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지 : 팔영산
◈ 산행일자 :2007년12월4일 화요일
◈ 산행구간: 능가사~1봉~8봉~깃대봉~정상~탑재~능가사
◈ 산행시간 : 약 4시간
◈ 참가인원 : 느림보 산악회
◈ 등산로 :바윗길
◈ 이정표 : 양호
◈ 교통: 세이브존 출발
◈ 소요경비: 산행회비 25,000원
◈ 특이사항:올망졸망한 봉우리를 드넓은 바다를 볼수있는 추억에 남는
팔영산 산행
남도의 영산 팔영산(八影山)에 올라
능가사 일주문을 옆으로 돌담을 끼고 가는 길가에 빨강열매가 가을 끝자락을 붇잡고 있다 세월을 원망하듯 고개 숙인 갈대숲도 보이고 겨울에도 곧은 절계를 자랑하는 푸른 대나무도 보인다 고즈넉한 오솔길을 얼마쯤 걷다 보면 본격적인 팔영산 오름이 시작 된다
팔영산은 제일봉 유영(儒影) 봉에서 시작하여 제이봉 성주(聖主)봉을 주봉으로 하고 삼봉 생황(笙簧), 사봉 사자(獅子), 오봉 오노(五老), 육봉 두류(頭流), 칠봉 칠성봉(七星) 그리고 마지막 여덟 번째 봉 적취 (積翠)봉까지 이어진다. 이렇게 여덟 개의 높고 낮은 봉우리가 어우러져 산을 이루고 골을 내어 오름마다 골마다 전설이 가득 담긴 바위산이 곧 팔영산 이다
중국의 위 왕이 대야에 비친 여덟 봉우리의 산이 하도 신비스럽게 보여 신하들로 하여금 이 산을 찾도록 어명을 내린다. 신하들은 명을 받고 백방으로 알아본 즉 그 산은 조선국 고흥땅에 있다하여 찾은 곳이 바로 팔영산이다 전에는 팔전산이라 불렀던 산이 그 후로 팔영산(八影山)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첫 번째 오름 유영(儒影)봉 갓을 쓴 선비의 그림자란 뜻인가? 첫 오름부터 그 이름이 예사롭지가 않다 낙엽이 쌓인 푹신푹신한 등로를 따라 조심스럽게 올라도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 제일봉 유영(儒影)봉 흔들바위를 막 지나자 위대장의 구령소리가 들린다 스틱을 접으세요!! 흙길을 몇 분 따라 올라가니 그때서야 유영봉 이정표가 보인다 근엄한 선비의 기풍처럼 온유한 자태에 나도 모르게 스르르 말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정상은 선비의 갓처럼 생긴 바위가 제법 널따라 몇 사람이 앉아 풍류를 즐길만한 장소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바다와 어우러진 풍광이 과연 남도의 영산 팔영산 이로다 조그마한 들에는 추수가 다 끝나고 허수아비도 없는 허허로운 벌판이 왠지 내 마음도 어느 한구석이 비어있는 것처럼 허전하다
다시 둘째 오름 성주(聖主)봉이 시작 된다 오름의 형세가 팔영산의 주산답게 까다로운 오름 길이 험하고 아슬아슬 하나 이름 그 데로 단아하고 수려하다 철 계단을 간신이 올라온 성주봉 정상 발 아래로 탁 트인 남해가 끝없이 펄쳐저 마치 아름다운 수석 한 점이 바다 위에 떠있는 듯 그래서 이름을 성주(聖主)봉이라 이름 하였으리라 이렇게 하여 팔영산 여덟 개 봉우리의 오름은 시작된다.
산 꾼 이면 누구나 팔영산을 꿈꾼다. 산의 형세를 풍수지리로 풀이 한 것을 보면 남도에서도 으뜸가는 대길 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좌청룡 우백호의 형상을 갖춘 명산,
어느 풍수지리 가는 팔영산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조계산을 머리로 하고 호남의 4대 명찰 중 하나인 능가사는 심장부에 속한다. 우측으로는 아름다운 절경의 강신 폭포가 힘차게 쏟아 저 내리고 그 위로는 장쾌한 강신 능이 활개를 펴고 있으며 좌로는 천혜의 신선대와 남해의 푸른 바다를 채우기 위해 사방 골 계곡에서 끊임없이 물줄기를 흘려보낸다. 이 한 중심부에 오묘하고 신비스런 자태의 팔영산이 승천하는 용처럼 꿈틀거리고 있는 듯하다 강신 담과 사방 골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모여 팔영 재를 이루었으니 모자람 없이 형세를 모두 갖춘 명 터임에 틀림이 없다 하였다.
