악면을 지나 모곡방면으로 널미재에 오른다. 널미재에 주차공간이 있다.
*잘 데와 먹을 데
숙박시설로는 설악면의 설악스파랜드(031-585-6544), 물맑은집(585-1239), 해피하우스(585-3578)가 있다. 널미재 넘어 모곡유원지 근처의 모텔을 이용할 수 있다. 미사리에는 숙박시설이 없다. 홍천강변에서 야영하며 하룻밤을 지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널미재 마루에 방일해장국집(584-5285), 2km 아래에 오리구이를 하는 고향나들이집이 있다. 미사리 버스종점의 장락산골의 추어탕(6,000원)과 막국수(4,000원)도 먹을 만하다.
*볼거리
청평호반은 가평팔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아름다운 호수다. 수상스키를 즐길 수 있고 번지점프도 할 수 있는 수상레저의 천국이다. 문선명 교주도 낚시하러 다니다가 통일성지터(통일교연수원)를 발견하고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설악면 창의리의 보호수는 1480년에 심은 것으로 알려진 느티나무. 높이가 28m, 둘레가 7m이다. 도로변에 있어 마을 사람들의 휴식공간이 된다.
북한강과 홍천강이 만나는 미사리부터 협곡을 이룬 홍천강변은 전체가 유원지라 할 만하다. 마곡명사십리(가정유원지), 밤벌유원지(소남이섬), 모곡유원지 등 '산태극수태극'을 이루는 절경이 여름철 피서객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