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알림이’안여종과 함께하는 대전걷기
첫 번째 ‘갑천의 보물 노루벌과 생명 이야기’
안여종 madong01@hanmail.net
지역에서 다양한 대전 알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함께하는 사람들과 여유를 갖고 천천히 걸으며 도란도란 대전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 못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답사는 차로 이동하면서 여러 곳을 둘러보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기에 정해진 장소에 다가가는 것이 별로 신비스럽거나 설레이지 않았던 것 같다. 꼼꼼하게 주변을 둘러보거나 사진을 찍어야 할 곳도 지나쳐 버리는 예가 한두 번이 아닌지라 항상 서운함과 만족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대전 걷기다. 이제 대전의 다양한 지역을 걸으며 걷지 않고는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앞으로 이어질 10번의 대전 걷기는 대전을 걸으며 지역의 역사, 문화, 환경을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준비되었다. 신청자가 많지 않았지만 사람이 많고 적음은 문제될 바가 아니다. 혼자서도 대전 걷기를 하려했기에 단 두 명의 참가자도 너무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대전 걷기의 첫 번째 주제로 정한 장소는 갑천이다. 갑천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엑스포과학공원 주변의 정비된 하천의 모습도 있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그나마 잘 간직하고 있는 갑천의 상류지역도 있다. 우리가 답사 지역으로 선택한 정확한 장소는 갑천의 상류 흑석동 노루벌에서 정림동까지 약 7.5km 구간이다.
지난 12일 노루벌에 저를 포함하여 대전 걷기의 첫 걸음을 함께할 두 명의 동지(?)가 모였다. 반갑게 인사하고 이내 노루벌 초입을 둘러본다. 이 곳은 장평보가 있어 장평보 유원지로도 불리는 곳이다. 안물안리가 갑천 건너에 보이고 할머니가 들깨를 말리고 있다. 하늘에는 7마리의 흰뺨검둥오리가 우리 일행의 머리 위를 한바퀴 돌아 잔잔한 갑천 물위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노루벌 풍경은 추수로 바쁘고 너무나 평화스러운 모습이다. 노루벌 제방에 오르자 제방 양쪽으로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봄에는 수천 포기의 할미꽃이 피어 할미제방이라고도 부르는 곳인데, 계절이 가을인지라 가을 들꽃들에게 자리를 양보한 것이다. 그래서 노루벌을 잘 아는 사람들은 노루벌 제방은 천연 야생화 단지라고 말한다. 올 9월 초에는 늦반딧불이가 노루벌 밤하늘을 수놓았었다. 딸아이와 함께 반딧불이를 바라보며 황홀해 했던 기억이 새롭다. 노루벌을 지나 괴곡교 하류의 잠수교를 통해 갑천을 건너갔다.
이제 괴곡동의 상보안 마을이 바라다 보인다. 상보안 마을은 상보(上洑)라는 이름의 ‘보(洑)’ 안쪽 마을 이란 뜻이다. 예전에는 상보안과 갑천을 사이에 두고 마을 앞으로 호남선 기차가 지나갔다고 하는데 벌써 오래된 이야기다. 마을 어른신과 이런 저런 옛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일행은 갑천 물가로 내려가 보았다. 여기저기에 고라니의 발자국이 모래위에 선명하다. 일행은 신기한 것을 발견한 냥 연신 사진을 찍는다.
이제 괴곡동 새뜸 마을로 향했다. 새뜸 마을에는 대전 최고 수령의 느티나무 어르신이 살고 있는 마을로 유명하다. 고려 말부터 살았으니 600년이 훨씬 넘었다. 보호수 안내판에는 640년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사실 나무 나이를 우리가 어찌 정확히 알겠는가? 어찌되었든 대전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은 생명체로 알려진 새뜸 느티나무 어르신을 ‘살아있는 생명문화재’라고도 부른다. 마을에서는 음력 칠월칠석에 제사를 모시고 마을 수호신으로 정성을 다하고 있다. 매년 나무의 새순이 한꺼번에 돋으면 풍년을 층층이 돋으면 흉년을 점칠 수 있다하여 봄에 확인하였다고 하는데, 올해에는 한꺼번에 새잎이 돋았다고 마을 어르신이 말씀하신다.
시원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느티나무 아래에서 준비한 점심 도시락을 맛나게 먹었다. 다음은 괴곡동 돌장승. 지금은 돌장승 앞에 싸리나무가 우거져 잘 보이지 않지만 정월달에는 마을 거리제를 위해 깨끗이 주변을 정리하고 금줄을 친다. 정월 열 나흗날 마을 사람들은 정성을 다해 돌장승님께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한다. 괴곡동은 마을 제사를 정월과 칠석에 두 번이나 지내는 대전에서 보기 드문 마을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갑천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종착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갑천 물이 생각보다 맑아서인지 물고기가 많았다. 우리 갑천에 사는 민물고기가 51종으로 조사되었다는데 대전에 사는 시민들 중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양한 민물고기가 놀고 흰뺨검둥오리, 쇠백로, 왜가리, 원앙 등 새들이 날아다니는 갑천 상류를 만끽하며 우리의 첫 대전 걷기는 끝나고 있었다.
2005.10.14
첫 번째 걷기 코스 : 장평보 유원지(9:40) - 노루벌 - 상보안 유원지(10:50) - 고라니발자국(11:30) - 새뜸느티나무(12:10) - 괴곡동 구억뜸 장승(13:10) - 파평윤씨서윤공파고택(13:40) - 갑천 중보(14:10) - 정림동(15:00)
200리길 대전을 걸어서 기록하자 안내
한밭문화마당 카페 : http://cafe.daum.net/snd2003
2005.10.14
첫 번째 걷기 코스 : 장평보 유원지(9:40) - 노루벌 - 상보안 유원지(10:40) - 새뜸느티나무(12:10) - 괴곡동 구억뜸 장승(13:10) - 파평윤씨서윤공파고택(13:40) - 갑천 중보(14:10) - 정림동(15:00)
200리길 대전을 걸어서 기록하자 안내
한밭문화마당 카페 : http://cafe.daum.net/snd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