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청소년지원센터 종사자 연찬회에서 하루 워크샵을 영화치료로 하고 싶다는 제안으로
지난 토요일에 여수에 다녀왔습니다.
초행인데다가, 4시간 남짓 운전해서 갔다가 7시간 워크샵, 다시 4시간 귀가길이 부담이 되어서
새벽 6시 20분 호남선 첫차를 타고 갔지요.
아침에 눈뜨자마자 커피한잔을 마셔야 하는 저는
이른시간에 문을 연 에소프레소 커피집이 없어, 서대전역 자판기에서 달달하고 찐한 밀크커피로 아쉬움을 달랬답니다.
익산에서 환승하기위해 10여분 시간이 남아 역사 내 커피파는 곳으로 달려갔지만
여전히 문을 열지 않았더군요.
여수역보다 한정거장 먼저 도착한 여천역에는 여수시청소년지원센터 직원이 마중을 나와 있었습니다.
막 - 파장한 장바닥같은 제 차안에 비해 깔끔하고 단정한 그 직원의 차에 옮겨 탔어요.
'저- 혹시 커피좋아하세요. 조금 더 가면 커피집이 있는데 원하시면 한잔 사오려구요'
술좋아하는 사람이 제일 반기는 말이 '한잔합시다~^^'
어찌그리 반갑든지요. 초면임에도 ' 네 사주세요~ '그랬답니다.
그리고는 내가 얼마나 커피를 즐기는지, 오늘 아침 사연이 어찌어찌 되어서 아직도 커피다운 커피를 못마셨다는 등...
마치 어린아이처럼 재잘거렸답니다.
'저도 커피를 좋아해요. 그래서 아침 커피가 중요하더라구요....
'혹시 선생님도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여태 못드셨을 것 같아서요.
리조트엔 믹스커피만 있거든요.'
커피를 받아들고서야 알았는데 그냥 지나는 길에 있던 커피집이 아니라 일부러 U턴을 했던거였어요.
저는 워크샵을 시작하면서 그 직원의 배려가 너무 행복해서 시작이 즐겁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식객>허영만의 고향 여수바다를 바라보며 융숭한 점심대접을 받고,
워크샵이 진행되는 리조트에 위치한 커피집에서 그 선생님께 점심커피를 샀답니다.
극구 따라나와서 계산을 돕겠다는 것을 만류하고 이번에는 제가 대접하겠노라고요..
돌아오는 길에 다시 여천역까지 배웅을 해준 그 선생님은
내가 제대로 기차에 잘 타는지 끝까지 확인하고 돌아섰답니다.
돌아오는 기차는 호남선 무궁화호 였어요. 마침 비가 내리고 있네요..
KTX가 생긴이후로 타보지 못했던 무궁화호 열차안에는 한량을 카페로 만들어
식사도 팔고 커피도 팔더라구요. 날은 이미 어둑해졌지만,
창밖에는 오늘 하루 제가 받은 '배려'들이 그림처럼 지나갔습니다.
늦은 시간 도착했지만 하나도 안피곤했습니다.
'진심이 배어있는 배려'를 받는 일은 그닥 흔지 않은 일이지요.
오늘 나는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배려를 주신 분은 따로 있는데 왜 제가 으쓱해지는 걸까요.
'배려' 받아보니 정말 행복합니다. 저도 따라배우고 싶습니다.
여수시 청소년 지원센터 이정희 선생님- 아직도 그날 아침 커피향이 남아있습니다
오가는 길을 찬찬히 살펴주신 강형규소장님, 참 따듯했습니다.
그리고 길었던 워크샵 내내 너무도 평화로운 웃음을 보내주신 전남지역 선생님들..
이자리를 빌어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내일은 이른아침 보령에 갑니다.
오늘 오전에 담당 선생님이 전화를 주셔서 이것 저것 준비할 것들을 물어오시더군요.
전화를 끊기전에 ' 선생님! 혹시 드시고 싶으신 차 있으세요?'
강의 요청, 점검 해주시면서 드시고 싶은 차가 있는지 물어오신건 또 처음입니다.
미리 행복합니다.
첫댓글 여정이 잔잔하게 그려집니다.
ㅎㅎ 이번엔 제가 핸드드립 한 잔 내려가야 하겠군요.
혹 즐기는 커피 있으신지요? 저는 크리스탈 마운틴하고 엘살바도르를 잘 마십니다.
이 아침도 진한 커피향과 함께 행복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