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서남쪽 끝에 있는 서천.
이렇다할 도로망이 확충되지 않았던 예전에는 한 번 가기 무척 힘들었던 곳이다.
금강하구둑, 서해안고속도로가 연이어 뚫리면서 그나마 교통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일반인에겐 서천이라 하면 그저 멀게만 느껴지는 고장일 뿐이다.
예로부터 교통이 그리 발달하지 못해서였을까,
아니면 철도의 발달에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였을까.
서천터미널은 예나 지금이나 낙후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아직까지도 서울로 가는 직통노선 하나 없을 정도로,
서천터미널은 노선망조차 크게 발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서해안이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충남과 전북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는 서천이 조금씩 부상할 조짐을 보인다.
서천역의 외곽 이설까지 더해지면서 앞으로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에 비해 서천터미널은 좀처럼 제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튀지 않는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그 곳으로 잠시 발걸음을 옮겨본다.
서천터미널 앞은 서천읍의 중심가이다.
인구는 장항읍보다 약간 적은 수준이지만,
금강하구둑이 생기면서 장항의 상권이 군산으로 물밀듯이 빠져나가면서,
다시금 서천의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물론 주변의 군산, 대천, 부여에 비교될 수준까지 발전하지는 못했지만...
몇 십년 동안 발전이 지체되면서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서천읍내.
서천의 중심이 되는 터미널도 읍내와 크게 다른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읍내보다 더욱 낙후된 모습을 하고 있다 할 정도로,
간판을 제외하면 영락없는 60~70년대 터미널 그 때의 그 모습이다.
그나마 건물에는 터미널 간판조차 전혀 달려있지 않아,
지역 주민이 아닌 이상 외부에서 찾아오는게 약간 까다롭기도 하다.
건물 뒤로 펼쳐지는 넓은 박차장만 아니라면,
터미널을 찾는 것은 숲 속에서 다람쥐 찾기처럼 어려운 일일 것이다.
휠체어 하나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골목이 서천터미널의 유일한 입구다.
내부 또한 오랫동안 리모델링 되지 않아 굉장히 낡은 모습을 하고 있다.
바닥은 이미 푹푹 패인지 오래고, 도색과 의자 등등 모든 것이 빛바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더욱이 천장에는 먼지가 시커멓게 쌓인 선풍기까지 달려있으니,
정말로 시간을 한참 전으로 돌려놓은듯한 느낌이다.
터미널 매표소는 매점의 역할을 같이 겸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 교통카드가 보금됨으로 인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매표소.
지금도 무척 한산하고 썰렁한데다 수요 또한 감소 추세인지라 언제 없어질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최소한 매표소라도 있으니 황량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어디를 둘러봐도...
전혀 21세기라는 디지털의 시공간에 서 있는 느낌이 아니다.
20세기의 아날로그적 시공간에 들어와 있는 듯한,
무척 정감가면서도 말로 설명이 힘든 묘한 느낌의 공간이다.
1990년 금강하구둑 연결 전까지만 해도 서천읍은 대전, 대천 등에 생활권이 속했었지만,
하구둑이 연결되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군산 쪽으로 생활권이 쏠리고 있다.
그 때문인지, 군산시내로 연결되는 시외·시내버스가 꽤나 자주 다닌다.
물론 인구에 비례해선 그리 많은 편수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군산에서 생활하기엔 전혀 무리없는 배차간격이다.
충남의 남쪽 끝으로 당당하게 충청권의 범주에 속하는 서천.
금강하구둑 연결 전만 해도 대다수를 차지했던 노선이 부여, 논산행 버스였다.
하구둑 개통 이후로 영향력이 상당수 줄어들긴 했지만 그 명맥은 계속 유지되어,
군산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운행되고 있다.
서천터미널의 낙후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
바로 서울행 직통노선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로 가는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죄다 보령-홍성-천안, 부여-공주-천안을 경유하는 노선들 뿐이다.
말로만 서울행일 뿐 사실상은 충남권 도시들간의 연계를 위한 완행이나 마찬가지다.
그 중 대부분은 비인-주산-웅천-보령(대천)-주교-광천-홍성-예산-아산-천안을 경유하는 노선이고,
일부가 판교-홍산-부여-탄천-공주-천안을 경유하는 노선이다.
위에 소개한 네 개의 노선이 서천의 시외버스를 꽉 휘어잡고 있다.
윗 사진은 열차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보령-홍성방면의 요금표인데,
완행버스의 특성상 국도를 경유하기 때문에 열차에 비해 굉장히 비싼 요금을 받으며,
이 곳 저 곳을 들리느라 목적지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도 더 오래걸린다.
그래서 보령-홍성-예산-아산-천안방면 시외버스는 수시로 운행하지만 열차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실정이다.
그래도 최근 들어서는 서천역이 외곽으로 이설되었으니 경쟁력은 커진 상황이다.
