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2012년 11월 10일에 열렸던 한국발달심리학회 학술대회 제1부 ‘학교폭력의 발달적 이해’에서 발표되었던 연구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또래괴롭힘에 대한 새로운 이해 이승연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2011년 12월부터 시작된 또래괴롭힘(bullying) 피해학생들의 연이은 자살사망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경종을 울리며, 학교폭력 예방과 개입을 위한 국가차원의 정책변화와 함께 사회 각계각층의 진지한 논의를 이끌어 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학교폭력 예방대책은 여전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자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또래괴롭힘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또래괴롭힘은 학교폭력의 독특한 하위유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공격성을 도구로 사용하는 주도적 공격성(proactive aggression)의 대표적 예이다(Griffin & Gross, 2004).
또래괴롭힘 상황의 85% 이상에서 이를 지켜보는 주변인(bystanders)이 존재하며(Atlas & Pepler, 1998), 가해자가 또래지위가 불안정하고 힘이 약한 피해자를 신중하게 선택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주의를 요한다.
또래괴롭힘은 전체 학생의 70-80%가 참여하는 집단 현상으로, 괴롭힘이 일어날 때 약 17-23%의 학생(방어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가해자를 옆에서 돕거나(가해조력자) 부추기며(가해강화자), 또는 이를 무시하거나 지켜만 본다(수동적 방관자)(Salmivlli et al., 1996).
이 과정 속에서 가해자는 자신의 괴롭힘 행위가 용인될 뿐 아니라, 주변학생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고 복종하며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심지어 존경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게 되며, 이는 가해자의 공격성을 강화한다(Craig & Pepler, 1997; Gini et al., 2008).
즉, 괴롭힘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단순 이자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에 대한 가해자의 동기가 주변인들의 반응을 통해 만족되기 때문에 생겨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심리학자, 교육학자, 정책입안자들은 공격성을 부적응적인 것으로만 간주하고, 개인의 괴롭힘 행동이 집단 내에서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지는 간과해 왔다.
이는 그동안 다양한 학교폭력 예방/개입노력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를 설명한다(Swearer et al., 2009). 많은 연구들은 공격성이 사회적 선호도(social preference)와는 부적 관계, 지각된 인기도(perceived popularity)와는 정적 관계를 보이며, 또래괴롭힘 행동 역시 유사한 관계를 지님을 반복 검증해 왔다(심희옥, 2008; de Bruyn et al., 2010). 즉, 아동들은 또래괴롭힘 가해자를 개인적으로 싫어하긴 하지만, 사회적 힘과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한다.
또래괴롭힘 가해자들 중 절반 이상이 타인에 대한 힘/영향력이 강한 집단에 속하고, 이들이 다른 가해자들에 비해 더 공격적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매력적이고 좋은 지도자라고 평가 받는다는 연구결과(Villancourt et al., 2003)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해자에게 괴롭힘은 나쁜 것이니 그만 두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괴롭힘 행동으로 인해 얻게 되는 이러한 사회적 보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를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기 있는 청소년들이 괴롭힘 행동에 더 많이 관여하는 학급일수록, 개인의 괴롭힘 행동은 덜 거부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Dijkstra et al., 2008).
괴롭힘 행동이 사회적 지위 확보를 위한 효과적 수단으로 인식될 경우, 아동들은 이를 더 많이 모방하게 된다.
즉, 또래괴롭힘의 효과적 감소를 위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개인 속성을 변화시키는 것보다는 주변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이다.
주변인들의 행동을 변화시켜 집단 내에서 힘과 영향력을 얻고자 하는 가해자의 동기가 애초에 만족될 수 없게끔 하는 것이다.
최근 KiVa 프로그램의 효과성 검증 연구들은 개인의 속성을 변화시키는 것보다는 학급의 속성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며, 특히 학급아동들의 ‘방어행동’ 수준을 높이는 것보다도 ‘가해강화행동’ 수준을 낮추는 것이 괴롭힘 행동을 줄이는데 더 강력한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Kärnä et al., 2010; Salmivalli et al., 2011).
물론 학급 내 방어행동을 늘리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괴롭힘 상황에서 아무도 피해자를 돕기 위해 나서지 않는 상황의 반복은 아동들로 하여금 나는 괴롭힘에 반대하지만, 우리 반/학교는 괴롭힘을 용인하며 피해자를 돕는 것은 기대되는 행동이 아니라는 잘못된 규준을 만들어 낸다(Juvonen & Galvan, 2008; Padilla-Walker & Carlo, 2007). 괴롭힘 상황에서 우리 반 친구들이 내가 피해자를 돕기를 기대한다고 지각하는 것은 방어행동을 늘리며(Pozzoli & Gini, 2010; Rigby & Johnson, 2006), 방어행동의 증가와 관련된 공감이나 자기효능감 역시 지각된 학급규준에 따라 그 효과가 변화한다(김은아, 이승연, 2010).
이러한 최근 연구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개인속성을 변화시키는 것 보다는, 환경적 맥락을 변화시키는 것이 훨씬 중요함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즉, 지금처럼 학교폭력의 즉각적 해소를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개인 특성에만 초점을 맞춘 전략은 소용이 없으며, 가해자를 움직이는 주변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학급/학교라는 환경적 맥락을 변화시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또래괴롭힘의 본질을 반영한 가장 효과적 전략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첫댓글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바쁘실텐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좋은 자료를 요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가해자를 움직이는 주변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학급/학교라는 환경적 맥락을 변화시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또래괴롭힘의 본질을 반영한 가장 효과적 전략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100%공감합니다..좋은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