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양축을 이루는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전총재가 돌아가면서 자식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 분은 아들의 병역문제로 지난 대선에서 타격을 받았습니다. 다른 한 분은 아들 형제의 스캔들 때문에, 그렇지않아도 힘들다는 임기 마지막을 더욱 힘들게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날 김영삼 전대통령도 임기 말에 아들을 감옥에 보내야 했습니다. 박정희 전대통령의 외동 아들은 반복적인 마약 스캔들로 화제를 뿌려왔습니다.
만약 이 네 분이 한 자리에서 대화를 나눈다면 사사건건 의견 충돌을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화제가 자식문제에 이르면 의견이 쉽게 통일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자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탄식에 동의 할 것이고, 두 번째는 무자식 상팔자라는 옛말이 다 일리가 있다는 고백에 동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속담에 자식은 수염과 같다고 합니다. 수염을 기르면 풍채가 근사해 보이지만 시간 날 때마다 관리를 잘해야 하고, 또한 찬물 한잔 마시려 해도 수염이 여간 거추장스러운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자식이 없으면 수염이 없는 것처럼 볼품이 없고 허전한 것이 인생입니다. 또 다른 속담은 아들 셋 둔 부모 도둑 욕하지 말라고 합니다. 아들 셋을 키우다 보면 그 중에서 도둑 하나 나오지 않는다는 법이 없으니 자식 교육에 충실하라는 경계의 말이면서 동시에 자식 키우는 사람은 결코 남의 자식문제에 입 찬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똑똑한 국가 경영에 나선 지도자들마저 가정경영에서는 왜 맥을 못 추는 것일까요?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생각할 문제입니다. 대통령가의 문제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증발해 버린 가장의 역할에 경종을 울려 왔습니다. 바쁜 일상에 쫓겨 집에서는 잠만 자고 나가는 이른바 하숙생 아버지의 파행적 역할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그들은 돈이 남아돌아서 저축하는 게 아니듯이 시간이 남아돌아서 자녀교육을 시키는 게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예로부터 자녀교육에는 당근과 채찍이 짝을 이루었습니다. 엄부자친(嚴夫慈親)이라는 말은 이를 두고 생겨난 말이지요. 아버지는 엄격하게 자식을 다스려야 하고 어머니는 자애롭게 자식을 감싸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지난 개발연대를 지나면서 <엄부>의 역할은 사라지고 <자친>의 홍수만 넘쳐 나게 된 것입니다. 그 결과 자친에서 비롯한 익애(溺愛)는 자녀들을 나약하고 자기 중심적인 사람으로 만든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교육은 사라지고 사육만 남았다는 한탄도 들려옵니다.
그러므로 아버지의 역할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점점 더 많은 가정에서 자식문제로 골치를 썩이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사장이 밖으로만 도는 회사는 내부의 작은 문제를 제때 풀지 못해 마침내 큰 문제를 만듭니다. 자녀 교육도 마찬가지이지요. 더 늦기 전에 가장들은 아내에게 맡겨 놓은 엄부의 역할을 되찾아서 어깨에 매야 합니다. 기업경영도 국가경영도 모두 중요합니다. 그러나 가정경영은 더욱 소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