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에서 들려오는 가을 전어 소식이 고소하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느니, ‘전어 대가리는 깨가 서말’이라느니 하는 말들이 더욱더 사람들을 전어 앞으로 모이게 만든다.
충남 서해안 일대는 요즘 전어를 찾아 나선 사람들의 발길로 붐빈다. 전어축제가 열리는 서천군의 홍원항과 마량포구는 말할 것도 없고, 서해안 곳곳에 고소한 그 맛을 찾아 나선 사람들로 가득하다.
앞바다의 크고 작은 섬.
안면도의 땅끝 영목항에도 전어 냄새가 고소하다. 회를 떠 즉석에서 한잔 하는 이도 있고, 무침에 구이까지 골고루 맛보는 미식가도 있다. 날로 먹든 익혀 먹든 어떻게 먹든, 하여튼 전어를 맛본 이들은 모두들 엄지를 치켜세우니 대체 그 맛이 어떻길래?
낙조여행 유람선.
고소한 맛. 특히 가을이면 전어는 몸에 기름이 오를 대로 올라 가장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봄에 2.4%이던 지방 함유율은 가을이 되면 6%까지 올라간다. 8월중순부터 전어잡이가 시작되지만 그 때 잡히는 전어는 굵기도 작고 고소함도 덜해 관심을 못받는다. 9월중순에서 10월말까지 잡히는 전어는 고소한 맛이 횟감으로도, 구이로도 최고라고 한다. 또 전어는 너무 크면 살이 터벅터벅해 15cm 크기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전어회는 뼈째 먹는 생선이라 크기가 크면 뼈가 억세 먹기 힘들고, 또 너무 작으면 씹는 맛이 없어 15cm 크기 정도를 가장 상품으로 치는 것. 이 정도면 보통 2년 정도 자란 전어 크기다.
유람선과 고깃배가 바쁘게 오가는 영목항은 전망좋은 식당이 즐비하다. 사방으로 바다가 보인다. 하얀 그늘막을 씌운 작은 어시장은 식당까지 겸하고 있다. 바다가 지천에서 출렁이고 유람선 뱃고동 소리가 양념처럼 더해져 이 곳에서 먹는 전어는 황홀한 만찬이 된다.
영목항 가는 길에 연꽃밭.
영목항은 안면도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그다지 빈번치 않은 곳이다. 꽃지해수욕장 등 인근의 여러 해수욕장과 휴양림은 많은 이들이 자주 찾지만 남쪽 끝에 자리한 영목항까지 가는 이는 드물다. 그러나 의외로 영목의 숨은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이 소문내지 않고 야금야금 혼자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가 보이는 간이식당.
안면도의 남쪽 끝인 고남면 소재지에서 지방도 649호선을 따라 끝자락 종점까지 가면, 언덕 아래로 펼쳐지는 바로 그 곳이 영목이다. 앞바다에는 힘껏 건너뛰면 닿을 것 같은 크고 작은 섬들이 그림같이 떠 있다. 원산도, 효자도, 추섬, 배섬, 삼형제바위가 보이고 왼쪽으론 천수만을 향하는 배들이 물살을 가른다.
영목항은 낚시꾼들에게 특히 인기다. 배낚시의 포인트가 산재해 있어 이웃한 안흥항과 더불어 월척낚시터로 손꼽힌다. 좌대낚시, 독살물고기잡이, 배낚시, 갯바위낚시 등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초보낚시꾼도 영목항에서 배를 타고 가두리 양식장까지 이동해 좌대낚시로 우럭, 놀래미, 숭어 등을 잡아올리는 손맛에 푹 빠진다. 잡은 고기로 뱃전에서 벌이는 즉석 생선회 또한 이들을 매료시키고 만다.
작은 어시장.
유람선을 타고 낙조여행에 동승한 이들은 어느 곳에서보다 멋지고 낭만적인 시간을 가진다. 낙조 때 유람선을 타고 주위의 여러 섬을 구경하는 환상적인 체험이 이 곳에서 이뤄진다. 황금빛으로 얼굴을 물들이는 석양을 보며, 그리움처럼 길게 가슴으로 번지는 뱃고동에 취하면 뱃전을 맴돌며 끼룩대는 갈매기까지 근사하게 보인다.
싱싱한 해산물.
*가는 요령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면 홍성 IC에서 빠진다. 안면도 방향으로 가는 국도를 타고 가다가 갈산 4거리에서 좌회전해 서산 AB지구 방조제를 타고 쭉 달린다. 원청 3거리에서 고남·안면 방향으로 좌회전, 연육교를 지나면 안면도다. 계속 남쪽으로 달리면 고남면을 지나 영목항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