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균 / 혜화당한의원
이 책 『외경外經』은 기백천사가 전하고 진사탁(명말 청초의 의학자) 선생이 기술한 것으로, 1980년에 중국에서 고서를 정리하던 중 찾아낸 서적이다. 생명의 음양적 존재 모습과 순역의 이치, 수행의 원리, 인체 내 무형과 유형의 음양관계, 명문작용의 창명(彰明)과 6장 7부, 포태맥(胞胎), 삼초의 중요성 등 주옥같은 글이 실려져 있다. 이 글 「구모편」(救母篇)은 여자에게 가장 유익한 글로서 천계를 강론함에 남음이 없고 또한 水火를 강론함에 부족함이 없다. 여성의 경도의 비밀을 밝히면서 인체의 근본인 수화(水火)의 교제에 대해서도 소상히 밝히고 있다. 즉 신장의 기가 부족하면서 간과 담의 울체로 인해 심신(心腎)이 교류하지 못하면 즉각 경도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 용성이 기백에게 가로되, 천계(天癸)의 수(水)는 남녀가 모두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부인의 경수(經水)만을 천계라 하는지요? 기백 가로되, 천계수는 임계(壬癸)의 수(水)이다. 임수(壬水)는 양(陽)에 속하고 계수(癸水)는 음(陰)에 속한다. 이 두 수는 선천의 수(水)이다. 남자는 양(陽)이요, 여자는 음(陰)이므로 부인의 경수를 천계라 한 것이요, 기실은 임계와 합하는 것이다. ▶ 용성이 가로되, 남자의 정은 천계라 하지 않는데 왜 그런지요? 기백 왈, 정(精)이란 수화(水火)를 합하여 말하는 것이다. 수(水) 중에 화(火)가 있어 비로소 정이 되는 것이다. 정이라 부르나 임계의 뜻이 그 안에 내포되어 있다. 고로 천계라 하지 않는다. ▶ 용성 왈, 정(精)과 경(經)은 동일한 수인데 왜 하필 두 가지로 이름하는지요? 기백 가로되, 같은 중에 다름이 있기 때문이다. 남자의 정은 지키나 넘치지 않고, 여자의 경도는 꽉 차면 반드시 소설(疏泄)된다. 계수란 해수(海水)이다. 위로는 달[月]에 응하고 아래로는 조수에 응한다. 달은 이지러지고 찼다 하기를 반복하고 조수에는 왕래가 있다. 곧 여자의 경수와 응하는 것이다. 고로 조수와 달이 정확하듯이 경수도 이와 같으니 천계라고 이름하는 것이요. 그 수를 계수라 하여 구별하며, 하늘이 운행하는 것을 따라서 같이 운행하는 것이다. ▶ 용성 왈, 그 색이 적색인 것은 왜 그런지요? 기벽 가로되, 남자의 정이란 양중의 음이라 그 색이 백색이요, 여자의 경도는 음중의 양이라 그 색은 적색이다. 하물며 임맥에 흘러서 혈해에 통하니 혈과 정이 합하여 탁류(濁流)가 되는 것이다. ▶ 용성 왈, 남자의 정은 휴손(虧損, 줄어듦)되고 넘치지 않는 것은 왜 그런지요? 기백 가로되, 여자는 음이 남으며 양이 부족하여 차면 반드시 소설(疏泄)되고, 남자는 양이 남고 음이 부족하니 고로 지키며[守] 넘치지 않는다. ▶ 용성 왈, 맛이 짠것은 왜 그런지요? 기백 가로되, 임계의 수는 해수(海水)이다. 바닷물이 짜므로 천계의 맛이 응하는 것이다. ▶ 용성 왈, 여자가 2×7=14세면 경도가 행하는데 어린아이가 경도가 없는 것은 왜 인가요? 기백 가로되, 여자가 14세가 안 되면 임충맥이 왕성하지 못하고 음기가 동하지 않는 바 여자는 오히려 ‘순양(純陽)’과 같다. 그러므로 경도가 행하지 못한다. ▶ 용성 왈, 여자가 14세가 지났을 때, 월경이 없는데도 임신하는 것은 왜 그런지요? 기백 가로되, 여자의 변종인데 이름하여 ‘암경(暗經)’이라 한다. 경도가 없는 것이 아니요, 부족함도 남음도 없다. 여자 중 최고 귀한 것이다. 종신토록 글자를 배우지 않아도 조식(調息)을 행하면 반드시 장생한다. ▶ 용성 왈, 부녀의 경수는 위로는 달에 응하고 아래로는 조수에 응하는 바, 마땅히 달에는 착오가 없는데 어째서 경수는 있거나 없거나 하는 것입니까? 기백 가로되, 인사(人事)가 어그러져서 그런 것이다. 천계의 수는 선천에서 생겨나지만, 역시 후천에서 자라는 것이다. 부녀가 욕망에 이끌리어 임독맥을 손상하면 즉 경수가 달에 응하지 못하고, 심사가 우울하여 간담이 손상되면 즉 경수가 막히고 흐르지 못한다. ▶ 용성 왈, 왜 그렇습니까? 기백 가로되, 사람은 수화가 아니면 생겨나지 못한다. 火는 곧 신장 속의 진화(眞火)이다. 水는 신장의 진수(眞水)이다. 수화가 왕성한 즉 경도도 왕성하고, 수화가 쇠퇴하면 경도도 쇠퇴한다. 임독맥은 신장과 통하니, 임독맥이 손상되면 신장이 손상되지 않음이 없다. 교접할 때 함부로 설정(泄精)시키면 정이 손상되니, 임독맥 역시 손상된다. 임독맥이 손상되면 그 기가 요제(腰臍, 허리)를 통하지 못하고, 대맥도 역시 손상된다. 그래서 계수가 왔다갔다하는 것이다. 대저 경수는 火 중의 水다. 水가 쇠약하면 火를 제지하지 못한다. 즉 火는 불타고 水는 하강하여 반드시 경수가 때보다 일찍 오게 된다. 火가 쇠약하여 水를 생성하지 못하면 즉 水火가 한랭(寒冷)하게 되어 경수는 반드시 늦게 오게 된다. 