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일반부
<청마상>
이재순 (황성동)
주소
내 주소는 어머니의 자궁이다
나를 품던 캄캄하고 아늑한
그녀만의 우물
그 우물을 열면
그녀의 고단한 삶의 흔적사이로
내가 보인다
커다랗게 자리잡은 어린 나
어머니의 손금에도 내가 있다
당신의 세월을 저당한 채
나는 자라나 어른이 되었다
탯줄처럼 얽히고 겹쳐진 시간속에
단단히 뿌리 내린 나무가 되어
이젠 내가
당신의 주소가 되려한다
당신의 눈물을 닦으려 한다
고등부
<장원>
송명주 (경주여자고등학교 2-3)
바코드
너는 갇혔다. 바코드처럼 늘어선 쇠창살. 쇠창살이 보인다. 너는 창살을 잡는다. 너의 이름을 부르려다, 침묵한다. 너는 이름을 모른다. 너는 숫자다. 바코드를 머리에 인 숫자.
감옥은 춥다. 바코드가 떨린다. 손이 떨린다. 너는 창밖을 본다. 하얗다. 눈, 눈이 내린다. 날이 밝으면 너는 눈길을 밟아야 한다. 순결한 아름다움 위에 붉은 발자국으로 남을 너. 바코드가 붉게 물들지 않길 바란다. 너는 가슴을 움켜쥔다.
생의 자락을 움켜쥐고 너는 운다. 삑삑. 바코드처럼.
중등부
<장원>
최명환 (월성중학교 1-6)
소리
겨울이 오면
소리를 꺼내보고싶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뒤엉켜 겨울문을 두드리는 그 소리를
살며시 문을 열고 꺼내보고싶다
겨울이 오면
소리를 질러보고 싶다
재잘대던 나뭇잎 떠나보내던 나무의 소리
바람이 조심스럽게 담아가는 땀 섞인 소리를
나도 나무가 되어 조용히 질러보고 싶다
겨울이 오면
소리를 담아두고싶다
할머니 누룽지 한 웅큼 쥐어주던 소리
타닥타닥 잠결에 군불지피던 그 소리를
내 호주머니 속 꼭꼭 담아두고싶다
초등고
<장원>
안지선 (황성초등학교 5-6)
교문
교문은 세계와 세계 사이의
파아란 경계
교문 안에는 시간에 따라
주인이 바뀌는 나라가 있다
수업시간의 우리들은
어른이 조종하지만
의지가 있는 로봇
쉬는 시간의 우리들은
자신의 날개를 반쯤 펴도
어른을 못벗어나는
짜맞춰진 위성
어른이 정한 시간을
로봇이 되어 채우고
경계를 넘으면
우리는 비로소
사람이 된다
초등저
<장원>
임우석 (산대초등 3-2)
이름표
내 가방에는
내가 천지다
연필도 임우석
지우개도 임우석
필통도 임우석
나에게 오는 학용품은
다 임우석이다
학용품에 내 이름표를 붙이면
학용품들이 웃는다
신나게 집에 오는 길
가방속 내 이름표도
요란한 웃음꽃이 핀다
카페 게시글
경주문협 백일장
제 30회 청마백일장 장원 수상작 모음
경주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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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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