오늘은 강신폭포도 넘쳐흐르는 사방 골 계곡의 물도 없지만 여름 팔영산에서는 어느 봉에서나 볼 수 있다는 폭포와 계곡의 물소리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으니 조금은 아쉽다
다시 암 능은 계속 된다 어디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대금소리가 마음을 사로잡듯 귓전을 가볍게 스치며 흘린 땀을 씻어준다 세 번째 오름 생황(笙篁)봉 다도해에서 불어오는 쌀쌀하게 부는 바람소리 마치 생황(笙篁)을 통하여 흘러나오는 가락처럼 은은하게 들리는 자연의 하모니가 아닌가 초겨울이지만 부드러움 마저 느끼게 한다 확 트인 생황봉에 올라 망망대해를 바라보니 이 산 꾼의 행복을 그 어디에 비하랴
다시 숨을 몰아쉬고 오르는 사자(獅子)봉 짜릿하고 아슬아슬 한 오름 등골이 오싹 힐 정도의 스릴로 산객들에게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이 또한 잠시일 뿐 저 아래로 굽어보이는 흔적만 보이는 강신 폭포와 신선들이 모여 산다는 신서대가 숨 가쁜 가슴을 쓰다듬어 주지 않는가
은은하게 오르며 오르는 것 갖지도 않게 여유 있는 능선 길을 걸어 오르는 오로(五老)봉 다섯 명의 신선 이 이곳에 놀러왔다가 주위에 펼쳐지는 풍광에 매료되어 넋을 잃고 잠 간 쉰다는 것이 그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앉아있다 해는 지고 어두워 졌는데 사자의 울부짖는 소리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날은 칠흑 같은 깜깜한 밤이 됐고 다섯 신선들은 꿈적도 할 수 없는 바위가 되고 말았다는 오로(五老)봉의 현실 같은 전설 잔잔한 푸른 바다 위에 그림같이 떠있는 크고 작은 섬들을 바라보노라니 이 늙은 산 꾼도 무아지경으로 빠져 들어가는 듯하다
올라온 만큼 내려가는 것이 산의 이치가 아니던 가 더 큰 봉을 오르려나 보다 또다시 숨이 목까지 차오른다 쇠줄을 붓 잡고 조심조심 바위 비탈길로 올라온 봉우리 여섯 번째 봉 두류(頭流)봉에 오른다 중국에 있는 두륜산이 팔영산 경치를 보러 왔다가 그 산세가 너무나 뛰어나고 아름답고 신비로워 고만 돌아가기가 싫어 이곳에 눌러 살게 된 것이 팔영산의 두류봉이 되었다는 어쩌면 우리네 인생살이 같은 기막힌 전설이 아닌가
하늘로 가는 통천문을 지나 별처럼 반짝이는 바위 산 일곱 번째 오름 칠성(七星)봉에 오른다 바위와 바다가 어우러져 마치 금강석이 바다 위에서 북두칠성처럼 반짝인다 하여 칠성봉이라 이름 하였으니 우리 선조들의 지명에 관한 지혜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칠성봉을 팔영산의 마지막 봉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다 올랐다는 안도감으로 마음 놓고 오른 봉 팔영산의 마지막 봉 적취(積翠)봉 마치 물총새 한 마리가 바다 속 물고기를 낙아 챌 자세로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듯 금시라도 바다로 뛰어들 기세다 이 마지막 오름이 여덟 번째 봉 적취(積翠)봉 이다.
푸르고 드넓은 저 바다 아이를 달래는 엄마처럼 가슴이 따뜻한 바다 그는 가진 게 많아도 뽐낼 줄 모르고 줄 게 많아도 우쭐대지 않는 바다 그런 바다에 올망졸망한 섬들이 마치 엄마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든 아기처럼 평화롭기 그지없다.
적당히 물들어 가는 겨울 햇빛이 그 멀고 먼 길을 더듬어 이 작은 바위 위에 도착하여 내 뺨을 따갑게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야릇한 감동이 나를 감싼다. 죄 없이 사는 섬들과 섬 보면 볼 수 록 다정스럽고 정겹다.
그러나 어찌하랴 나는 가야하느니 아귀다툼하는 저 속세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 이 얼마나 괴롭고 슬픈 일인가
내려가기가 싫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차라리 망각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버렸으면... 그리하여 저 오로(五老)봉과 함께 억만년 함께 살 수 있는 봉이 되었으면...
아! ~ 팔영산이여! 내 언젠가는 다시 찾아와 그대처럼 수억년 제 자리를 지키는 아홉 번째 오름 연지봉(蓮池峰)이 되리라 .
여덟 개봉을 다 올랐다 생각하고 내려갈려다 또다른 봉우리가 있다 기에 가보니 뜻 박의 구봉 깃대봉이 있지 않은가 이 허무함, 이 허탈함, 내 연지봉으로 태어나 구봉이 되어 이곳에서 억만년 살려 했는데 그 자리마저 나에게는 주어지질 않는구나 어쩔 수없이 중생들이 모여사는 속세로 내려가야 하느니.....
오늘 따라 팔영산엔 산불조심 안내 현수막이 많이 걸려있습니다 문론 산불조심 해야 합니다 나는 이산불조심을 한자로 거꾸로 써봤습니다 심조불산(心早不山) 문론 한문으로서의 뜻이 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굳이 해석을 해 본다면 "산에서 마음을 조급히 하지 말라" 뜻으로 해석을 해봤습니다 산불도 조심하고 안전산행도 하고요....ㅋㅋㅋㅋ
구봉까지 오르다 보니 두서없는 글이 너무 길군요 함께 하신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부상으로 많이 놀 랜 두 분께 위로의 말씀 드리며 빠른 회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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