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사는 포항 오천에서 고개를 넘어 경주 골굴사로 가는 산속에 위치한 절인데 오래되었는지는 모르겠고 큰길에서 왕복 3킬로미터 채 못 되는 거리에 위치하고 들어가는 길 또한 평지에 가까운 호젓한 곳에 위치해 있다.
20년전 군복무중에 훈련 나오면 이 일대 산속에 자주 짱박혔는데 그때는 경주로 넘어가는 길이 포장이 되어있지 않아 하루 종일 한두 대의 군용 차량이 지날까 말까한 오지 중의 오지 였었다.
지금도 인가가 드물게 있어 낮에도 산적이 나오거나 철없는 나이에 연애하러 오는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들만 가끔 찾는 곳이기도 하다.
동네 아래에 갈평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지 곳이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수녀들을 위한 피정의 집이 있어서 지날때 마다 한번씩 쳐다 봐 진다.
20년 전 어느 추운 12월에 그 산속에서 고참들을 위해 잊어먹은 소주를 사기 위해 바로 아래 후임과 자정이 넘긴 한밤에 한시간을 걸어서 동네 가게를 찾아갔던 아픈 기억이 난다. 물론 입에는 시펄시펄 소리를 달고 갔다왔지만 이왕 산 아래 동네까지 왔으니 우리도 몸을 녹이고 가자고 한잔씩 먼저 마시고 다시 그 먼 산길을 되짚어 헉헉대고 올라간 기억이 어젯일 같다.
큰길에서 절 들어가는 길의 모습
지금은 저 위쪽으로 울산 포항간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가는 길가에 난 질경이-
요샌 웰빙 식품으로 많이 먹고 효소까지 만든다는데 이거 소도 잘 않 묵는데 우짤라고 사람이 먹는지....
입구에서 바라다 보이는 절의 모습
단군신전을 와 모셨을지는 모르겠다.
법당에서 내려다 본 절의 모습
산신각은 우리 산신령을 모시는 곳이다. 그래서 벽화도 호랭이를 탄 할배를 그렸다.
나를 잡아 쳐먹으려고 짖었던 절의 똥개
이 개자식, 우리 진돌이 델고 오면 니는 한입 거리도 않돼!
얘가 바로 나의 보디가드 진돌이
오늘 퇴근길에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걸 찍었다.
진돌아 보광사의 그 개자식이 나를 보고 짖더라. 원쑤를 값자.
풀섶에 핀 칡꽃
그 옆에 외로이 선 나무에 익어가는 고염(꾀양)
토종 야생 감인 이 고염을 늦가을에 따서 단지에 넣어 한겨울에 묵으면 이가 시릴정도로 시원하면서 달착지근하지. 씨가 많아서 나중에 눈 똥속에 온통 씨가 천지삐까리라.
그 옆에 핀 싸리나무 꽃
또 그 옆에 핀 코스모스
이렇게 가을은 한발 한발 오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