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드라마 판도에 조용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아내'가 바람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 지난달 28일 방송에서 처음으로 20%대의 시청률(21.2%)을 돌파한 '아내'는SBS TV '야인시대'를 불과 10% 정도(TNS 미디어코리아 조사)의 차이로 추격중이다.지난달 초 첫 방송에서 무려 25% 이상의 압도적 차이였음을 감안하면 '아내'의약진은 놀라운 수준. '야인시대'가 눈물로 무장한 '아내'의 도전을 막아내고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역전'도 가능하다. '아내' 제작진은 대역전도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밑바닥에 탄탄히 깔린 배경 설명위에 두 아내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 무리하지 않고 차분하게 페이스를 조절해가는 제작진의만만디 전략도 상승세의 비법이다. 연출자인 김현준 PD는 극 초반 '너무 느리다'는 평가에 대해 "정통 멜로는 특유의 호흡이 필요하다"는 주관으로 긴 호흡을 유지해왔다. 결국 어느새 느린 페이스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그 흐름을뚫고 전개되는 주인공들의 격렬한 감정변화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셈. 성공의 외적 비결은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의 탄탄한 연기력이다. 두 아내를 열연중인 김희애 엄정화의 절제된 눈물연기가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가운기억상실증에 걸린 유동근의 어눌한 연기도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여기에 오랜만에멜로 연기로 돌아온 정보석을 비롯, 중견연기자 신구, 김용림, 윤미라와 송채환,허윤정, 김승수, 문근영, 이유리 등 조연들이 펼치는 맛깔 넘치는 연기가 풍성한식단을 시청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드라마의 최강자로 지난 한해 풍미한 '야인시대'는 최근 숨고르기의 양상이다. 시청률이 최근 다소 주춤하지만 조바심을 낼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제작진과 출연진의여유. 수차례 5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김두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야인시대'가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쌓여온저력 때문이다. 2부를 맞아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이 시청자들의 눈에 익숙해지기까지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이를 뒷받침한다. 해방 공간에서 좌우 이념 대립 속에 김두한과 죽마고우 정진영의 대립구도가 심해질 수록 시청자들의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분석. 또한 김두한을 둘러싸고 1대1의 최강자 시라소니와정치주먹 이정재, 명동파 이화룡 등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인물들을 얼마만큼잘 활용해 긴장감을 유지하느냐에 따라 제2의 야인시대 신드롬을 불러 일으킬가능성도 충분하다. 또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는 이환경 작가와 장형일 PD의 노련한 콤비 플레이도 '야인시대의 후폭풍'을 예고케하는 동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