경도가 때를 어기는 것은 水火의 성쇠(盛衰)로 인한 것이다. ▶ 용성 왈, 간담(肝膽)이 손상되면 경도가 막히는 것은 왜 그런지요? 기백 가로되, 간(肝)은 혈을 저장하며 소설(疏泄)되는 것을 가장 줄여준다. 간담은 서로 표리가 되니, 담목(膽木)이 울체(鬱滯)되면 간목(肝木)도 역시 울체된다. 木기운이 울체되면 혈이 통달되지 못하여 임충맥 혈해가 억색(抑塞, 누르고 막힘)되고, 통하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오래되면 혈이 마르게 된다. ▶ 용성 왈, 木이 울체(鬱滯)되면 어째서 水가 막히는지요? 기백 가로되, 심(心)과 신(腎)은 교류하지 않음이 없는데, 심신(心腎)의 교류는 책임이 포태에 있으나 역시 간담에도 책임이 있다. 간담의 기가 울체되면 포태가 위로 간담과 교류하나, 심장과 교류하지 못하고 즉 신장의 기운이 심장과 교류하지 못한다. 심신(心腎)이 교류하지 못하면 각 장부의 기가 막히어 통하지 못하여, 간(肝)은 비(脾)를 극(克)하고, 담(膽)은 위(胃)를 극하며, 비위가 극을 받게 되면 생화(生火)의 기틀이 없게 되니 어찌 심신을 자양하리오. 수화미제(水火未濟)는 간담의 氣가 더욱 울체가 되고 간담이 오래 울체되면 반대로 가짜로 왕성한 증상이 생겨나서 밖은 왕성하나 내실은 허하게 된다. 신장이 허하게 되니 水가 마르고 고갈되며 울화가 타버리게 되니 木이 어찌 남아서 아래로 소설시키겠는가. 이로써 木이 울체되면 水 역시 막히는 것이다. ▶ 귀유구 물어 가로되, 기가 울체되면 혈도 막히는 데 혈이 즉 경도인가요? 기백 왈, 경수는 혈이 아니다. ▶ 귀유구 물어 가로되, 경수가 혈이 아니라면 어째서 혈이 막히는데 경도도 끊어지는 것입니까? 기백 왈, 경수는 天一의 水이며, 신경(腎經)에서 나오므로 경수(經水)라고 하는 것이다. ▶ 귀유구 가로되, 水가 신장에서 나오는데 백색이 아니고 왜 적색입니까? 기백 왈, 경수는 지음(至陰)의 정(精)으로 지극한 양기가 존재하고 있으므로 적색이 된다. 색이 적색이라고 해서 혈은 아닌 것이다. ▶ 귀유구 가로되, 사람의 신장은 보(補, 보충하다)만 할 뿐, 사(瀉, 쏟다)는 없는 것인데, 어째서 혈이 남는 것인지요? 기백 왈, 경수는 신장의 기가 변화한 것이요, 신장의 정을 빼내는 것이 아니다. 여자의 신장의 기는 남는 것인 바, 고로 변화가 무궁한 것이다. ▶ 귀유구 가로되, 기(氣)는 능히 혈(血)로 변하는데 각 경락의 혈이 따라서 소설(疏泄)되는 것은 아닌가요? 기백 왈, 신장이 경(經)으로 변화하고 경이 혈(血)로 변화되는 것이니 각 경락의 기혈이 각자 따라서 변화되지 않음이 없나니 이러한 바 신장의 기가 통하면 혈도 통하고, 신장의 기가 막히면 혈도 막히게 된다. ▶ 귀유구가 물어 가로되, 그런즉 기가 막히는 책임은 신장에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心, 肝, 脾의 기가 막혀도 경도가 역시 막히는 것인가요? 기백 가로되, 신장의 水는 이 삼경(三經, 心 肝 脾)에 말미암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신수가 변화되는 것은 실로 이 삼경(三經)과 관련이 있다. ▶ 귀유구 왈, 왜 그런지요? 기백 가로되, 신장이 간의 기와 통하지 못하면, 즉 신기가 열리지 않아 신장이 심기와 교류하지 못하고, 즉 신기가 위로 오르지 못하여 신장이 비장의 기운을 취하지 못한다. 즉 신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개 서로 교합하여 서로 변화하는 것인데 만약 일경(一經)이 울체되면, 기가 신장으로 들어가지 못하여 신기가 막히게 된다. 하물며 삼경(三經)이 같이 울체되면 신장은 장양하지 못하니 어찌 氣로 변하고 經으로 이루어지리요! 이로써 경도가 막히는 것은 곧 신장의 기가 울체됨이요, 간혈이 이른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만약 그 혈만 보하고 울체를 풀지 못하면, 반대로 火가 생겨나게 되며, 오로지 그 어혈만 치료하고자 하면 기는 더욱 미미하고 정은 모손된다. 이는 무익할 뿐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다. 귀유구 왈, 크도다 말씀이여! 금석에 새기어 만세에 어머니를 구하겠습니다. 글쓴이 노영균 원장은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했다. 옛 문헌의 고찰을 통해 수행에 대한 심층연구를 하고 있으며,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 『변증기문辨症奇聞』, 『변증옥함辨症玉函』 『본초신편本草新篇』을 번역했다. 현재 대전에서 혜화당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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