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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진스님이 6일 경기도 포천 흥룡사에서 열린 장준하 선생 천도재에서 법문을 하고 있다. |
이날 천도재에는 최근 ‘조계종 사태’ 이후 한동안 칩거생활을 해온 명진스님(단지불회 회주)이 참석해 법문을 맡았다. 명진 스님은 법문을 통해 장 선생의 의문사 진상규명 문제를 놓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새누리당과 최근 ‘과거사 사과’로 논란을 빚은 박근혜 후보에 대해 특유의 어법으로 일침을 가해 참석자들로부터 수차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명진 스님은 최근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조차 장 선생 의문사 진상규명을 요구한 사실을 들어 “장 선생의 유골은 ‘나는 타살 당했다’고 외치고 있다”며 “장 선생의 죽음은 그 혼자만의 죽음이 아니라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억울한 죽음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장 선생을 비롯해 전태일 열사, 인혁당 사건 희생자 8명을 우리 현대사의 대표적 ‘3대 죽음’이라고 규정했다.
명진 스님은 이어 “이분들은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다 부당한 세력들로부터 죽음으로 내몰려 그 ‘꿈’마저 함께 죽은 것”이라며 “장 선생의 하얀 유골은 ‘지금이라도 그 꿈을 이뤄달라’는 간절한 소원을 담아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장준하 선생 천도제에서 선생의 장남 호권 씨가 잔을 올리고 있다. |
▲ 장준하 선생 천도제가 끝난 후 선생의 장남 호권 씨가 인삿말을 하고 있다. |
명진 스님은 또 최근 박정희 시대의 5.16쿠데타와 10월 유신, 반인륜적 행위 등에 대해 사과한 박근혜 후보를 겨냥해 “박 후보는 과거를 역사에 맡기자고 하는데 역사가 무슨 전당포냐?”고 묻고는 “차라리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으면서까지 사과 못한다’고 말했다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 후보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명진 스님은 “해방된 조국에서 친일군인(박정희)을 대통령으로 뽑았고 또 18년간 이 땅의 대통령을 지냈다”며 “그가 대통령 시절에 외친 ‘잘 살아보세!’ 구호는 잘 살기만 한다면 사람을 죽여도 좋다는 식의 전도된 가치관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최근 국회에서 장 선생 의문사 규명 특별법 제정이 좌초되고 또 국회 행안위에서 증인 채택을 두고 논란이 인 것과 관련해 “장 선생 죽음과 관계된 사람들이 먼저 억울한 죽음의 비밀을 맑히고 용서를 빌고 미래는 가는 것이 순서”라며 “올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통해 반드시 장 선생 의문사의 비밀을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명진스님(왼쪽)과 혜문스님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 |
끝으로 명진 스님은 이날 천도재를 준비한 혜문 스님에 대해 치하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처음 평소 잘 알지도 못하는 혜문스님으로부터 장준하 천도재에 참석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사람이 돌았나?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며 “조계종에도 이런 젊은 승려가 있다는 게 참으로 놀랍고 또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천도재가 끝난 후 참석자 일행은 장 선생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흥룡사 인근 약사봉 계곡으로 가서 진혼제를 별도로 지냈다. 사고 직후 장 선생의 시신은 이곳에 냇가 바위에 일시 안치됐었다. 이곳에는 '장준하 선생님 원통히 숨지신 곳'이라고 쓴 나무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첫댓글 군사정권으로 권력을 잡은 정권은 항상 역사 속에서 의문의 죽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권력의 후손들을 역사를 부정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든다. 하지만 역사는 사실의 기록사로서 언젠가는 반드시 역사로서 못된자들을 단죄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