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곡이란?
-시와 음악에 의한 창조물, 노래 불리어지는 시, 시로 묶여진 멜로디라 일컬어지며, 시에 단순한 선율을 붙여서 노래부르는 것만 아니라, 피아노 반주에 의해 시의 내용에 따라 보다 깊은 정감을 줌으로써, 질 높은 문학적인 시에 의한 가사와 음악이 결합된 예술 분야이다. 이전의 성악음악이 반주가 노래에 종속되어 있었던 것과는 달리 예술가곡은 시와 노래와 반주가 동등한 위치를 갖는다.
예술가곡은 나라별로 다양한 특징을 가지게 되는데 독일가곡은 Lied로 프랑스 가곡은 Melodie라 불리 운다. 낭만시대에 이르러 발전한 독일가곡은 역시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하게 되는데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볼프, 말러, 슈트라우스 등의 대표적 작곡가 계보를 말할 수 있다.
Lied는 근본적으로 낭만주의적이기 때문에 대중과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민요 등도 그 속에 많이 가미되어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후기 낭만 시대 낭만주의현상에 반하며 탄생한 포스트 모던(인상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Melodie에서는 이러한 대중과의 밀접한 관계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탈리아의 Canzone는 근본적으로 발성이 중심이 된 가락의 처리에 그 묘미가 있다. 그에 비하여 Melodie는 불어가 갖는 발음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면서 연주해야 하며 독일의 Lied가 음악적으로나 시적으로 주관적인 데 비해 훨씬 지적이며 객관적이다. 또 가수나 반주자는 정확성을 지켜야 하며 그러면서도 절제된 서정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Lied에서 보여지는 감상성이나 강조, 과장 등이 Melodie에는 없다. 청중의 입장에서도 독일의 Lied는 시의 내용만 잘 알고 있다면 무리 없이 들을 수 있는 반면 프랑스의 Melodie는 청중까지도 계발되어 있어 섬세한 부분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Lied는 그 가사에 담긴 시의 내용을 중요시하며 부르게 되어 있어서 독일 예술 가곡 작품에는 당대의 문학사에 크게 이름을 남긴 낭만파 또는 고전파의 대 시인들이 쓴 시가 아름답게 수놓아져서 단순히 귀로 흘려버리는 노래가 아니라 마음으로 생각하게 하는 노래의 매력이 듬뿍 담겨져 있다.
그런 까닭에 독일 가곡은 아무나 쉽게 부르기 어렵고 적어도 독일 가곡을 완벽하게 부르기 위해서는 그 노래에 담긴 시의 내용을 충분히 음미하고 난 뒤에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바로 여기에 독일 가곡의 깊은 음악성이 숨겨져 있다.
시와 음악
일반적으로 가곡은 시와 음악이 독특한 관계로 어우러져 있으며, 피아노와 성악이 시의 구절을 표현하고, 음악이 연출하는 시의 분위기를 위해 멜로디와 화음 그리고 리듬이 사용되어지는 장르로 정의된다.
특히 19세기 독일의 예술가곡은 음악과 시가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된 장르였기 때문에, 그에 해당하는 시의 질과 그 시가 취급된 방식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가곡은 반드시 그 가곡의 잣대에 의해서 평가되어야 한다. 그것은 시도 아니며 시의 정확한 암송도 아니다. 또한 그것은 성악과의 연합이 없는 순수하게 추상적인 음악 작품도 아니다. 그것은 고유의 예술적인 법칙을 가진 새로운 장르다. 영화로 만들면 원작과는 다른 새로운 예술 장르가 창조되는 소설처럼, 작곡가도 가곡을 작곡하는 데 있어서 가사를 단지 전체로서의 한 부분으로만 사용한다. 독특한 장르로 간주될 때의 가곡은 시와 음악의 관계에 대한 많은 예술적인 질문들에 대해 다양하고 더러는 상반되는 해답을 제시한다.
슈베르트와 브람스는 평범한 시들에서 매우 아름다운 가곡들을 창조해 냈다. 분위기를 확립하고 미지의 음악적 영역을 탐험하기 위해 성악보다는 피아노에 의지했던 슈만의 음악적 명상은 그 시보다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좀더 탐구했는지도 모른다. Wolf는 리듬과 화음, 그리고 선율이 시에서 분리되지 않고 연결되게 하기 위해 그가 고른 가사의 모든 뉘앙스에 철저하게 적응했다. 작곡가들은 각각 자신의 잣대에 비추어 훌륭하고 독특하게 시와 음악의 관계에 대해 정의했다.
사전적 의미로서의 가곡
시에 곡을 붙인 음악형식.
‘노래를 부른다'고 하는 인간이 지닌 가장 근본적인 음악행위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민요와, 고도로 예술적인 의식(意識)의 산물인 근대의 예술가곡이라는 2극(極) 사이에서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가곡의 뜻과 형태를 일률적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원래 넓은 뜻에서 본 가곡은‘시에 작곡된 노래’를 뜻하는데, 이 경우에도 오페라 ·오라토리오 ·미사곡 등에 포함되는 노래는 제외하고, 그 자체가 독립되어 있는 노래만을 가리키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가장 좁은 뜻으로는 ‘예술적인 의도로 특정한 개인에 의해 작곡된 독창곡’을 뜻하며, 근대에 와서는 일반적으로 피아노의 반주가 따른다.