윗 사진이 보령, 홍성방면을 안내했다면,
아랫 사진은 부여, 전주, 논산, 공주방면을 안내하고 있다.
바로 옆 동네인 부여까지만 해도 무려 4,000원이며,
논산 5,200원, 전주 5,600원, 공주까지는 무려 7,800원이나 한다.
이러니 서천 사람들이 주변 지역으로 나가는 일이 쉽지는 않을터.
바로 옆에 붙어있는 군산마저도 2,000원을 받아먹으니 시외버스를 타는 것이 보통 부담되는게 아닐 것이다.
서천터미널은 시외버스와 군내버스를 모두 통괄하는 곳이다.
명색이 군청이 위치한 중심지인지라, 서천군내 곳곳으로 운행하는 모든 버스가 여기로 들어온다.
한산모시와 JSA공동경비구역 촬영지(금강 갈대밭)로 유명한 '한산'행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 외에도 군산까지 운행하는 서천군내버스(72번은 군산 소속),
부여의 홍산행 등등 시계외로 나가는 버스들도 종종 보인다.
한산행과 만만찮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춘장대(비인, 원두, 동백정)방면 버스다.
아름다운 일몰과 방풍림으로 유명한 춘장대해수욕장 덕분에,
춘장대행 버스는 무척 자주 운행하며 비인, 춘장대 모두 대천시내버스와 접한다.
그 외에도 장항행 버스가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는데,
장항역을 들어가는 유일한 시내버스지만 12:20 ~ 01:20, 02:20 ~ 03:50 등등 엄청난 배차의 공백을 보이기도 한다.
서천의 두 쌍벽 서천-장항 연계노선이자 장항읍내에서 장항역까지 연결하는 유일한 노선임에도 불구하고,
배차간격이 그리 좋다고만 볼 수는 없는 수준이다.
화이트보드로 일일이 적어놓는 것 말고도 입구에 또다른 시간표를 붙여놓았다.
하지만 시간표의 변화에 따라 즉각 대응이 가능한 화이트보드와,
변화에 취약한 일반 시간표의 배차간격 차이가 약간 보이기도 해 가끔씩 혼동이 오기도 한다.
터미널 규모가 어찌나 작은지, 승차장도 건물 앞에 임시로 덧댄 형태다.
장기박차를 요하는 지그재그형 승강장은 찾아볼 수도 없으며,
길다란 나무의자를 몇 개 박고 보도블럭만 깔아놓아 아무렇게나 버스를 타게 해놓았다.
몇 십년 동안 전혀 손조차 대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다.
비록 시간은 몇 십년 전에서 멈췄을 지언정,
정체된 시간은 우리에게 버려진 시간의 폭만큼 많은 미덕을 남긴다.
바쁜 세상을 하염없이 쫒아가기만 하는 우리에게,
가끔씩은 옛날 일을 돌아보게 하며 삶의 여유을 안겨주니까.
비단 서천터미널 뿐만 아니라 서천군 전체적으로 시간이 굳어버렸다.
그만큼 발전에서 소외되어 대한민국 역사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역사에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을지언정,
간접적으로나마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느끼게 해준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한 숨 돌리게 만들어준 서천터미널.
그 어느 누구도 서천터미널을 방문한 사람들은 이를 쉽게 잊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조그만 공간에서,
정체된 시간의 미덕(美悳)을 느끼며 다시금 또다른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첫댓글 사진상에서 말해주는 대전은.. 동대전인가요?? 서대전인가요?? 동대전이면.. 서울가실분은 대전에서 환승해서 가는게 빠르겠군요..
저기서 안내하는 대전행은 서부터미널로 가는 버스로서, 서울행 버스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서천-대전까지의 거리가 워낙 먼 관계로 대전까지 직통으로 간다해도 1시간 30분은 소요되죠. -_-;; 차라리 그럴 바엔 열차를 타거나 군산에서 서울행 버스를 타는게 훨씬 빠릅니다.
아! 서대전 직통이군요.. 만약 동대전 직통있더라도 군산이 더 빠르겠군요..
동대전에서 연결 안되는 충남지역 시군지역이 서천.부여.청양인데 그 중 하나입니다.
잘봤습니다 전국 안다니는데가 없으시네요^^ 위에서 일곱번째 사진(시간표)은 전북/전주 시간대 일부를 금남이라 써놓은 것 같아 보이는군요..
옆에 운행하는 회사명이 적힌 것이 맞습니다. 거의 대부분 금남에서 운행하고 일부(군산 종착)만 충남에서 운행하는군요.
휴가나올때 서천터미널을 이용하였는데 그동안 변한것이 전혀 없군요...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잘보았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세 번째 방문했을 때 사진을 남겼는데, 언제 봐도 전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역시 서천군은 철도의 강세군요. 하지만 서천역의 외곽 이설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장항역은 완전 안습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