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작은 놈이 드뎌 오늘 중학교에 입학을 합니다.
입학기념으로 새로 구입하여 책상위에 올려 놓은 백설같은 새하얀 나이키 운동화를 한참이나 바라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한 짝을 접어서 다른쪽에 끼워넣고 화물트럭 흉내내며 소꿉놀이의 수단이 되어주기도 하면서 내 어린시절의
든든한 발이 되어 주었던 '타이어표' 검정고무신........
질 낮은 까아만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1년 내내 행복 할것 같기만 했던 나의 어린시절이었습니다
변해 버린 세월 탓일까요?
과연 나는 그 당시보다 행복한가 하고 묻는다면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아니라고 말 할 것같습니다
솔직히 내가 저 녀석 시절이었을때,
그러니까 초등학교를 졸업 할 때까지 나는 버스 한 번 타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녀석은 중학교 입학도 하기전에 비행기를 타고 벌써 10개국이라는 외국을 다녀온 녀석입니다.
우리집 신발장을 열면 나의 기능성 마라톤화가 넘쳐 납니다.
마라톤을 하는 나는 거의 6개월에 한 번씩 고가의 아식스 마라톤화를 구입해야 합니다
과연 나의 운동화가 몇 켈레인가하고 헤아려보니 무려 11켈레였습니다.
발바닥 부분 젤의 수명이 다했다 싶으면 흠 하나 없이 새 신발같은 마라톤화지만 다시 신발을 구입해
신으면서도 나는 저 녀석만 했을 시절보다 지금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이 더 불행한 현실입니다.
이렇듯 나는 값비싼 운동화를 한 아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검정 운동화 한켈레를 소유하던 시절보다
행복하지 못하다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요?
어쩌면 현재의 걱정, 미래의 두려움으로 연속되는 긴장 속에서 불행하기 그지 없는 삶을 보내고 있는것은
비록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중년 남성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이
아닌가 합니다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 그러지 않은 세상을 살았을 때보다 더 불행한
풍요속의 빈곤에 허덕이는 나, 그리고 우리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럼 과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행복할 수 있는 해답은 무엇이란 말인가요?
'욕심을 버려라' '현실에 만족하라'....는 등등의 원론적인 틀에서 벗어나서
동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여러 친구들이 그 해답을 제시해 주세요
나는 글을 쓰다말고 아비된 도리로서 조금전 우리 아들놈의 중학교 입학식에 참석하고 왔습니다
교복을 입은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견함과 기쁨보다는 핏덩이 같았던 저 어린애가 벌써 중학생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파도처럼 밀려드는 적막감을 가슴에 다 쓸어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오늘 하루 종일 고민해야 할 것같습니다
첫댓글 씩씩하고 신나게 중학 생활 하라고 등 두드려 주셔~
아마 앞으로 2~3년동안 아들은 아빠보다 더 키가 자라고 제법 사내티도 나겠지.
신발은 이제 발이 자라서 더 자주 사야할걸~
축하해!
고맙소, 종일 마음이 착잡한 날이었다....
정말 멋진 아빠 입니다. 애들 초등 입학때나 학교에 갔지 쉽습니다. 나도 검정 고무신이 안떨어저 칼집을내어 흰 고무신 사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있지요.흰 고무신에 붙어있던 나비는 왜 그리도 잘 떨어지던지 지금은 아련한 추억 이지요
우리세대엔 누구나 검정고무신에 얽힌 잊혀지지 않는 사연이 있나보다,....
정순이 정말 기억력 좋다. 고무신의 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