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한달 내 비가 내리더니 어느듯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졌습니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솜털 처럼 이리저리 뭉쳐 아름다운 모양을 만들어 내는것이
감탄사 절로 나오게 하며 자꾸만 고개를 들게 만듭니다
집시처럼 며칠씩 떠나지 않을때면 우리 부부는 정라항까지 걷는것을 즐기곤 한답니다
추암마을을 지나면 대명콘도가 위치한 증산마을이 나옵니다
증산마을은 수로부인에 얽힌 설화가 두가지가 전해옵니다
헌화가 와 해가
헌화가는 강릉태수로 부임하던 순정공의 아내 수로가 절벽위의 진달래꽃을 꺾어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꽃을 가져다주지 않을때 암소를 타고지나가던 노인이 꺾어 바쳤다는 이야기이고
해가는 수로의 미모에 반하여 엉둥한 짓을 한 용을 여러사람이 입을 모다 혼내고 다시 찾아온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
남의 아내를 앗은 죄 그 얼마나 큰가
네 만약 어기고 바치지 않으면
그물로 잡아서 구워 먹으리
순정공과 수로의 사랑이야기가 있어 동해 삼척을 여행하시는 분들은 임해정 해가사터를 꼭 찾는다고 합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벗삼아 새 천년 도로를 걸어갑니다
같은 길이지만 그날의기분과 시간의 흐름에따라 매우 다른 느낌이 듭니다
소나무의상큼한 향기가 머리속을 건강하게 자극하고 들꽃의 흔들림이 시각을 빠르게 움직이며 마주잡은 손으로 따뜻한 기운이 감성을 자극합니다 행복합니다 행복합니다
가는 여름이 못내 아쉬운듯 해변에는 개구장이들이 파도의 여운을 즐기며 이리저리 뜀박질을 하고 젊은 아빠는 귀여운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더 없이 환한 표정입니다
정라진항구에서 나릿골 바람의 언덕을 오르면 탁 트인 시야와는 대조적으로 길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요
구불구불 좁은 길이지만 어디든 오갈수 있는 길이며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는 휠링의 길입니다
오늘은 봉수대가 있는 광진마을로 가 봅니다
길 옆 자투리땅에 일궈놓은 밭에는 빨갛게 익은 고추와 하얀 들깨꽃 꼬투리가 늦여름 햋빛을 받으며 가을을 기다립니다
소똥냄새가 시골스러움을 풍기고 강아지 낑낑 거리는 소리 닭울음 소리까지 (오골계유정란 1판 만오천원)
농장 마당 한켠에는 벌통이 놓여져 있은데 아저씨 한분이 매미채를 흔들며 앉아 있어요
무엇을 하시는지 가만히 보니 벌통 주위를 날고 있는 벌떼 사이에 몸통이 조금 큰 말벌을 매미채로 잡고 계셔요
궁금한건 그냥 지나칠리가 없지요
가까이서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정확한 연세는 모르지만 십여년전에 시멘트회사를 퇴직하셨다니 칠십쯤 되었을듯
시멘트 회사에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였는데 다행히 부지런한 마나님을 만났다나요
부부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밤낮을 가리지않고 열심히 일을 하였는데 식구가 여럿이다보니 한달 쌀 사먹기도 버겁더래요
논만 있으면 먹을 걱정은 없을것 같아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 광진 골짜기 다락논 이천평을 삼십팔만원을 주고 사서
농사를 지었데요 경험이 없이 농사를 짓다보니 실패하면서 공부하면서 노력하였더니
몇해 후에는 밥먹을 걱정은 하지 않게 되더래요
자식농사도 부모 살아가는 모습에 따른다나요
부모가 어떤일이든 최선을 다 하는데 그것을 보며 크는 아이들이 나태해 질수가 없다고...
치과의사인 첫아들 외국나간 딸 사업하는 작은아들 삼남매를 두셨으며
소가 사십여마리 흑염소 십여마리 오골계 오십육십마리 벌 15통
나 건강하지 가끔씩 잔소리하는 마누라 있지 세상 부러울 것이 없어
남들은 여행다니는 것을 낙으로 삼지만 난 이렇게 짐승키우며 사는것이 맘편하고 좋아
사람은 태어날때 정해진 그릇이 있는데 흙사발이고 금종지기고 자기 타고난 그릇을 알고 그 그릇 채우며 살면 되는것이지
내 위치 모르고 자꾸 남의 것 처다보며 부러워해봐야 맘고생만 하지
내 이리 매미채 휘드르는것은 덤이지 내 그릇의 덤이지 하하 하하하
여유로운 웃음으로 옆에 놓인 술병에 말벌을 담는다
책에서도 인생을 배운다지만 길을 가다보면 앞서간 발자국에서 인생을 배운다


첫댓글 책은책이고요.
길은길이랍니다.
두곳다소중하지만
책보다는길에서
만나는인연의발길이
더욱더정겹지안는지요.
글도예쁘게쓰시고좋은신랑과함게하시는길위에인생길이
더좋은결실을맺으시길바랍니다.^&^
참!우리동생이묵호항옆에서건어물가게를해서제가수시로가는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