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창록님이 김밥을 마련하여 비행기로 올라 오셨다. 수
진님의 작품이란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수진님은 창록님의 아내
다. 부부가 자오나눔선교회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이번
방문때 조금이나마 동참하고 싶어서 김밥을 손수 말아서 챙겨 주
더란다. 이 지면을 통하여 감사드립니다. 출발할 회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전화기는 부지런히 자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현 어패럴 사장님이 후원해 주신 겨울 외투를 한차 싣고 양
영삼씨 내외분은 미리 떠난다. 청주에서 지영현, 양명순, 상희 집
사님을 태우고 가기로 한다. 다행이 트럭이라도 6인승이라 무리
가 없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셨음을 알 수 있다. 막상 출발하려 하
니 같이 가기로 한 사람들 중에 두분이 펑크를 낸다. 마침 가고
싶어하시던 분들이 있어서 태우고 가기로 한다. 충북 옥천에서
조정식 목사님이 늦게 야 올라오고 계시단다.
출발 한 시간을 앞두고 기도회를 한다. 언제나 장거리를 운전
할 땐 많은 기도가 필요함을 느낀다. 교회 차를 빌려 가지만 차
량 정비를 우리가 해야 한다. 바퀴가 다 닳았다고 한다. 바퀴를 4
개 갈아 끼우게 한 후 오일과 부동액도 교체하라고 한다. 3년전
부터 소록도 갈 때마다 빌려 타고 다녔으니 그 차로 13번이나 소
록도를 다녀오고 14번째 가게 되나 보다. 그런데 한 번도 나눔에
서 정비를 해 주지 않았으니 너무했다는 생각도 든다. 차량 정비
도 깔끔하게 됐지만 왜 이리 장거리를 뛰면 불안한지... 모두가
기도 부족이리라.
이제 시간이 다 되어 가고 대표 목사님 오셔서 기도 해 주신
다. 우리들도 짐을 차에 옮기기 시작한다. 자정이 되면 어김없이
출발하기로 하고, 차에 올라 자리를 잡고 있는데 옥천에서 조 목
사님이 오셨다. 우리가 타고 가다가 태워도 되는데 워낙 장거리
라 목사님의 인도가 필요하기에 올라오시라고 부탁을 했었다. 몸
이 불편 하시면서도 기쁨으로 동참을 하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옥천에서 장애인 그룹홈인 '사랑의 집'을 운영하시며 사랑의 교회
를 시무하고 계신다. 버거씨 병으로 다리를 절단하고 보조기로
걸어다니시지만 너무나 왕성한 활동과 기도는 모두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고도 남는다.
조정식 목사님께 출발 기도를 부탁드린다. 우렁찬 목소리가 새
벽을 가른다. 자정이 되기 8분전에 차에 시동을 건다. 차에 히터
를 틀어 온기로 채우기 위해서다. 부산서 올라오신 창록님, 성남
에서 달려온 병민님, 서울서 오신 민이님, 호준님, 그리고 목양교
회 교회 성도들과 다른 교회 성도님들이 자리를 잡는다. 준열인
내 무릎을 배고 잠에 취한다. 항상 자던 시간인데 졸리기도 하리
라. 그러나 아들과의 여행이 얼마나 행복한지... 아들과의 여행을
꿈꾸는 내게는 행복 그 자체리라. 내일 다시 서울에 도착하면 솟
대 문학의 밤에 참석해야 하는데 마음이 설랜다.
모두 자리를 잡고 들뜬 기분으로 얼굴들이 상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이번 소록도 방문이 있
기까지는 벗의 도움이 컷다. '자오 나눔을 위해서는 거지의 자존
심을 가지고 네 자신을 위해서는 자존심을 지키라'며 조언을 해
주던 벗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다음 신정때 방문할 때는
같이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 본다. 달리는 차라 안과
밖의 온도차가 심한가 보다. 히터를 잘못 작동하여 따뜻한 바람
이 나오지 않아 뒤에서는 춥다고 난리다. 맨 뒷자리에 앉은 창록
님과 병민님은 남자 체면에 자리를 바꾸자고 말도 못하고 고생했
으리라. 그래도 감사한 건 아녀자와 노약자를 가운데로 앉게 하
는 배려를 하는 회원들이라는 거다. 얼마나 감사한지....
앞자리에 운전을 하기 위해 앉은 주철님과 상봉님은 길 안내를
해 주며 열심히 달린다. 김주철 집사와 지영현 집사, 그리고 한상
봉 청년은 운전을 하기 위해 회사에 특별 휴가를 받아서 이번 방
문에 참여를 했다. 얼마나 감사한지.... 그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아시고 계시니 보답해 주시리라 믿는다. 청주에서 일행을 만나
출발하고 있다는 연락이 온다. 서로에게 안전 운행을 하라고 격
려를 해 주는 모습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게 나눔이고 이게
섬김이리라 생각을 하니 하나님의 사랑이 이렇게 우리들에게 다
가오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모두들 깊은 수면에 취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와중에 소중한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는
듯 창밖을 보며 이런 저런 질문을 하는 목사님과 민이님의 모습
이 보기 좋다. 달리는 차안에서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침묵으로
일관을 하다가, 이러면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 같아 기쁨조가 되
기로 한다. 때로는 농담도 하고, 때로는 간증도 하며 경부 고속도
로와 호남 고속도로를 달린다. 앞자리에서는 운전 교대를 하신다.
