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해변(강원도 동해시 용정동)
동해가 숨기고 있는 앙증맞은 바닷가를 아시나요
강원도 동남부에 위치해 있는 동해시는 유서 깊은 도시가 아니다. 1980년 명주군(지금의 강릉시) 묵호읍과 삼척군(지금의 삼척시) 북평읍을 합해서 태어난 신흥 도시인 것이다. 동해시 북쪽으로는 강릉시 옥계면, 서쪽으로는 정선군 임계면, 남쪽으로는 삼척시 하장면·미로면·교동, 동쪽으로는 동해바다에 접해 있으며 동서 길이는 약 17.8km, 남북 길이는 약 19.8km에 달한다. 동해시는 축복 받은 고장이다. 산과 바다, 그리고 동굴 등 많은 명승지를 품은 까닭이다. 서쪽으로는 백두대간의 분수령인 청옥산(1,404미터)·두타산(1,353미터)·상월산(970미터) 등의 연봉이 솟아 지세가 험준하고 높은 가운데, 명승 제37호로 지정된 무릉계곡이라는 절승을 빚어내고 있다. 시내 중심부에는 천곡동굴이 자리 잡고 관광객들을 끌어 모은다. 산이나 계곡이 아닌 도심지에 천연 동굴을 가진 곳은 국내에서 동해시가 유일하다. 동해바다 쪽은 또 어떠한가. 드넓고 고운 백사장에 다채로운 오토캠핑장을 갖추어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망상해변을 비롯하여 숱한 해수욕장을 거느리고 있으며, 애국가에 나오는 영상으로 이름난 해돋이의 명소인 추암해변 촛대바위도 동해시의 자랑이다. 이러한 유명 경승지 외에도 동해시에는 숨은 비경이 즐비하다. 그 가운데 감추해변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동해시가 꼭꼭 ‘감추어둔’ 바닷가여서 ‘감추’해변인가? 우연의 일치일 뿐 그건 아니다. 한자로는 甘湫라고 쓴다.
선화공주의 전설이 어린 감추사
감추 버스정류장에서 언덕 아래로 내려서면 두 가닥의 철길이 나란히 이어진다. 별도의 건널목 시설은 갖추고 있지 않으며, 철도를 무단 횡단하면 처벌된다는 경고문이 걸려 있다. 그러나 이 철길을 건너지 않으면 감추해변으로 갈 수 없다. 법을 어겨야, 범법자가 되어야 갈 수 있는 바닷가라니, 야릇한 기분이 든다. 다만 기차가 오지 않는지 좌우를 살펴보고 건너야 안전하다.
철길을 건너고 군부대 초소 옆길을 따라 내려간다. 일출 1시간 후부터 일몰 30분 전까지만 출입할 수 있다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으니, 원칙적으로 이곳에서의 해맞이는 불가능한 셈이다. 감추해변으로 내려서기 바로 전에 감추사라는 아담한 사찰을 만난다. 한국불교태고종에 속하는 사찰인 감추사는 신라 진평왕(재위 579∼632)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백제 무왕과 결혼한 뒤 선화공주는 문둥병의 일종인 백풍(白風)에 걸려 여러 약을 써보았으나 낫지 않았다. 이에 전라북도 익산시 용화산(지금의 미륵산) 사자사에 머물던 지명법사가 공주에게 동해안 감추로 가볼 것을 권했다. 선화공주는 감추로 가서 자연동굴에 불상을 모시고 날마다 약수로 목욕재계를 하는 등 3년 동안 기도를 드렸다. 이윽고 병을 고친 공주가 부처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절이 바로 감추사의 전신인 석실암(石室庵)이라는 설화가 전해진다.
갯바위를 집어삼킬 듯 울부짖는 거센 파도
그 후 절은 없어지고 석굴 흔적만 남아 있던 것을 1902년 재건하고 신건암 또는 대은사분암이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1959년 해일이 덮쳐 석실과 불상이 유실되자 1965년 인학 스님이 중건하면서 감추사로 이름을 바꾸어 오늘에 이른다. 현재 남아 있는 당우로는 관음전과 삼성각·용왕각·요사채 등이 있다. 창건 당시의 절터는 찾을 수 없으나 선화공주의 전설이 어린 석굴은 남아 있다.
감추사 아래로 펼쳐진 반달 모양의 감추해변은 손바닥만큼이나 작고 앙증맞다. 좁다란 모래밭을 웅장한 바위절벽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매혹적이다. 흡사 감춰진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바닷가로 내려서면 짙푸른 동해바다가 눈에 가득 들어온다.
그렇다고 해서 고요한 바다의 정적을 기대하면 안 된다. 이곳 바다는 성난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거센 파도가 몰려와 바위에 부딪치며 산산조각 나고 있다. 그래도 부서지지 않는 바위를 통째로 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으르렁대며 덤벼든다. 그러나 두려움보다는 야릇한 희열이 느껴지는 것은 어떤 까닭일까? 아마 파도가 바위를 매몰차게 때리는 모습에 가슴이 후련해질 만큼 통쾌함을 느껴서일 것이다.
북쪽 갯바위에서는 강태공들이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다낚시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어 다소 걱정스럽다. 그러나 감추해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는 잔잔하기만 하다. 동해항에 입항하지 않고 앞바다에 닻을 내리고 정박 중인 화물선들의 풍경도 정겹게 다가온다.
# 드라이브 메모 동해 나들목에서 동해(65번)고속도를 벗어난 뒤에 동해대로-종합운동장-동굴로-해안로를 거쳐 감추해변 입구 주차장으로 온다.
# 대중교통 영동선 열차나 버스를 타고 동해시로 온 다음, 감추해변 입구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 맛있는 집 동해시 천곡동의 한우설렁탕(☎033-532-1589)은 30년 전통의 탕 전문점으로 국내산 한우만 취급한다. 메뉴는 설렁탕과 우족탕, 우족수육 세 가지로 동해와 삼척 등 동해 중부 일대에서 첫손 꼽히는 맛으로 인정받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설렁탕은 한우 사골을 알맞게 우려내어 탕 국물을 끓이고 적당량의 소면을 넣어 손님상에 낸다.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고 수육 삶은 국물을 가미할 뿐이어서 탕 맛이 담백하고 부드러우면서 뒷맛 또한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수시로 담가 알맞게 익었을 때 손님상에 내는 김치와 깍두기도 새콤달콤하면서 맵지 않아 젊은 세대들은 물론 어르신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영업하며 매주 일요일은 쉰다.
# 숙박 동해그랜드관광호텔(☎033-534-6682)을 비롯하여 동해시내에 숙박업소가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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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신삿갓 오지 기행 원문보기 글쓴이: 신삿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