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 타임>
암울하고 숨 막히는 도시를 탈출하기 위하여 두 형제는 은행을 털어 자금을 마련하여 남쪽 전원생활을 준비하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처음부터 실패를 예견하는 계획이었는지 모른다. 형제는 추적을 피해 도망하다, 결국 동생은 잡히게 되고 형은 동생을 구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결국 그도 체포된다. 두 형제의 시도는 파멸로 끝이 난다.
이러한 과정이 뉴욕을 배경으로 어둔 분위기 속에서 스피드하게 거친 숨소리와 함께 진행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강렬한 긴장감과 폭력의 아드레날린을 제공해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영화의 메시지는 도시를 지탱하는 공간과 제도가 결국 희망을 꿈꾸는 형제에게는 억압의 상징에 지나지 않으며 억압을 탈출하기 위한 시도 또한 범죄를 통한 무의미함을 보여준다. 즉, 도시에 갇혀 파괴되어가는 도시인의 비극을 상징하는 것이다.
비극의 전형성은 지적장애를 가진 동생을 통하여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심리 상담사에게 지적 상태를 테스트 받고 있는 동생이 등장한다. 동생은 불쾌하지만 테스트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도시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때 형이 등장하여 강제로 동생을 끌고 간다. 두 형제의 저항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저항은 결국 끝이 나고 형은 감옥으로 동생은 다시 장애인 교육장소로 가게 된다.
영화 마지막, 지적장애인을 위한 수업에 참여하게 된 동생은 처음에는 머뭇거리지만 결국은 다른 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움직이고 이야기한다. 도시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의 질서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무시하고 사회유지의 필요성에 의해 재단되어 버리는 개인의 무력감을 반영하고 있다. 푸코가 과거 근대의 감시제도를 비판했듯이 영화 속 시선은 인간의 자유와 의지를 종속시켜버리는 외부의 질서를 공격한다. 하지만 힘을 갖지 못한 자들의 탈출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했다. 탈출하려는 자들은 물질적 자금과 권력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를 위한 근본적인 조건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는 영화이다.
첫댓글 짧은 시간 속의 굿 타임(?)인가? 자유는 가진자들의 속성이 될 수밖에 없는데... 저항의 자유(?) : 이판사판 몸부림치는 사회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