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동화작가 한정기 선생님의 장편아동소설 <멧돼지를 잡아라> 출판기념회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인사말 모두에 일본의 동화작가 하이타니 겐지로의 말을 인용한 것을 읽고, 문득 그의 유명한 동화 작품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떠올렸습니다. 나도 몇 년 전에 이 작품을 읽고 무척 큰 감동을 받은 바 있기에 여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2002년 3월엔가 kBS의 <TV, 책을 말하다>에도 그의 책이 소개된 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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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타니 겐지로는 현존하는 일본 최고의 동화작가입니다. <은하철도의 밤>을 쓴 미야자와 겐지와 함께 가장 존경받는 동화작가의 한 사람입니다. 그는 17년간 교사 생활을 한 경험이 있으며, 갑작스런 형의 자살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심한 좌절을 겪을 때 하이타니 겐지로를 구원한 것은 바로 아이들의 넘치는 생명력이었습니다. 하아타니 겐지로는 교직에 심한 좌절을 겪고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위한 작품을 썼습니다. 그의 작품으로는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원제: 토끼의 눈), <태양의 아이>,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 등이 있습니다. 특히 <토끼의 눈>은 국제 안데르센 특별 우수작품 으로 선정된 바가 있으며, 그는 1983년에 작품의 인세를 기금으로 <태양의 아이 보육원>을 설립해 샹명 존중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양심수 후원회의 활동을 통해 한국과의 인연을 맺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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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원제: 토끼의 눈)은 울보라는 별명을 가진 마음이 따뜻한 신임 여교사인 고다니 선생님이 1학년 4반 아이들을 통해 진정한 교사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 아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는 문제 교사 아다치 선생님이 나오는데, 그는 문제 교사이지만 아이들에게서는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괴짜 선생님입니다. 다른 선생님들에게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쓰레기 처리장 아이들도 아다치 선생에게는 속 이야기를 잘 털어 놓습니다.
이 작품 중 아주 재미있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일기쓰기에 대한 연구 수업 과정이 나오는데 아이들에게 어떻게 일기를 쓰는가를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가르치는 대목입니다. 나는 언젠가 신임 교사에게 이 부분을 복사해서 주면서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2학년 국어과 연구수업에서 일기쓰기 지도안을 작성해 보라고 권한 적도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떠 데스쪼라는 문제 아이가 나오는데 바로 제목인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는 바로 이 데스쪼의 선생님에 대한 존경의 말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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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읽어 보면 교사가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며, 소외되고 버림받은 아이들과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 것에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자연의 변화처럼 하루도 같은 날이 없이 매일 성장하는 아이들의 샹명력은 바로 하이타니 겐지로 문학 세계의 바탕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마주한 학교, 사회의 모습을 정면으로 다룬 이 작품이 발표되었을 당시만 해도 일본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 나라의 아동문학 작품도 하이타니 겐지로의 이 작품처럼 우리 학교 사회의 획일적인 교육에 의해 멍들어 가는 동심과 일선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다루어서 우리 교육이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도 우리 아동문학에 종사하는 시인과 작가들의 책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의 일상 주변만 맴돌며 작품을 쓸 것이 아니라 우리 교육의 문제점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작품이 나올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5.
아직까지 이 책을 읽어보지 않는 선생님은 한 번 짬을 내어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신임 여교사 고다니 선생이 어떻게 진정한 교사로 성장해 가는 가를 관찰해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줄 것이며, 소외받고 버림받은 아이들,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는 가난한 아이들이 교사의 관심과 사랑에 의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탐색이 될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는 하아타니 겐지로의 작품이 더러 소개되어 있는데, 이 작품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는 햇살과 나무꾼이 번역하고 양철북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며 나는 우리 나라 아동문학 작품은 언제 한 번 국제 안데르센 대상의 후보에나 오를까 하는 부러움과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성인문학 작품을 번역하는 데에만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아동 문학 작품도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 작품도 국제 안데르센 대상의 후보에도 충분히 오를 것입니다.
첫댓글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좋은 책 안내 고맙습니다. 감수성이 풍부한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좋은책 소개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꼭 읽어 보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많은것을 배우고 깨우칩니다. 감사드려요.
이 작가의 책인 <우리는 시골로 간다>도 추천합니다! 문장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