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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hineGun attack in Aura
20050123 Melt banana/Jet echo(aka Voipit)/우리는 속옷도 생기고 여자도 늘었다네 @ Aura
이번 공연은 여러 모로 기억에 남을 법 하다. 보게 된 계기도 우연했고,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으며, 기대했던 것과 크게 다른 음악들을 접했는데 그것이 또 좋았다. 시작은 잠의 홈페이지(http://www.zz.oo.co.kr)였다. 별 생각 없이 우리는 속옷도 생기고 여자도 늘었다네(이하 ‘속옷밴드’로 줄여 부르겠음)의 홈페이지(http://www.hellospaceboy.org)로 링크를 탔고, 그곳에서 멜트 바나나의 내한 소식을 들었다. 이야 이런 팀이 다 오는구나 하면서 카페 게시판에 추천공연으로 게시하고 어머니에게 2만원을 빌려 보무도 당당하게 나섰으나, 막상 이 팀이 무슨 음악을 하는지는 모르는 상태였다(굳이 MP3를 받아듣는 방법도 있겠으나, 굳이 안듣고 ‘무방비’상태로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나섰다).
공연장인 아우라 앞에 도착하자 두 명의 남자가 말을 붙여왔다. ‘혹시 웨이브에서 오셨어요?’ 웹진(http://www.weiv.co.kr)기자라면 공짜일까 했는데, 이 분들은 웨이브 게시판에서 만난 분들이었다. 아주 우연히 만난 셋은 뭉쳐서 아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제공한 정보에 의하면, 이번 공연은 한국에 체류하는 한 외국?팬에 의해 기획된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표를 받고 음료수를 나눠주는 사람들이 다 외국인이었다. 팀의 네임 밸류가 있는만큼 곱창전골의 사토 유키에, 코코어의
우리는 속옷도 생기고 여자도 늘었다네
멤버들이 모두 벽을 보고 연주하는 독특한 무대매너를 자랑하는 팀이다. 덕분에 공연장이 조금 클 경우 이들이 어떤 식으로 연주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기타1/베이스/드럼이 곡의 전개를 그리고, 맑은 톤의 기타2와 노이즈 제네레이션을 맡은 기타3이 색을 입히는 방식으로 곡을 전개한다). 혹자는 Wall-gazing이라는 기상천외한 장르명을 개발하기도 했지만, 2000년부터 시작했다고 하니 단순한 Gimmick으로 보기는 힘들다.
처음 봤던 것은 2004년 3월에 벌인 잠과의 조인트 공연(쌈지스페이스 바람)이었는데, 그 때의 공연은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오늘의 공연은 많이 달랐다. 음악을 듣는 귀가, 아니 음악을 듣는 방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개 양식 면에서, 미니멀한 악절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며 곡을 고조시키는 방식을 택하는데, Mogwai나 Explosion in the sky같은 팀을 생각할 수 있겠다.
물론 이들과의 유사성은 강하다. 하지만 그들의 방법론은 그것만이 아니다. 막상 이들의 첫 음반에서 ‘멕시코행 특급열차’나 ‘안녕’같은 폭발적 곡들이 빠져있다(이 곡으로 그들이 유명세를 탔음에도). 음반은 폭발시키지 않고 끝까지 속삭이며, 점차적으로 고조시키기보다는 테크노 혹은 앰비언트 음악의 미니멀한 요소를 강조하는 듯 하다. 이러한 ‘미니멀한’ 음악은 청자 스스로 반복되는 악구 사이에 스스로 의미를 채워가며 들어야 한다는 면에서, 감상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Mogwai같은 ‘폭발적 팀’의 음악을 기대하고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평이하거나 지루하다는 느낌까지 줄 수 있다. 실제로 첫 곡 ‘시베리아나’의 극단적인 고요함에 관객들은 미적지근한 반응으로 보답했다(심지어 같이 보던 분은 ‘그거만 하다 죽어라’ 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후 갑자기 터져나온 높은 음량의 사운드의 ‘안녕(Hello)’에는 관객의 환호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관객이 이들에게 기대했던 것이 Mogwai 풍의 Explosive한 사운드라는 반증이었다.
