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포커스 [2006 인권영화제] ‘저항의 스크린’은 꺼지지 않는다 ‘아시아 민중 인권현장’에 카메라 초점 맞춘 10돌 인권영화제 권지희 기자 , 2006-04-25 오전 9:10:29
‘저항의 스크린’은 꺼지지 않는다.
지난 1996년 인권운동사랑방이 ‘표현의 자유 쟁취, 영상을 통한 인권의식과 인권교육의 확산’을 기치로 처음 문을 연 인권영화제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세월은 흘렀어도 여전히 척박한 인권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지금, 인권영화제는 지난 10년을 변함없이 ‘저항의 영사기’를 돌려 왔다.
오는 6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종로 서울아트시네마(구 허리우드극장)에서 개최되는 10회 인권영화제의 주제는 ‘아시아 민중의 인권현장’이다. 중국과 버마,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각국에서 날아온 11편의 해외작과 16편의 국내작은 가난과 차별, 소외 속에서 ‘살아있는 침묵’을 강요받고 있는 아시아 민중들의 일상과 조우한다.
10회를 맞은 인권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차이나 블루>(미카 펠레드·캐나다·2005) 중 한 장면. 이 영화는 청바지 공장의 여공 자스민의 꿈과 좌절을 통해 대륙 중국의 오늘을 깊이있게 재조명한다. ⓒ 인권영화제/코리아포커스
개막작으로 선정된 <차이나 블루>(미카 펠레드·캐나다·2005)는 청바지 공장의 여공 16세 소녀 자스민의 꿈과 좌절을 그린 작품이다.
자스민은 여성으로 태어나 부모에게 실망을 안겨줬다는 생각에 도시 공장에 취직한다. 그러나 그곳은 주7일 노동, 무급 철야작업, 최저에도 못 미치는 임금과 기약없는 체불, 공문서 위조, 작업 감시 등 온갖 인권탄압이 횡행하는 곳이다. 영화는 한 십대 여성 노동자의 시각을 통해 ‘새 시대’의 기치 아래 변화하는 대륙 중국의 오늘을 깊이있게 재조명한다.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해외작 2편도 의미심장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샤히 딜-리아즈·독일·2004)는 젊은 방글라데시 감독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방글라데시인’이라는 어느 연구결과에 흥미를 느껴 독일에서 고향으로 건너가 네 명의 방글라데시 청년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2005년 서아시아 다큐멘터리 영화제 대상 수상작.
<종려나무의 그늘>(웨인 콜스-제니스·호주·2005)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직후 평범한 이라크인들의 삶에 카메라 초점을 맞췄다. 전쟁이 일어나는 일상과 폭탄 공격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세심하게 포착했다. 일본 야마가타 영화제 관객상 수상. 영화 밖 ‘아시아 민중의 인권 현장’
영화제가 열리기 이틀 전인 4일부터 22일까지 피스 앤 스페이스(평화박물관)에서 사진전 <버마, 희망을 말하다>가 열린다. 사진, 그림, 영상 등 인권활동가와 인권변호사의 카메라에 담긴 미얀마의 모습이 전시된다.
<버마 가스개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이야기 마당도 열린다. 버마 내 가스개발을 둘러싼 강제이주 및 노동문제를 담은 <책임회피> 상영 후 버마 현지 활동가와 국제 인권단체 활동가 등이 함께 ‘소통의 장’을 갖는다. 10일 오후 6시 서울아트시네마.
버마·필리핀 민중가수와 국제연대 활동가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작은 문화축제도 개최된다. 영화배우 오지혜씨의 사회로 진행될 <아시아, 또 다른 우리> 음악회는 기존의 매체와 자본이 왜곡한 ‘허상의 아시아’ 모습을 걷어내고 ‘현재의 아시아’를 고민하는 장이다. 13일 오후 4시 서울아트시네마.
우리나라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권 현장도 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가다꾼 아버지의 일상과 일본 일용직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노가다>, 야스쿠니신사와 관련한 107분의 거작 <안녕 사요나라>, 7·80년대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의 치열한 삶과 끈끈한 동지애를 담은 <우리들은 정의파다>, 황새울의 아픔과 고뇌를 닮은 <대추리의 전쟁> 등 16편이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 10년간 상영작들을 엄선해 모은 ‘다시 보고 싶은 인권영화 회고전’도 개최된다. <칠레전투>, <체게바라>, <에스코바의 자살골>, <아나의 아이들>, <예스맨>, <도시>, <지하의 민중>, <착한 쿠르드 나쁜 쿠르드> 등 온라인 투표와 영화제팀의 추천을 거쳐 선정된 10편이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모음>도 상영된다.
14일 영화제 마지막 날 ‘상영관’은 평택이다. 황새울 대추리 초등학교로 장소를 옮겨 팽성 주민들과 함께 폐막식을 갖는다. <대추리의 전쟁>(정일건·한국·2006)과 팽성 미군기지 확장반대 트랙터 순례 12일간의 기록 <트랙터가 부르는 평화의 노래>(이수정·한국·2006)는 우리나라에 미군부대가 왜 있어야 하는지, 왜 팽성읍 주민들은 오늘도 내일도 눈물을 훔치며 아득한 길을 향해 돌림노래 하듯이 싸워야만 하는지에 대해 조용한 물음을 던진다.
장애인 편의를 위해 국내외 전 작품에 한글자막을 넣었고, 일부 상영작은 더빙과 화면해설, 별도의 음향수신기를 통해 들을 수 있다. 모든 상영작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문의 02-741-2407, www.sarangbang.or.kr/hr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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