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은 조용히 비에 젖고 있다. 밑도 끝도 없이 내리는 가을비... 가을비 속에 진좌(鎭座)한 무게를 그 누구도 가늠하지 못한다.
표정은 뿌연 시야에 가리우고 다만 윤곽만을 드러낸 山 천 년 또는 그 이상의 세월이 오후 한 때 가을비에 젖는다.
이 심연(深淵) 같은 적막에 싸여 조는 둥 마는 둥 아마도 반쯤 눈을 감고 방심무한(放心無限) 비에 젖는 山
그 옛날의 격노의 기억은 간 데 없다. 깍아 지른 절벽도 앙상한 바위도 오직 한 가닥
완만한 곡선에 눌려 버린 채 어쩌면 눈물 어린 눈으로 보듯 가을비 속에 어룽진 윤곽 아 아 그러나 지울 수 없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직 한가위만 같아라" 라고 하던 추석이 다가왔으나 몇 주 째 비가 오락 가락하는 통에 올해는 우울한 추석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정말 가을비가 심각하게 내리고 있다. 각종 매연과 공해로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기상조건이 변했다는 뉴스는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은 행복 한 일이다. 보고 싶은 부모, 형제, 친척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감사한 일인지..왠지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음은 내려갈 고향없는 이곳이 고향인 사람의 행복한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