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기 전에는 통영 시장, 거북선 앞에 있는 충무 김밥이 담백하다. 맨밥에 오징어뽁음과 무우깍두기가 다인데... 왜그리 인기가?===
여행도 욕심일까?나이가 들수록 어디론가 가고픈 상상에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가고파도 갈 수 없는 현실에 한숨지으며, 언제쯤 어디에 갈까 꿈 속에 빠진다.시간이 잡고, 가족들의 눈빛에 밀리고, 쩐(錢)이 상상의 날개를 꺽는다.여행의 유혹은 깨닭음의 갈망인가?남겨진 인생도 그리 많지도 않는데. 일상의 순환 속에서 진정한 삶에 대한 고찰과 결론 없는 허망함에. 일출을 보며, 낙조를 보며, 풍광을 보며, 번뇌를 씻어 내리고픈 본능적 바램과도 같다.새로운 결론은 어쩌면 항상 일상으로 돌아와 평온을 찾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무수지수無修之修라는 평범함이 형이상학形以上學적인 도道의 궁극窮極이라는 결론도 아예 모르고 사는 것이 행복한 일상日常인지도 모른다.
비진도의 신비로운 이름에, 그 아름다움을 상상하며 몇날의 장마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그것은 마치 인생이 빨리 지나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으며, 생명이 허비되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이 시간의 흐름을 지키는 것이다.일상에서 새로운 세계로의 방향 전환과도 같이 설레는 마음으로, 가랑비를 가르며 구마고속도로를 지나 14번 국도를 달린다.국도변 휴게소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아름다움을 보며 비진도의 신비로움을 상상한다.통영여객항 비진도행 배에 오르니, 이제는 진짜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실감이 난다.
화물선을 개조한 것 같은 비진도행 여객선은 통영항의 아름다움을 뒤로 밀치며 다도해의 푸른 물결 위로 미끄러져간다.운무와 가랑비가 섞여, 바다는 안개빛 풍광을 펼친다.일상은 이곳과 얼마나 다른가?일상은 바다와 얼마나 다른가?일상은 여행과 얼마나 다른가?우리는 현실의 굴레에 묶여 바다를 자주 보지 못한다.두개의 산봉우리가 구름에 가린 비진도가 눈앞에 왔다.여행객들의 감탄사가 약간의 흥분을 더한다.참 좋다.
선착장에서 팬션이 있는 건너편 섬으로 가는 바닷길은 신비로움 자체다.자연이 만든 지형이 어찌 양쪽에 바다를 둘 수 있을까?비진도길 끝 언덕 위 “the Sea Pension”에 여장을 풀었다.오른쪽 은빛 모래 해변과, 왼쪽 몽돌해안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명당에 숙소가 있다는 것부터, 비진도의 아름다움을 여행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인 것 같다.복층으로 된 2층에 여장을 풀기도 전에 복층에 올라가 베란다 창문을 여니, 비진도 주변 다도해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온다.깍아 세운듯 보이는 건너편 선유봉仙遊峰에 구름이 걸렸다.
골목길을 돌아 팬션 앞에 보이는 송림.수백년? 된 송림 사이로 파란 바다가 누웠고, 바다 위에 작은 섬들이 술렁인다.감히 발걸음을 옮겨 떠나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파도소리, 바람소리가 송림을 울리고.녹음이, 푸른 물결이 운무를 휘몰아 마음을 공허하게 뚫는다.송림에서 계단을 내려오니 은빛 백사장이 좌우에 펼쳐져 있다.눈 가는 곳 마다 평온이 맘을 누르니, 일상은 어디에도 없다.섬 속의 해변이라 조그마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걸어도 끝이 없다.부드러운 모래알들이 발가락 흥얼거리게 한다.백사장 끝부분에서 건너편 몽돌해안으로 산책로를 옮겼다.몽돌 노래에 흥얼거리다보니 벌써 끝까지 왔다.팬션쪽 몽돌해안의 협주곡은 범상치가 않다.
저녁나절, 몇번인가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구름이 많이 낀 것 말고는 천둥이 몰아칠 날씨는 아니어 보인다.이상히 생각되어 밖으로 나가보니 몽돌이 연주하는 거대한 울림이다.밀물 시간인 모양이다.울산 정자해변의 재잘거리는 속삭임. 거제도 몽돌해수욕장의 부드러운 운율. 욕지도 학동해안의 가곡 같은 감미로움. 거제도 망치마을의 가슴을 두드리는 협주곡. 비진도는 마치 교향곡 마지막 악장의 웅장함과 같다.일상에 젖어 살다보니, 귀가 어두워 소리의 감미로움을 구별하지 못하고, 더구나 일상에 노력하지 못한 졸필로는 다 표현키 어려움이 설웁다.몽돌 소리에 빠져 저녁을 잊었다.
첫댓글 멋진 곳이군요... 함다녀 와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맑은 물과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가를 걷다보면 싯구가 절로 솟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