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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춘추에 있다 계씨가 태산으로 여행했다는 기록은 춘추시대의 사회 기풍이 어지러웠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어떻게 어지러웠을까요? 그 시대가 어지러웠던 것은 춘추시대 전체가 ‘권’權과 ‘술’術을 중시한 탓이었는데, 뒤에는 이 두 글자를 합쳐서 ‘권술’權術이라 하였습니다. ‘권’權은 바로 정치에서 말하는 통치로서, 다시 말하면 패도覇道입니다. 춘추 말기에 왕도王道가 쇠미해지자 패도가 일어났습니다. ‘술’術은 일반인이 말하는 ‘수단을 쓴다’는 말입니다. 전통 문화의 도덕과 이성을 중시하지 않는 것이 바로 수단을 쓰는 것입니다. 수단으로써 천하를 취하는 것이 곧 ‘권술’權術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당시의 정치 변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ꡔ춘추ꡕ春秋라는 책을 이해해야 합니다. ꡔ춘추ꡕ는 공자가 쓴 책으로, 오늘날 신문지상에 보도되는 국내외 큰 사건의 핵심만을 기록한 것과 같은 책입니다. 그 속의 큰 제목은 공자가 어떤 사건에 대해 내린 정의定義가 되는데, 그는 정의를 어떻게 내렸을까요? 핵심은 미언대의微言大義에 있습니다. 미언微言은 겉으로 보아서는 큰 상관이 없거나 그리 중요하지 않은 말로서, 문학적으로는 글을 늘이거나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ꡔ춘추ꡕ의 정신에서 보면 한 글자도 쉽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 글자마다 그 속에 큰 뜻이 담겨 있어, 아주 심오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후대 사람들은 “공자가 ꡔ춘추ꡕ를 쓰자 난신적자亂臣賊子가 두려워했다.”고 했는데, 왜 두려워했을까요? 역사에 난신적자라는 오명이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미언’ 가운데 큰 뜻이 있는 점이 ꡔ춘추ꡕ를 읽기 어려운 원인이기도 합니다. 공자가 지은 ꡔ춘추ꡕ는 ‘제목’과 ‘요강’要綱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요강’ 속에는 어떤 내용들이 들어 있을까요? 춘추삼전인 ꡔ좌전ꡕ左傳, ꡔ공양전ꡕ公羊傳, ꡔ곡량전ꡕ穀梁傳을 보아야 합니다. 이것은 세 사람이 각각 ꡔ춘추ꡕ를 연역演繹한 것인데, 그 중에 ꡔ좌전ꡕ은 공자의 제자이자 친구였던 좌구명左丘明이 쓴 것입니다. 좌구명은 ꡔ춘추ꡕ에 나오는 역사상의 사실을 더욱 상세하게 서술하고 ꡔ좌전ꡕ이라 이름지었습니다. 당시에 좌구명은 이미 양 눈을 실명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가 구술口述한 것을 학생이 기록한 것입니다. ꡔ공양전ꡕ․ꡔ곡량전ꡕ도 일가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ꡔ춘추ꡕ의 정신을 연구하는 데는 삼세설三世說이 있습니다. 특히 청말淸末 이후 중국에는 혁명 사상이 일어났는데, ꡔ춘추ꡕ에 대한 공양학이 상당히 유행했습니다. 강유위康有爲․양계초梁啓超 같은 학자들은 ꡔ공양전ꡕ 사상을 크게 받들었는데, 그 중에서 춘추 삼세설을 제기했습니다. 소위 ‘춘추 삼세’란 바로 세계 정치 문화에 대한 세 가지 분류입니다. 그 하나는 ‘쇠세’衰世입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난세亂世인데, 인류 역사에는 쇠세가 많았습니다. 역사를 연구해 보면, 이삼십 년 동안 변란과 전쟁이 없었던 시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단지 큰 전쟁이냐 작은 전쟁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크고 작은 전쟁이 곳곳에서 수시로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인류 역사를 정치학적으로 보면, 미래의 세계가 결국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정치 철학을 배우는 사람은 이런 문제를 연구해야 합니다. 서양의 철학자 플라톤의 정치 이상인 소위 이상국가理想國家를 예로 들어 봅시다. 우리가 알다시피 서양의 많은 정치 사상은 다 플라톤의 이상국가에서 온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에겐 이와 유사한 이상이 없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첫째, ꡔ예기ꡕ禮記 속의 「예운대동편」禮運大同篇에서 볼 수 있는 대동사상大同思想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보는 대동사상은 「예운편」 중의 한 단락에 지나지 않으므로, 대동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운편」 전체를 연구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도가의 사상인 화서국華胥國이 있는데, 이것은 소위 황제의 화서몽華胥夢으로서 역시 하나의 이상국가입니다. 플라톤의 사상과 비교하면 우리 문화가 그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못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류 전체가 진정으로 그러한 이상 시대에 도달할 것인지 못할 것인지는 정치 철학적인 큰 문제로서, 절대적으로 완전한 답안을 내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자, 이제 춘추 삼세설로 돌아와 살펴봅시다. 삼세설에 의하면, 인류 역사에는 ‘쇠세’衰世가 매우 많으며, 쇠세가 변란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까지 진보하면 ‘승평세상’昇平之世이라 부릅니다. 마지막 가장 좋은 것은 ‘태평’太平으로서, 곧 우리들이 말하는 ‘태평성세’太平盛世입니다. 우리 문화를 역사적으로 관찰해 보면, 진정한 태평성세는 하나의 이상국가와 같은 것으로 실현되기가 거의 어렵습니다. 우리에게는 「예운편」의 대동사상이 곧 태평성세 사상으로, 진정한 인문 정치의 최고 목적인 이상국가 사상입니다. 역사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태평성세란 춘추 삼세의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승평세상’입니다. 역사상으로는 한대漢代와 당대唐代 양대가 가장 훌륭한 시기로서, 굳이 말하자면 승평세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상 표방되었던 태평성세는 어디까지나 표방에 지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데, 표방인 이상 표방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춘추대의로 논한다면, ‘승평’이 될 수 있을 뿐 ‘태평’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서 다시 아래 등급으로 내려가면 ‘쇠세’가 됩니다. 국부國父 손문孫文이 제창한 ‘삼민주의’의 최종 목표는 세계대동世界大同인데, 이 역시 춘추대의의 이상理想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