사실 이 곡이 끝나고서야 박수가 나왔으니, 첫 곡의 박수는 그냥 넘어가버린 셈이다. 이러한 부분을 밴드가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도 그런 반응에 당혹했는지는 직접 물어봐야 알 일이겠지만. ‘그냥 두 곡 이어서 했어요’ 라고 말한 후, 멜트 바나나에게 하려고 연습한 듯한 짧은 일본어 멘트를 하고(하지메 마시떼. 끝), 그리고 세 번째 곡 ‘Blue moon’을 연주했다.
‘
안녕’이나 ‘멕시코행 특급열차’의 폭발력과 ‘시베리아나’의 나직한 미니멀리즘의 절충형 이랄까, 기타의 맑은 소리가 전면에 나서는 형태로 미니멀함보다는 ‘쌓아나가다 터지는’ 전개 쪽에 약간 가까운 곡이었고, 이 곡에서부터 ‘고조되는 느낌’이 점점 전면으로 부각되었다. 이 고조되는 느낌에 본인은 침을 꼴깍 삼키며 참던 환성을 조금씩 흘리기 시작했다. 혹시 공연장에서 기분 나쁜 분이 계셨다면 죄송하다. 하지만 나 자신이 그러한 감정의 결을 숨겨가면서 공연을 볼 만큼의 배려심을 갖추고 있진 않다. 그리고 밴드의 ‘힘’ 역시 무대가 진행되면서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이들의 이름을 알린 ‘멕시코행 특급열차’가 뒤를 이었다. 오늘의 연주는 그들의 홈에서 들을 수 있는 버전(4분 여)보다 훨씬 길고 치밀했는데, 대강 들어도 7분은 넘는듯 했다. 촘촘이 박아넣은 연주의 소리들은 기승전결의 구조를 더욱 강화시켰고, 더욱 격한 연주로 마무리했다. 이 곡이 주는 폭발적인 음향에서, 이들이 ‘공연 MP3’만 가지고도 인지도를 쌓아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밴드라는 인상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밴드의 사운드에 큰 공헌을 한 사람은 마지막 곡 Off에서 드럼 키트에 몸을 던지듯 숙이고, ‘표정으로도 드럼을 치는’ 모습을 보인,
다만 앞에서도 얘기했듯, 이들의 독창성에서의 문제가 있다. 미니멀한 음악에 대한 시도는 확실한 변별력을 부여하고, 방법론 면에서도 좋다. 하지만 이들이 공연하는 클럽은 록 클럽이고 어떠한 사운드의 ‘전개’가 없으면 일반적인 록에 길들여진 귀에는 감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독특한 곡들이 있었지 하면서도 막상 ‘멕시코…’나 ‘안녕’의 멜로디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반된 이미지 때문에, 앞으로도 ‘시베리아나’같은 곡의 생경함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상존할 가능성이 크다.
Jet Echo
이들은 뉴질랜드에서 왔는데, 결성은 한국에서 했다고 한다. 베이스의 AlHell과 드럼의 Ripley. DJ의 Kouta의 3인조 구성인데, 이날은 DJ가 빠진 세팅이었다. 베이스는 폴 매카트니가 쓰는 바이올린형 베이스(리켄바커 오리지널은 아니었지만, 실물을 본 건 그날이 처음이라, 신기했다). 그런데, 갑자기 드럼을 뜯어서 무대 한 가운데로 옮겼다. 좀 묘한 세팅이었는데, 스네어 드럼이 있는 위치에 플로어 탐을 놓고 그 앞에 스네어를 놓았다.
그런데, 드럼을 세팅하는 중간중간 기타/베이스를 맡은 멤버가 곡에 맞춰서 춤을 추기도 하고, 기타와 베이스를 세팅하는 동안 드러머가 배경으로 깔린 음악에 맞춰 드럼 연주를 하면서 소리를 잡았다. 공연을 한 5년 봐왔지만, 악기 세팅이나 무대매너 면에서 이렇게 느긋한 밴드는 처음인 듯하다.
