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타페오
조 명 제
春川江 언덕
카페 ‘미스타페오’의
窓은 넓다.
江 건너편
미루나무숲의 햇잎새들이
일 저지를 연둣빛으로 뭉개지고
바람은 딴 데서 불어와
강물의 거죽은 거꾸로 흐른다.
눈썰미 있는 화가가 터 잡아
잔디를 깔고, 그 위에 지은
지붕 낮은 집
녹슨 등신(等身) 조각이 몇
온몸 어깨 처진 모습으로 서 있는
카페 ‘미스타페오’의
테이블은 넓다.
참 딱한 사람과 더 딱한 사람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미․소 회담하듯 마주앉았다.
닿을 데를 찾아서 비꾀어 뻗어나가는
여름날의 오이넝쿨 더듬이손처럼
뻗어야 간신히 사랑이 닿을 넓이
목련꽃빛 양장 아니어도
어두운 잉크빛 저고리가 기막히게 어울리는
어깨 동그란 그 사람은
세상 모든 게 불쌍하다.
닭고기를 먹을 땐 닭에게 미안하고
쇠고기를 먹을 땐 송아지에게 미안하고
추어탕을 먹을 땐 미꾸리에게 죄송해서
주로 풀을 먹고 살지만,
이슬만 먹고 살 수는 없을까
그도 아마 나처럼 연구하고 있을 거라.
마흔 해는 좋이 자랐을 미루나무가 어느날
싹둑 밑둥 잘려나간 그루터기에 앉아
이 나무가 그냥 잘려나가지는 않았을 거라
분명 무슨 복잡한 생각을 하며 잘리었을 거라
싶어, 해종일 그리운 날들 떠올리며
가슴 아파하고,
눈을 끔벅이는 머리통이 달린 넙치
회를 앞에 놓고는 펑펑
눈물 흘리며 한 시간은 더 울었을
딱한 사람, 그의 눈은 언제나
춘천강 물결처럼 빛난다.
바람은 딴 데서 불어와도
江心은 천년 습성 고치잖고 바로 흐르고
딱한 자들의 맑은 이야기가
냇물의 실로폰소리처럼 이어질 때
불멸의 저녁은 몰래 찾아와서
天地間의 연둣빛 어스름이 미루나무숲 너머
먼 마을의 등불을 하나 둘 켠다.
인디오 토속언어
‘미스타페오’
木板에 씌어진 칼 융의 몇 줄 글 뜻풀이는,
열사흘 달 곁 이제 막 돋은
개밥바라기가 눈 반짝이며 기다리는
밖으로 나오자 이내 사그라지고,
두어 개의 낱말만 가까스로 남아
강한 자석에 끌리듯 저희끼리
들러붙어 이룬
‘불멸의 사랑’ 미스타페오.
카페 게시글
◈ 회원 시낭송 원고방
제28회낭송작품
미스타페오/ 조명제
박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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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23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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