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경기 마라톤을 대회를 마치고 일주일 동안 푹 쉬었다. 금요일 저녁 10분 워밍업을 끝으로 대회에 대한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 그러나 2주 연속 풀 코스 마라톤을 달려서인지 몸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또 심리적으로도 다소 위축이 되었다.
혼자 생각해 보니,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혼자 그렇게 하겠다고 훈련일지에 적어놓고, 힘드니 어쩌니 하는 것도 웃기는 이야기이고, 또 그렇게 달리겠다고 말하고 한 두 번 달리고 그만 달리겠다고 하는 것은 더더욱 큰 웃음거리가 되겠다는 생각에 이왕 시작했으니 끝을 맺자는 생각으로 독려하며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러나 토요일 날 문제가 생겼다. 실수로 오른발 새끼발가락을 다친 것이다. 통증이 심하여 걷는데도 많은 불편함이 느껴졌다. 당장 내일의 마라톤 대회가 걱정이 되었다. 집에 와서 양말을 벗어 보니 새파랗게 피멍이 들어 있었다. 심한 갈등이 느껴졌다.
다행이 오늘 아침에 일어나 상태를 보니 많이 좋아진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다리에 테이핑을 하고 진통제 두 알을 챙겨 집을 나섰다.
화도 휴게소에서 천클 회원들을 만나 함께 여주로 향하였다.
여주에 도착하니 8시 정각. 복장을 갖추고 달릴 준비를 하고
출발선으로 이동을 하였다. 9시 정각 출발.
전마협대회. 여주대회는 여주군청과 조인하여 전마협이 개최하는 대회이다. <전마협>....전문가들이....마라토너들을 위해...협조하는 단체... 이게 무슨 3행시도 아니고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는지 모르지만, 전마협이라는 게 전국에 있는 마라톤 클럽이 가입되어 협회를 구성하는 단체가 아닌 그냥 일개 마라톤 클럽정도의 단체라고 보면 비교적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단체에서 전마협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겠다는 발표를 하자 네티즌 마라토너들이 극렬하게 반대를 하니까 궁색하게
이러한 웃기는 설명으로 위장을 하고 이름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인가.
아무튼 그랬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마라톤 대회를 수십 차례 치르면서 많은 노하우를 얻어서인지 이제는 제법 깔끔하게 대회를 치르는 것 같다.
이야기가 조금 빗나갔지만, 다시 출발선으로 이동을 해 본다.
날씨는 좋았다. 기온도 4월의 날씨로는 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 시는 시원했고 골인 시에는 약간 더웠으나 견딜만 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달리지만, 여주대회의 마라톤 코스는 환상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나름대로 대한민국의 최고의 코스로 꼽고 싶다. 고저가 크지 않는 주로, 깨끗하게 단장된 2차선의 국도. 주변 경관이 수려하여 피로감을 잊어버리고 달릴 수가 있다. 마지막 4키로 미터는 언덕이 없는 강변을 따라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달릴 수 있다. 이런 점들이 여주 코스를 빛내는 요인들이다.
지난주 경기대회에서 3시간 22분에 완주했기에 이번에는 적어도 10분 이상은 빨리 달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초반페이스가 비교적 중 후 반까지 이어지기에 초반부터 조금 빠른 속도로 달리고자 했다. 반환 점까지는 21분 40초 페이스로 달렸고 그래서 반환 점을 1시간 30분 정도에 통과를 했다.
그리고 후반에도 똑같은 속도로 달리고자 노력했건만 점점 조금씩 느려져 23-24분대의 속도로 후반구간을 달렸다. 결국 3시간 9분 59초로 골인을 했으며 시종 고통 없이 즐겁게 달릴 수 있었던 게 스스로에 큰 위안이 되었다.
매 2.5km마다 물을 공급해주는 것도 좋았고 거리표시를 정확하게 해주어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것도 좋았고 교통통제 역시 확실하게 해 주어 달리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어 좋았다. 한가지 문제라면 반환 점에 전자매트가 설치되지 않아 대회에 대한 공신력과 기록에 대한 공인 여부가 의심이 되었다.
등산 애호가들은 주말마다 등산을 간다. 낚시 애호가들은 주말마다 낚시를 하러 떠난다. 그들이 그렇듯 마라톤 애호가들도 주말마다 마라톤 대회에 나간다. 다만 마라톤 경력과 체력의 강약에 의하여 대회코스를 선택할 뿐.
주말마다 풀 코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많은 분들이 있다. 때론 6주 연속.. 10주 연속... 또는 그 이상... 그들에게 있어 그것은 더 이상 자랑거리가 아니다. 단지 취미이고 일상처럼 즐기는 한가지 소일거리에 불과할 뿐.
지난주의 경기마라톤이 고통이라면 이번 주 여주 마라톤은 즐거움 이였다. 이제는 마라톤에 대해서 조금... 약간 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마라톤 즐기기, 뭐 그런 것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