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리버데일 소망병원에서 구당 김남수 선생(오른쪽)이 토미 어빙 조지아주 농림부장관(누워있는 사람)을 침뜸으로 치료하고 있다. 곁에서 이상용 한의사, 이건주 소망병원장(왼쪽부터)이 양·한방 협진을 위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그가 칭찬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한국의 침뜸 최고 고수인 구당 김남수 선생이다. 요즈음 애틀랜타에서 조지아 정관계의 고위 인사와 말기 암환자 등에게 잇달아 침뜸을 시술하며 ‘의료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관계기사 3면>
구당 선생은 80년동안 소설가 조정래, 산악인 엄홍길, 영화감독 이준익, 영화배우 장진영 등을 침뜸으로 치료하며 ‘생명의 은인’으로 불린 대가이다. 그러나 지난해 대한한의사협회로부터 침사 자격은 있지만 뜸사 자격이 없다며 고발당한 뒤 올해 초 한국을 떠나 애틀랜타 소망병원에서 파란 눈의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구당 선생의 자격증 시비는 헌법재판소에까지 넘어갈 정도로 국내외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구당 선생은 “평생 해온 침뜸이 고발당하니 가슴이 찢어질듯 했으나, 한국뿐 아니라 더 넓은 세상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침뜸 대중화를 위한 좋은 기회”라며 애틀랜타로 온 이유를 밝혔다.
한국에서 평생 시달렸던 그의 자격증 문제는 애틀랜타에 오자마자 어렵지 않게 해결됐다. 영어 한마디 못하는 그이지만 미국 침구사협회에서 그의 오랜 경력을 인정해 일사천리로 자격증을 발급했고, 조지아 주정부 역시 영어를 할수 있는 한의사 동석을 조건으로 곧바로 침뜸 시술을 허가했다.
구당 선생은 현재 리버데일 혈액암센터를 중심으로 말기암과 같은 난치병, 불치병, 만성 질환 환자들에게 침뜸을 시술하고 있다. 병으로 고통 받는 파란 눈의 환자들이 구당의 시술에 “통증이 사라졌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 의사들은 아무런 편견 없이 구당의 침뜸을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의학이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침뜸 효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며, 수용할 자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리버데일 혈액암센터의 팔라말레이 마히즈난(Palamalai Mahizhnan) 암전문의는 “항암제와 진통제는 독성이 강해 말기 암환자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게 마련”이라며 “침 하나로 통증을 가라앉히는 침뜸의 임상효과가 계속 축적되면, 항암제 투여량을 줄이는 새로운 암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망병원은 구당 선생의 침뜸을 의학적으로 규명해 미국 의학계에 소개할 계획이다. 그를 미국으로 초청한 이건주 소망병원장은 “구당 선생의 침뜸 임상 결과를 1년 이상 수집, 연구한 뒤 미국 의학계에 발표할 계획”이라며 “한국에서 오해받던 구당 침뜸이 미국 의학계에서 과학적으로 인정받을 때가 곧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침뜸을 앞세운 ‘의료 한류’는 구당 개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현재 소망병원 내 구당의 이름을 딴 ‘GD침뜸센터’가 설립됐으며, 내년에는 애틀랜타 남부 유니온시티에 ‘GD 통합의과대학’이 설립될 예정이다. 침뜸센터는 구당의 침뜸 교재와 저술을 영어로 번역하는데 바쁘다. 구당 선생은 “이곳(통합의과대학)이 앞으로 한·양방 통합치료가 체계적 학문으로 자리잡고,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에 침과 뜸의 우수성을 알리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