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혹자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레골라스로 나왔던
'올란도 블룸' 이야긴가? 하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설마 그럴리는 없잖아.
세상에... 92년도면 도대체 언제야... 내가 중학생때였군.
그때는 저녁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라디오를 듣는게 삶의 낙이었는데
라디오 청취의 끝을 마무리 짓는 프로그램은 역시 영화음악실
왜 영화 음악실의 앞에는 항상 누구누구의 영화음악실이라고
프로그램 진행하던 아나운서나 사람의 이름이 붙는데... 당시
내가 올란도의 테마음악과 (이 테마음악 가사가 상당히 의미심장한데
찾고 싶어도 주제곡 조차 몰라서 찾을 수가 없다. 엔딩 크레딧
올라갈때 케이블 티비라서 바로 끊어버리더라!!!)
당시엔 귀로 듣는 영화라고 해서 일요일 마다 영화 줄거리를 영화 속의
실제 대사들과 함께 아나운서가 나레이션 형식으로 들려주던 때가
있었는데 어쨌든 그 것을 듣고 아 이영화 꼭 봐야 겠다고
생각했었더랬다.
그로부터 11년 후...
어제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다가 정말 우연한 기회에
케이블 티비 영화 채널에서 이 영화가 하는 것을 발견했다.
비록 앞부분을 놓친 상태긴 했지만 11년 전 나이나 금전적인 문제로
관람을 포기해야만 했던 영화를 안방에서 보게 될 줄은 정말
11년 전의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영화는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적잖이 황당무계하지만
의미심장한 영화로 '버지니아 울프'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다.
네이버에서 퍼온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아름다운 귀족 소년 올란도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역의 배우는 남자다!)의 '죽지도 말고 시들지도 말라'는 축복을 받는다. 이후 사랑과 문학과 모험을 누리던 남자로 2백년을 보낸 후 아랍에서 전쟁에 휘말리던 어느 날 밤 여자로 변하여 재산과 지위를 위협받지만(이 부분이 새크빌-웨스트의 실화라고 한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고, 보내며 임신한다. 결국 올란도는 400년의 인생 끝에 딸을 가진 현대 독신 여성으로 삶의 기쁨을 만끽한다.
또 네이버에서 퍼온 작품 해설은
버지니아 울프가 동성애 상대라는 소문이 무성할 정도로 절친했던 비타 새크빌-웨스트에게 바친 '문학사상 가장 길고 찬란한 러브레터'가 영화화되었다. 여기에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의 독립 프로덕션이 힘을 보탰다. 문학, 소년소녀, 성의 정체성 문제에 관심있는 페미니스트 그리고 별난 영화만 찾아다니는 삐딱한 인사들 모두를 위한 영화. 이 줄거리에다 할리우드 주류 제작팀이 손을 댔더라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까 상상해 보면 이 영화가 얼마나 독창적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배우에서부터 가끔씩 관객을 놀래키는 연출까지 하나도 범상한 구석이 없다. 남자 역일 때는 여자 같고 여자 역일 때는 남자 같긴 하지만 틸다 스윈튼 아니면 누가 이 역을 소화했을까 싶다. 막판에 나오는 올란도의 딸(원작에선 아들)은 틸다 스윈튼의 친딸이다.
인터넷 어느 한 구석에서 퍼온 심도있는 작품 해설은
94. <올란도 Orlando>(1992) / 감독: 샐리 포터 96/2/21(수)
<올란도>는 '빅토리아조의 치마를 두른 게릴라 전사'라는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다. 울프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사람은 영국의 페미니스트 감독 샐리 포터. 여성 소설의 대모와 80년대 이후 실험적인 페미니즘 영화를 만들어 오고 있는 여성 감독과의 만남은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낳았다. 포터는 장난스러울 만큼 기지넘치는 울프의 아방가르드 소설을 브레히트적 기법과 만나게 해 그 실험성을 스크린 위에 성공적으로 전환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의 후반부에 20세기를 덧붙여 19세기에서 끝나는 소설을 동시대화했다. 그것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런던 시내를 달리는 올란도와 그의 딸의 당당한 모습을 여성운동의 현지점을 알리는 유쾌한 지표로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
<올란도>는 4백년을 산 그/녀의 이야기로 양성성의 문제를 알레고리적 형식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제목 'Orlando' 자체가 영화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암시하고 있는데 '혹은, Or' 또는 '그리고, and'를 섞어 붙인 주인공의 이름은 남성 혹은 여성, 또는 남성 그리고 여성인 주인공의 이름으로서는 매우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복장 전환과 성적 전도를 통한 양성적 실험을 하면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것을 예시적으로 보여주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은 가장무도회에 초대받은 것 같은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 무도회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기존의 여성성/남성성이 문화적,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사실이다.
