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과 여우와 신포도 <경북매일신문칼럼2007,10,9,금>
정치판이 이회창 소용돌이에 빠졌다. 정치가 또 하나의 신파극인 것 같아 정치판이 우습게 보인다. 이회창씨는 2002년 대선 패배 다음날 눈물을 흘리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그 때 이회창씨의 눈물은 많은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고 국민들은 두 번이나 떨어진 이회창씨에게 동정의 눈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불과 대선을 40일을 남겨두고 이회창씨가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은퇴가 아름다운 것은 미련 없이 결단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회창씨의 정계 복귀 선언은 아름답다 못해 추하게 보인다. 정치를 하건 말건 그것은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그러나 평생을 원리와 원칙 그리고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한 이회창씨의 선택은 꼴불견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뚜렷한 정치공약이나 비전 없이 어떻게 대통령 선거에 나오겠다는 것인지 영 이해가 안 간다. 더구나 한 나라 당을 만든 장본인으로서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들겠다는 것은 야당의 분열을 자초하는 행동이다. 또한 이미 한나라 당은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는가.?
이회창씨의 판단은 다 차려진 상에 숟가락을 놓고 밥을 먹겠다는 것인데 국민들의 뜻이 어디 있는지 냉정히 판단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회창씨는 차떼기 정당이라는 씻지 못할 오명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본인 때문에 옥고를 치룬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두 번씩이나 본인의 잘못으로 참패했다면 조용히 정치판을 떠나는 것이 낫다. 따라서 명분과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이회창씨의 선택은 명분이 없다. 적어도 정치인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 싶을 때는 분명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회창씨는 “법과원칙”이 그분의 소신이었다. 원칙을 지키지 않고 출마를 하고자 하면 또 한번의 소신을 버리는 행동으로 봐야 한다.
출마를 하고자 했으면 한나라당의 당원으로서 당 후보경선에 출마를 하여 당당하게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과 당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당 후보에는 승리할 자신이 없으니까. 경선을 하지 않고 있다가 편법으로 대선 바로 앞에 자신이 만든 한나라당을 배신 하고 탈당하여 출마를 한다는 건 “법과원칙”이 바로서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분의 소신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이솝 우화 중에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가 있다. 굶주린 여우가 어느 날, 많은 포도송이가 잘 익어 매달려 있는 포도밭으로 몰래 숨어들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포도송이는 너무 높아서 여우에게는 닿기 어려울 만큼 높은 시렁 위에 매어져 있었다. 여우는 어떻게든 거기에 닿아 보려고 훌쩍 뛰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훌쩍 뛰었다. 하지만 모두 헛일이었다. 마침내 여우는 완전히 지치고 말았다. 그리하여 여우는 외쳤다. "아무나 딸 테면 따라지, 저 포도는 시단 말이야."
이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 중 합리화(Rationalization)의 한 예이다. 여우는 포도의 맛이라는 현실을 왜곡함으로써 자신의의 포도를 먹지 않는 행위를 정당화 한 것이다.
방어기제 중 합리화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행동을 합리적이고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방향으로 정당화하려는 시도이다. 이것의 맹점은 현실을 왜곡하여 자신을 정당화함으로써 자존심을 보호하려 하는 것이다.
여우는 자기합리화를 시켜 자존심을 보호하려고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무지 단 포도를 못 먹었다고 생각하면 속이 쓰리니까, 분명히 신 포도였을 거라고 자기 스스로 위로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 여우와 신포도의 비유는 한번 해 봐서 안 되면 다시 하지 말라는 교훈일 것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자기가 능력이 안 돼서 포기하면서 남 탓하는 사람이 많다. 위대한 리더는 자신을 진정으로 버려서 나라를 살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회창씨 대선출마는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에서 여우를 닮았다.
대통령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하늘의 뜻이 있어야한다. 노력해서 안 되면 포기할 수도 있어야한다. 이명박 후보가 불안해보여서 자신이 주자로 나서겠다는 것은 여우 스스로 저 포도는 시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또 하나의 독설이 아닐까.? 이회창씨는 자기 합리화에 빠졌다. 대선을 앞두고 보수니, 중도니, 진보니 하는 낡은 이념 논쟁이 이 나라를 먼 과거로 돌리는 것 같아 쓸쓸하다. 지금이라도 이회창씨는 미련을 떨쳐버리고 아름다운 은퇴의 길을 가기를 바란다. <김기포, 포항기계중앙교회 담임목사 김기포>
첫댓글 드디어 한 방? ㅎㅎㅎ 재미있는 정국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