무척 속력을 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녹동항에 도착하고 보
니 6시간 30분만에 주파를 한 것이다. 평상시 7시간 30분에서 9
시간 걸리던 거리를 이렇게 빨리 왔으니 이건 완전히 딱지를 떼
어도 몇 개는 떼었을 것 같다. 아무래도 감시 카메라에 걸렸을
것 같다.
어슴푸레 소록도가 보이고 검푸른 바닷물이 해안까지 가득 차
있다. 청주 팀과 먼저 떠난 팀은 많은 생각을 하는 듯 소록도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반가운 나눔, 이런 일을 기쁨으로 할 수
있기에 우리들의 만남이 기쁘고 즐거운가 보다. 아직 식당엔 문
을 열지 않았다. 배고프다고 투정부리는 회원을 달래며 기다리자
고 한다. 한잔의 커피로 소록도의 아침을 맞는다. 목발을 짚고 걸
어가 광주 식당의 문을 두드린다. 3년동안 소록도를 다니며 이
집에서만 식사를 했다. 그러다 보니 단골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자는 주인을 깨워 방으로 들어가는 우리 일행들... 방안에 들어가
사람 수를 세어 보니 18명이다. 윤정애 간사님은 금식 기간이라
차에서 쉬고 있겠단다. 식당에서 서로 소개를 하며 친교의 시간
을 나눈다. 소록도에 도착하여 기념 예배를 드릴 때 따로 앉지
말고 주민들과 바로 곁에서 앉아 예배를 드린 후 기도의 동역자
를 사귀라고 알려 준다. 조정식 목사님은 설교를 준비하셨고, 양
명순 집사께 기도를 하시라고 부탁을 한다. 매운탕으로 아침을
푸짐하게 차렸다. 어제부터 먹지 않고 달려온 일행이라 아침 식
탁이 무척 구미를 당기고 있다. 행복이다. 소록도 동성 교회 강대
시 장로님이 마중을 나오셨다.
식사를 마치고 소록도행 배에 오른다. 차를 싣고 배는 소록도
를 향해 스치듯 유영을 해 간다. 짧은 거리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일행들은 차에서 내려 바다 바람을 맞느라 분주하다. 입도
신청부터 모든 검문의 절차가 장로님의 수고로 이루어진다. 가늘
게 내리는 빗줄기가 선조들의 따듯한 격려로다가 온다. 예배당에
서는 소록도 주민들의 찬송이 들려 오고 있다. 부르는 찬송마다
은혜요 눈물이다. 너무나 소중한 찬송이다. 차에서 짐을 내려놓고
바로 성전으로 들어가 예배를 드린다. 조목사님의 설교와 양집사
님의 기도는 소록도 하늘을 울리고 있었다. 특별 찬송 410장을
부르는 우리 일행의 모습들이 은혜다. 사진을 열심히 찍던 호준
님도 곁에 서서 찬송을 부른다. 빙그레 미소가 나온다. 광고 시간
에 간단한 인사와 함께 난방비를 마련하던 경위와 이번에는 100
만원을 가지고 왔지만, 신정땐 200만 원어치 방한화를 사가지고
오겠다고 전해 드린다. 많은 기도를 부탁한다. 예배를 마치고 소
록도 동생리 주민들과 친교 시간을 갖는다. 몇 번 방문한 회원들
은 이젠 가족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가
슴으로 와 닿는다. 이창섭님을 뵀다. 소록도의 소식을 통신에 올
려 주는 그분을 뵙고 싶어서 연락을 했더니 금방 오신다. 비를
맞으며 잠시 대화를 나눈다. 서로가 바쁜 상태라 신정때 긴 이야
기를 나누기로 하고 이별을 한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분명 겨울 비련만 봄비를 연상케
한다. 준열인 바다에 고기 잡으러 가자고 보챈다. 일단은 전시관
을 비롯하여 몇 군데 구경을 하기로 한다. 이곳 저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연신 작품을 만들고 있는 호준님, 그 사진이 잘 나와서
나눔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화장터에 들려 구경을 하며 그들
의 현실을 보고 온다. 새로 만들어 가동되고 있는 화장 장에 들
려 마음을 열어 본다. 인생사 한 번은 가는 곳, 그 나라 갈 때에
난 무엇을 했는가라고 물어 보면 과연 무어라고 대답할 것인가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27일에 화장을 치른 흔적이 아직도 남
아 있다. 사람의 시체가 하얗기에 오히려 경건하더라는 어느 회
원의 말이 가슴으로 와 닿는다. 빛그림님은 연신 셔터를 눌러 댄
다. 시간이 되어 차에 오르라고 한 후, 잠시 바다를 본다. 그 사
이에 준열이는 바닷가로 나가 작은 게 2마리랑, 큰 게 한 마리를
잡아 왔다. 신이 났다. 그곳의 모든 것들은 다른 회원들이 후기로
자세히 올렸고, 지난 여름에 올렸던 후기에도 나와 있기에 생략
을 한다.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마련해 간 사발면으로 점심을 나
눈다. 몇 명이 보이지 않는다. 양영삼회원이랑 빛그림님이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도 아니고 어른들이라 어디서 구경하거니 하며 토
론에 바쁘다. 여수 애양원에 들려서 손양원 목사님 기념관을 들
려 올 것인가, 아니면 바로 올라 갈 것인가 의견이 분분하다. 여
수에서 태화님은 부지런히 핸드폰을 날리며 들렸다 가시라고 하
는데.... 청주 팀이 9시까지는 집에 도착해야 한다며 조급해 한다.