2인조이다 보니, 사운드가 불안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은 들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AlHell은 악기 소리를 이펙터에 걸어서 두 개로 나눈 후 한쪽을 베이스 앰프(Hartke)에, 한쪽을 Hughes & Kettner사의 앰프 헤드 + Vox 메인에 물려서 연주했다. Hartke쪽에 물린 소리에는 높은 음역에서 연주하면서 기타와 유사한 느낌을 주면서 이펙트를 잔뜩 걸어 소리를 ‘퍼지게’ 만든 인상이었고, 반대쪽 앰프에서는 풍부한 리버브를 이용해 반복적인 잡음을 만들어 빈자리를 채웠다.
베이스의 소리가 반복적이라면, 드럼은 복잡한 비트로 다채로운 인상을 부여한다. 기본적으로는 록 비트였지만, 많은 장식음과 약간의 변박을 넣은 ‘불규칙한’ 형태. 앞에서의 세팅에서 스네어와 플로어 탐을 일직선으로 두었기 때문에 그런 효과가 배가되는데, 두 드럼을 동시에 빠른 속도로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2인조 구성에서 드럼비트는 밀도있고 묵직한 느낌을 줬다.
그런데 보컬이 굉장히 이상했다. 실제로 공연 시작 전에 보컬에 ‘심각하게 리버브를 먹여서 목소리가 오-오-오-오 하는 느낌으로 만들어 주세요’ 라고 요구하긴 했다. 문제는 콘솔 쪽에서 반응이 없었다는 것. 실제로 AlHell은 제대로 된 음정을 사용해서 ‘노래를 부른다’기보다는, 공중에 대고 소리치는 듯한 느낌이 더 강했다. 이러한 ‘소리’를 여러 번 중첩시켜 환각적 효과를 고조시키려는 의도였겠지만, 그런 효과가 없다보니 목소리가 굉장히 이상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공연팀과 믹싱콘솔쪽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는 꽤 심했다. 멜트 바나나 역시 목소리에 리버브를 빼달라는 주문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결국 [야스코:사토상! 리바브$%@#%#$ → 사토 유키에:리버브 빼 !!!]의 통역과정을 거친 후에야 제대로 사운드를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콘솔 쪽에서 밴드의 요구를 다 알아듣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요할 수는 없다. 불가리아에서 팀이 왔다고 엔지니어가 불가리아어를 공부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기본적으로 리허설 하면서 소리를 맞춰나가는 과정이라던가, 밴드가 무슨 요구를 하던 일단을 알아듣고 보려는 노력이 모자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이야기가 샜는데, 목소리를 ‘소리’로 사용하려는 의도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멜로디를 보컬에 싣지 않았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음악 자체가 일정한 멜로디 라인이나 전개를 드러내지 않았다. 간단한 반복악절로 만든 루프를 무한 반복하는 형태로, 소리를 쌓아가면서 이펙팅과 강약/완급으로 흥분지수를 올려가는 방식이다. 여기에 과도한 에코와 딜레이로 환각성을 유도하는 방식에서는 Hawkwind가 보인 ‘스페이스 록’의 방법론을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멤버는 곡을 연주한 후 ‘별에 갔다왔다’는 멘트를 던졌는데, 별은 몰라도 달은 갔다올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첫 곡이 그리도 생경했는지, 끝나고 보컬이 오우. 하는데도 아무도 박수를 안쳤다. 베이스/드럼의 편성으로 두 곡을 미적지근하게 끝낸 후, 악기를 기타로 바꾸고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 곡은 베이스의 굵고 몽롱한 음색이 아니라 기타의 깔끔한 음색으로 ‘선율이 확실한’ 리프를 반복해 나갔기 때문에, 확실히 쉽게 몰입되는 면이 있었다. 이 곡으로 관객에게 어필하고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그 곡에서부터 몇 명이 나서서 ‘지랄’을 하다 보니(물론 본인도 포함) 분위기가 점점 익어가는 느낌이었다. 밴드의 연주도, 곡을 진행시키는 면에 있어서는 점점 매끄럽게 잘 흘러갔다.
