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삼성하우젠컵 2004 인천 유나이티드FC의 홈경기가 있은 지난 18일, 한 무리의 극성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경기 내용에 대한 불만이나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표시를 위해서가 아니다. 경기장을 찾은 한 인천시 간부급 공무원을 상대로 인천FC의 홈 구장인 문학월드컵경기장을 하루 빨리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간곡한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국내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이날 주 경기장이 아닌 보조구장에서 부천SK를 상대로 경기를 치른 인천FC는 사실상 지난해 구단 매각이 결정된 상대 팀보다 못한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용구장 없이 출범한 인천FC는 좋든 실든 각종 대회가 줄을 잇고 있는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다른 단체들과 함께 더부살이를 해야 할 형편이다. 또한 변변한 연습구장이 없어 1주일에 적어도 2∼3곳을 전전하며 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들은 숙소조차 없어 임시로 구단 스폰서 업체의 미분양 오피스텔에서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신세다. 또 시민구단의 열악한 재정을 고려할 때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선수들에게 어떤 성과급을 약속할 형편도 못된다.
누구보다 이 같은 처지를 잘 아는 팬들로서도 바닥을 헤매고 있는 구단의 성적을 탓하기보다, 하루 빨리 프로구단 다운 면모를 갖출 것을 더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구단주인 안상수 인천시장은 빠르면 오는 2006년까지 옛 숭의종합운동장을 리모델링해 축구 전용구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하고, 늦어도 내년 말까지는 송도LNG 기지내 대단위 스포츠 타운을 건설해 인천FC는 물론 인천을 연고로 한 각 프로구단의 훈련 시설과 클럽 하우스를 짓겠다는 장미 빛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창단 원년 구단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대안은 분명 아니다.
당초 안 시장은 시민구단 창단에 앞서 프로구단의 새로운 흑자 모델 창출과 함께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프로 스포츠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은 출범 초기 프로구단의 화려함 대신 자식같은 선수마저도 팔아 구단 운영을 걱정하고 있는 ‘거지’ 구단으로 전락, 주위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음을 인천FC는 깨달아야 한다. /지건태기자 gunta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