이러한 2극 사이에서 가곡은 여러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① 가사의 표현 내용에 의해서 종교가곡 ·세속가곡 ·서정가곡 ·이야기 가곡(발라드) 등, ② 사회적 기능에 따라서 예술가곡 ·대중가곡(포퓰러송) ·민속가곡(민요), ③ 음악 형식상으로는 슈베르트의 《들장미》처럼 가사의 각 절(節)을 같은 선율로 노래하는 유절가곡(有節歌曲), 슈베르트의 《마왕(魔王)》과 같이 모든 절을 통해서 일관된 선율을 붙이는 통작가곡(通作歌曲),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나 슈만의 《여자의 사랑과 생애(生涯)》와 같이 내용이 관련된 일련의 가곡을 가곡집의 형식으로 묶은 연작가곡(連作歌曲), ④ 가창 성부(聲部)의 수에 따라 단성(單聲:獨唱) 가곡이나 다성 가곡(파트송) 등으로 나뉜다. 이상과 같은 구별은 때때로 서로 겹치게 되는데, 이를테면, 슈베르트의 《들장미》는 동시에 세속가곡 ·예술가곡 ·독창가곡 ·유절가곡이다.
교회의 전례성가(典禮聖歌)는 일반적으로 가곡이라고 하지 않으므로, 유럽에 있어서의 예술적인 가곡의 시초는 12~13세기에 성하였던 남부 프랑스의 트루바두르(troubadour), 북부 프랑스의 트루베르(trouvere), 독일의 미네징거(Minnesinger) 등과 같은 음유시인(吟遊詩人)의 노래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들의 가곡은 영웅이야기나 연애감정을 주요 테마로 하고 있다.
15세기의 독일에는 마이스터징거(Meistersinger)라고 하는 상공계급의 가수가 나와서 자기가 만든 노래를 불러 연주와 작곡 솜씨를 겨루었다. 말하자면, 이들이 아마추어 음악가의 산물이었음에 비해, 14세기의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마쇼나 란디니와 같은 대작곡가 아래에서 마드리갈 ·발라타 ·카치아 등의 세속적인 다성가곡(多聲歌曲)의 꽃을 피웠다. 15~16세기에도 교회합창곡과 함께 라스스나 자느캥에 의해 세속적 다성가곡이 발전하여 그 중심을 이룬 것은 이탈리아의 마드리갈과 프랑스의 샹송이었다. 16세기까지의 가곡이 거의 다성가곡에 한정되어 있었음에 비해 17세기의 바로크 시대와 함께 좁은 뜻의 가곡, 즉 화음적인 반주가 따르는 예술적 독창가곡이 등장하게 된다. 그 기초가 된 것은 가사의 억양이나 정서를 충실히 표현하는 모노디 양식으로(당시에 ‘언어는 음악의 주인’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이것은 오페라에도 도입되어 아리아와 레시타티브라는 대조적인 가창형식으로 분화되었다. 그러나 17세기 초기를 제외하고 바로크 시대의 가곡은 오페라나 오라토리오의 그늘에 가려 부산물적인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좁은 뜻의 가곡이 황금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은 19세기의 낭만파 이후의 일로 낭만주의 문학이 일어나자 그것은 맨 먼저 독일에서 나타났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에 의해 기초작업이 이루어지고 나서, 슈베르트가 독창가곡을 다른 장르와 맞먹을 만한 예술 표현형식으로서 이를 확립하였고, 근대 독일가곡(이것을 특히 리트라고 한다)의 계보는 괴테 ·하이네 ·아이헨도르프 등의 시와 결부되어 슈만 ·브람스 ·볼프로부터 R.슈트라우스로 이어져 빛나는 발전을 이룩하였다. 프랑스에서도 낭만파나 상징파의 시와 결부되어, L.H.베를리오즈, C.F.구노, F.마스네 이래, 독자적인 예술가곡을 길러 G.U.포레, H.뒤파르크, C.A.드뷔시에서 그 정점(頂點)에 이르게 된다. 또한 대중가곡인 샹송과 구별해서 프랑스의 예술가곡을 멜로디라고 한다.
이탈리아의 가곡은 19세기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오페라의 뒤에 가려져 있었으나, 19세기 말~20세기에 걸쳐서 레스피기, I.피체티, 티마라 등이 독자적인 가창성을 살린 뛰어난 가곡을 썼다. 그 밖의 나라에서는 러시아의 M.P.무소르크스키, 에스파냐의 E.그라나도스와 I.알베니즈, 보헤미아의 드보르자크, 노르웨이의 그리그 등이 가곡 작곡가로서 뛰어났다. 현대의 가곡은 현대음악의 다양성을 반영해서 여러 가지 경향으로 분화되어 있는데, 독일의 쇤베르크, 힌데미트, 프랑스의 미요, 플랭크, 메시앙, 영국의 E.B.브리턴, 에스파냐의 파랴, 헝가리의 발트와 코다이에게서 뛰어난 가곡을 볼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