기타로 연주를 마친 후 다시 베이스로 바꿔잡고 연주를 시작했다. 역시나 분위기는 점점 달아올랐고, 두 명 다 열이 많이 나는지 러닝셔츠 바람이었다(보던 나도 겉옷을 벗어야만 했다). 곡이 절정으로 치달아가는 와중에 AlHell은 갑자기 앰프 위에 있는 큼직한 기계를 집어들었다. 처음에는 레이니 썬의
이들은 갑자기 ‘멜트 바나나를 처음 들었을 때 이쪽 귀에서 저쪽귀로 뚫고 나가는 느낌이었다’라는 멘트를 던졌는데, 여기서 이것이 이들의 마지막 곡임을 알았다. 개인적으로는 Hawkwind풍의 스페이스 사이키델릭을 좋아하는 편이라, 꽤 아쉬웠다. 하지만 관객석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들의 멘트가 영어였기 때문도 있겠지만, 음악이 지나치게 낯설었던가 Melt Banana를 위해 힘을 비축하고 있는 듯한 인상도 보였다.
그 와중에서도 몇몇 소수의 관객들은 꽤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고, 멤버들도 그런 점이 맘에 들었는지, 한 장에 오천원씩 한다는 CD를 반응이 있던 쪽으로 던졌다. 개인적으로는 맘에 드는 팀이기 때문에 드러머에게 ‘꼭 다시 와라’ 했더니 ‘조금 있다가 또 공연할 것’이라는 말을 했으니 이들의 공연을 다시 볼 기회가 앞으로 또 있을지도 있을지 모르겠다. 스페이스 사이키델릭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찾아볼 만한 구석이 있는 팀이다.
Melt Banana
그리고. 드디어. 멜트바나나. 등장하면서부터 뭔가 좀 다른 느낌이었는데, 기타의 아가타가 들고 같은 장비 때문이라고도 하겠다. 대여섯 개 들어가는 보드를 2단으로 쌓고, 그 위에 페달을 얹고, 아이팟에 큼직한 도구상자까지 들고 등장했다. 베이스도 앞에 여러 개의 이펙터를 놓고, 드럼은 아예 탐 하나를 떼어버렸다. 보컬의 야스코 O도 마이크를 이상한 프로세서에 건 다음 두 개의 채널로 나눠서 마이크 단자에 꽂았다. 야스코가 입은 탱크탑장비에서도 시각적으로 한 번 먹고 들어가는 분위기였다.
기타의 아가타는 인상도 굉장했다.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면 폭주천사에서 ‘악귀영길’과 같이 질주하다 온 듯한 분위기. 실제로 그는 공연 중반에 만행을 저질렀는데, 앞자리 관객 앞에 우뚝 서서 관객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아니, 처음엔 들이받는 줄 알았는데, 이마를 맞대고 그 사람을 빤히 쳐다보면서 기타를 쳤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말하는’ 느낌의 강한 노이즈를 ‘기타로 발사’했다. 관객이 뒤로 빠지려 하자 따라가면서까지 괴롭혔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자리에 노브레인의
그는 기본적으로 단단하고 날카로운 느낌의 리프를 연주하고 있었지만, 뛰는 그 와중에 잠깐 보니, 그는 단단한 리프 뿐만 아니라 변칙 연주도 여럿 선보이고 있었다. 슬라이드 바를 이용해서 음을 한꺼번에 ‘밀어올리는’ 연주를 보이기도 했고, 기타의 브릿지부분을 손으로 눌러 음을 전체적으로 변조시키기도 했다. 튜닝Peg을 돌려서 슬라이드 효과를 내기도 했고, 픽업 셀렉터를 새끼 손가락으로 왕복시키면서 소리를 빠른 속도로 변화시켜 ‘울렁대는’ 느낌의 사운드를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노이즈의 절정은 비치 보이스의 “서핑 USA” 커버곡이었는데, 보컬과 주고받는 형식으로 연주하는 그의 사운드는 야스코의 목소리를 지나치게 누른다는 느낌까지 줄 정도였다.