마침 비도 오고 그래서 바로 올라가기로 의견이 조율된다. 그때
야 어슬렁거리며 나타난 빛그림님 "시상에나 촌놈을 화장터에다
버리고 가면 난 어떡하라고 으앙~" "오잉? 거기서 한잔한 거 아
이가?" "그저께 화장하신 할배가 같이 한잔하자고 하는데 그거
뿌리치느라 혼났어요~" "안 그래도 화장터 안에 갇혀서(?) 그분
들 뼛가루를 보고 있노라니... 인생 무상이 느껴지데요. 이래서 하
나님을 믿나 봐요.."
식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장로님이 날 찾는다. 자치회 사무
실에 유자를 담아 놨는데 가져가시란다. 감사하다며 회원들께 싣
고 오도록 한다. 호박도 몇 덩이 실린다. 호박은 성탄절에 호박죽
을 쑤어 친교를 나누리라. 유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을 안
해 봤다. 옥천으로 한 포대는 보내야 할 것 같다. 다시 배를 탄
다. 이번엔 육지를 향해 배를 탄다. 짧은 거리라지 만 물살이 거
세어 수영하기엔 어렵단다. 배 위에서 사진을 찍는 회원들. 마냥
행복한 모습이다. 육지에 내린 일행은 부여에서 박종국 회원이
저녁을 마련했다는 소식을 듣고 논산에서 만나기로 한다. 순천을
지나는 길에서 속력을 내는 인태... 아무래도 과속 같아 속도를
줄이라고 한다. 계기판이 고장나 100키로 이상은 모른다며 속도
를 줄이는 것 같다. 아무래도 꺼림칙하다. 갑자기 차가 스톱을 한
다. 으악! 드디어 교통순경에게 걸렸다. 스피드 건에 걸린 것 같
다. 직접 나서서 상황 설명을 하고 조심하겠다고 말 한 후 다시
달린다.
논산 톨게이트를 벗어나서 다시 합류한 일행들. 종국 형님의
저녁 식사 대접을 받는다. 해마다 동참했는데 이번엔 참석 못해
미안하단다. 신정땐 가서 봉사 좀 하자고 넌지시 말을 건낸다. 논
산에서 이제 갈라지기 시작한다. 청주 팀을 태우고 양영삼회원은
청주에 들려 부천으로 올라가기로 한다. 우리는 대전까지 조목사
님을 태워다 드리고 올라오기로 한다. 조목사님께 유자 한 포대
를 안겨 드린 후 우린 또 다시 길을 달린다. 부천에 도착하니 아
직 양영삼회원은 도착하지 않았다. 사무실에 들려 잠시 차 한잔
의 여유를 가져 본다. 비록 새벽이 가까워 오는 시간이지만 모두
가 귀한 나눔을 간직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준열이 녀석은 그
대로 침대에 누워 꿈나라에 갔다.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 입가엔
빙그레~ 미소가 흐르고 있다.
이번 소록도 방문에 동참해 주신 조정식 목사님, 양미동, 김주
철, 한상봉, 강호준, 김창록, 이병민, 황인태, 양준열, 양영삼, 지영
현, 양명순, 이상희, 오세연, 신민이, 이선유, 배정순, 윤정애 이상
18명의 회원들께 감사와 갈채를 보냅니다. 샬롬~
1998년 12월 6일
자오 나눔에서 나눔이가.
사족 : 아직도 못 다한 이야기....
어제 교통신호 위반 출석요구서가 날라 왔어요. 100키로 이하
로 달려야 하는데 131킬로로 달렸다고... 우리 교회 집사님 앞으
로 나왔는데 기존 벌점 15점에, 우리로 인해 15점 추가 결국 30
점..으..면허 정지... 나눔이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아요...
으... 난 죽었다..흐~ 우리는 교통질서 잘 지키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