4세기에 걸친 수명을 누리게 되는 올란도는 귀족의 자제로 태어난다. 때는 16세기, 성을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려운 복장을 한 미소년 올란도는 러시아인 사샤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가 돌연 러시아로 떠나버리자, 일주일 동안 죽음과 같은 잠에 빠져든다. 그후 시를 쓰려는 노력을 하지만 시인으로서는 3류임을 깨닫게 되자 터키의 대사로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제국주의에 항거하는 폭동이 일어나는 사이, 올란도는 또 깊은 수면에 빠지고 마침내 여성으로 전환된다.
이제 그는 발걸음조차 떼기 힘든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고 18세기의 영국으로 돌아와 여성으로서 억압적인 제도들과 싸우게 된다. 법적으로 남성 올란도가 사망했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재산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판이 벌어지고 그는 귀족으로서 누렸던 모든 특권을 상실하게 된다.
19세기 빅토리아조의 어둠 속에서 그의 양성적 실험은 중단되고 끝내 결혼을 하게 되는데 역설적이게도 모험적인 혁명가와의 결혼은 오히려 그에게 상대적인 자유를 허용하게 된다. 소설과는 달리 여자아이를 잉태한 올란도는 남성이었을 때는 실패했던 글쓰기에 성공하게 되고 딸은 20세기의 소녀답게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관찰한다.
<올란도>에 나타나는 양성성을 남성성/여성성의 유토피아적 통합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이질적인 것이 중첩된 알레고리적 주체성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전자의 경우엔 버지니아 울프를 소박한 낭만주의자로, 후자의 경우엔 그를 급진적 페미니스트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샐리 포터의 영화적 해석은 사실은 다소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다양한 가면들을 보여 주며 여성이 주체로 설 수 있는 공간을 탐색하는 영화 <올란도>는 60년대 이후 지속되는 페미니즘 영화의 귀중한 성과물이다.
<필자: 김소영/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http://movietale.netian.com/100%20blink.html#94
이 영화에 대한 개인 적인 느낌은 이렇다.
과격해지기 쉬운(?) 페미니즘의 화두들을
40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에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직관적으로 전달해준다고나 할까...
우선 올란도가 처음에는 남자였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때
인간의 성별이란 아주 우연한 계기로 정해지는 것이며
인간이란 한 얼굴 앞에 성별은 그저 잠시 짓는 표정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올란도가 남자였다가 김 잠에서 깨어나고 여자가 된 자신을 발견했을때
"변한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변한 것은 성별 뿐"이라는 말과
마지막 주제가의 가사 내용(이거 정말 찾아서 올리고 싶은데...)을
볼 때 그런 생각은 더욱 굳어져 간다.
올란도의 여성 감독 샐리 포터는 한 동안 공백기를 갖다가
'탱고 레슨'이라는 영화를 감독하면서 직접 주연을 했는데
이 영화 포스터가 걸작이다.
탱고를 추는 두 남녀 위로 그림 속의 천사와 씨름한 야곱의 모습이
절묘하게 닮아 있다. 결국 나에게는 포스터 때문에 봐야 할 영화가
되어버렸다.
밑의 글은 간단한 영화 소개
버지니아 울프의 원작 소설 <올란도>를 스크린에 옮겨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여류 감독 샐리 포터가 감독, 각본, 주연을 한 작품으로, 마지막 장면에서는 노래까지 불러 그녀의 화려한 이력을 내재하고 있다. 영화는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로, <올란도>의 성공 이후 헐리우드의 주류가 되고자 했으나 포기해야만 했던 좌절과 공백기에 가졌던 탱고와의 만남이 줄거리다. 영화는 첫번째 레슨에서 12번째 레슨까지 12개의 장으로 나뉘어, 처음에는 단순히 탱고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곧 그것은 삶과 사랑에 대한 레슨과 혼재된다. 영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명 그대로 출연하며 자아의 모습을 반영한다. 영화 감독으로 출연하는 샐리 포터는 물론, 남자 주인공인 파블로 베론 역시 탱고의 본고장인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탱고 댄서다. 전체적으로는 흑백 영화이면서 샐리 포터가 시나리오를 구상 중인 스릴러의 화면은 강렬한 원색의 대비로 표현된다.
http://samady.netian.com/poster19.html
첫댓글 92 년도 영화음악실 이면 "정은임 의 영화음악실" 아닌가... 정은임 때문에 영화광 된 녀석들 꽤 될듯. 나도 그중 하나고. 다시 듣고싶다...그 방송 ㅜ_ㅜ
소설로 읽을 때보다 영화로 볼 때 더 난해했어요. 영화를 잘 모르고 또 별 안즐겨서 그런가봐요. 잘 읽었습니다.
탱고 레슨 포스터 소스가 손상되어서 다른 곳으로 수정했습니다. 저 탱고 레슨 포스터... 정말 보면 볼 수록 사람 감탄하게 만드네요....
아..이 샐리포터가 그 샐리포터구나...바보..-_-;; 꼭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