공연의 시작부터 그의 어택은 시작되었다. 피크로 줄을 위아래로 비벼서 끼릭거리는 느낌의 소리로 사이렌 같은 소리로 바를 뒤덮기 시작했다. 곧이어 야스코 O가 등장하여 두세 마디의 짧은 가사를 ‘팡’ 쏘는 걸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이러한 짧게 가는 분위기의 진행은 계속 되었는데, 곡을 연주하고 연주가 끝나자마자 땡큐. 그리고 바로 다음 곡. 그리고 또 땡큐.
시간을 굉장히 아끼는 인상이기도 하고, 곡의 긴장을 풀지 않고 다음 곡으로 바로 이어붙이려는 느낌이기도 했다. 목소리는 아가타의 기타와 싸우는 느낌마저 줄 정도로 금속성과 고음이 강했지만, Boredoms의 요시미가 보인, Screeching보다는 노래에 많이 가까웠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굉장히 높게 끊어치는 느낌이었고, 풍부한 성량의 목소리라기보다는 질러서/뽑아내어/박아넣는 느낌이었다.
짐작했겠듯이, 음악은 ‘극단적으로 달리는’ 분위기였다. 그런 면은 리듬에서 확실하게 드러났다. 드럼은 ‘달리다 못해 갈아댄다’는 느낌이었는데, 그라인드 코어 쪽에서 가끔 듣던 ‘머신건 드럼’을 ‘겁나게 잘’ 쳤다는 말이면 충분하겠다. 베이스 역시 굉장히 Solid한, 단단한 음색이었는데, 거의 돌이 굴러가는 듯한 소리였다(실제로 이퀄라이저와 정체불명의 이펙터 3개 정도를 조합해서 강한 소리가 나도록 변조한 듯 했다).
리듬이 어느 정도로 단단했는가에 대해서는 곡을 두 가지로 나눠보면 되겠다. 실제로 아주 잘 나눠진다. 달리는 곡과 갈아대는 곡(
무대와 관객석 사이의 거리가 좁기 때문에 세 명이 거의 밴드 멤버와 분간이 안되는 순간이 가끔 있었다. 실제로, 이 세명에게 ‘연장’ 하나씩 들려주면 슬립낫 공연같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까지 잠시 들 정도였으니. 밴드 앞에서 마임으로 벽을 긁기도 하고, 두 명이 한 명을 파도타기 하듯 들어서 무대 위로(높이: 5cm) 올려놓는 등 여러가지 만행을 벌였다. 셋이서 참 재밌게 논다는 느낌이어서 끼고 싶긴 했지만, 앞에 앉은 사람 앞에서 엉덩이를 흔드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참았다.
전반적으로는 그라인드 코어의 느낌이었지만, 왜 John Zorn이 이들과 협연을 벌였는지에 대해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John Zorn은 Napalm Death출신의 Mick Harris와 함께 결성한 Painkiller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 음을 극단적으로 쪼개어 이어붙이기. 이들의 사운드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가 있고, 여러 가지 사운드를 받아들여 부수어버리는 단단한 사운드가 있었다. 사운드 하나하나를 잘 다듬고 곡의 흐름을 잘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음괴를 연상시키는 강력한 해머 어택.
여담이지만, 이들의 공연이 스컹크 헬에서 벌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느낌이다. 이러한 극단적 리듬과 하드한 사운드에 담은에너지라면 한국의 열혈 펑크 키드들과 한번쯤 싸워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동시에 DGBD의 라인업 역시 이해 가능한 부분이었다. Jet Echo – Rock Tigers – Melt Banana. 죽어보자는... 개인적으로는 실험적 음악을 기대했기에 (5천원 싸기까지) 아우라 공연을 택했지만, DGBD공연도 재밌었겠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기획이 정작 소수자에 집중된 점은 문제라 할 만하다. 세 팀이 한 시간씩 연주를 하는데 시작시간은
공연팀들과 잠시 인사를 나누다보니 30분. 공연 같이 본 사람들과 이야기 한 마디 나누지 못하고 전철역으로 몸을 날리는 기분이라던가, 역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막차를 기다리다 날려버린 공연의 뜨거움은 아직까지 아쉽다. 그만큼 이 팀들의 공연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크고, 그 때는 같이 물이라도 한 잔 마시며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시간이 남았으면 더 바랄 게 없다 하겠다.
기사작성 neubau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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