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판매수수료를 내린 빅3 백화점이 수수료 인하 대상에서 제외된 패션 업체들에게 수수료 인상 가능성을 내비쳐 지탄을 받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빅3 백화점은 지난달 8일 입점 수수료를 해당 업체 별로 3~7% 내려주는 중소납품업체 판매수수료율 인하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빅3 백화점은 입점 중소기업 총 수의 절반가량인 1,054개 업체를 대상으로 10월 분 수수료부터 인하율을 소급 적용했으나 패션 업계의 만족도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행계획 발표 당시 공정위가 ‘빅3 백화점과 거래하는 의류와 생활잡화 업체들의 평균 수수료율이 기존 32%에서 25∼29%까지 조정된다’고 설명했으나 정작 백화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복과 남성복 브랜드들에게 혜택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패션 업체 임원은 "의류 업계에는 수수료율 인하 대상이 될 수 있는 업체가 극소수다. 출고가가 아닌 판매가를 기준으로 연간 외형 200억 원 이상인 기업은 해당 사항이 없다. 1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가 2개 있어도 안 되고, 기존 수수료율이 29.9%여도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신설 법인의 신규 브랜드가 아닌 경우 기존 업계가 수수료 인하 효과를 보기 힘든 기준을 정해놓았다는 것이다. 특히 백화점들이 의류 브랜드들에 대한 수수료를 올릴 수 있는 빌미를 만들게 됐다는 지적이다.
한 여성복 브랜드 영업부장은 "최근 백화점 측으로부터 수수료를 소폭 인상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구체적인 통보는 없었지만 아마도 결국 행사판매분에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수료를 내려준 만큼 다른 쪽에서 회복하려는 것이다. 공정위 쪽에서도 내년 이후의 백화점 쪽 태도를 장담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실효성 관련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핫라인을 설치해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접수할 것으로 밝히고 있다. 한편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관련, 주요 백화점의 내년 봄 시즌 정기 MD 개편도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 한 바이어는 "최근에야 대규모유통업법에 관한 내용이 실무선으로 내려왔다. MD를 진행하는 일선에서 세부사항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제부터 파악해야 한다. 교육 등이 진행되면 예년보다 한 달 가량 MD가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 10월 28일 백화점, 대형마트, TV홈쇼핑 등 대형유통업체의 정당한 사유 없는 상품대금 감액, 반품과 같은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대규모유통업법’을 의결한 바 있다. 특히 백화점 MD의 주요 내용인 매장 이동과 관련해 매출부진이 예상되는 타 점포에 입점을 강요하는 행위나 퇴점을 방해하는 행위 등을 불공정행위를 규정하고 형사처벌까지 가능토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