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느끼는 사실...
싸이클은 혼자보다 그룹으로 타는 것이 더 재미있고 훈련효과도 높습니다.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수없이 많은 라이딩 코스를 셋팅하며
언제나 맨 앞에서 그룹라이딩을 이끌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꼭 알고 실천해야 하는 내용들만 정리해 봅니다.
1. 안전하고 흐름이 끊기지 않는 코스 선택
모든 라이딩에서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홀로 라이딩과 비교하여 그룹 라이딩은 안전에 대한 훨씬 강화된 기준을 두어야 하고
그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것이 코스 선택입니다.
일단 차량이 적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주로가 좁지 않아야 하며
가급적 교차로나 대교, 신호대기 등을 피해갈 수 있어야 하고
차량이 고속으로 주행하는 길도 제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래서 수도권 도심을 벗어나는 것은 물론
한강, 탄천, 안양천, 아라뱃길 등 주로가 좁고 보행자가 많은 자전거전용길을 피해 외곽으로 나가야 합니다.
싸이클 라이딩은 MTB 등으로 관광삼아 라이딩하는 그룹과는 다릅니다.
차량이나 보행자는 자전거가 우리처럼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겹도록 강조하는 이유를 새겨 두시기 바랍니다.
도심에서 모여 외곽으로 라이딩하며 나갔다가 복귀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매우 위험하고, 공기도 나쁘며, 리듬이 끊겨서 훈련효과도 약합니다.
다소 번거롭더라도 안전한 외곽에서 시작하고 마치는 것을 권장합니다.
한편, 외곽에서 반드시 피해야 하는 코스가
고속으로 달리는 국도입니다.
통행료 절감 등 여러가지 목적으로 대형트럭이나 버스가
고속도로에 버금가는 속도를 내는 국도를 많이 이용하기에 매우 위험합니다.
홍천/인제방면 44번국도와 춘천방면 46번국도 등
가급적 국도는 피하고 지방도 중심으로 코스를 잡는 것이 좋겠습니다.
2. 3m이상 안전거리 유지
그룹라이딩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프로 싸이클 선수들의 레이스는
팀의 캡틴을 포디엄에 세우기 위해 최대한 밀착해서 드래프팅하며 에너지를 아껴야 하고
상대팀의 드래프팅을 떨구기 위해 수없이 어택과 가속을 반복합니다.
자잔구를 몸에 붙이고 살다시피 하는 그들도 그 과정에서 수시로 사고를 경험하고
매년 한 두명씩은 사망소식이 들리곤 합니다.
반면, 우리 동호인들이 하는 그룹라이딩은 그처럼 밀착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룹라이딩중 낙차 등 안전사고의 대부분은
앞라이더와 뒷라이더의 휠이 닿거나
앞라이더의 돌발상황에 대응하지 못해 연쇄추돌하거나
앞라이더에 가려 장애물을 보지 못하는 경우로
모두 너무 가까이 드래프팅하려다 벌어지는 사고입니다.
그룹라이딩 자체가 집중도를 높여주기에 라이딩 역량을 올려주고
3m 이상 거리를 두어도 드래프팅 효과의 대부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철인3종의 싸이클은 결국 독주로 해야하는데
지나치게 피를 빠는데 익숙해지면 대회에서도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가장 중요한 종목인 싸이클의 페이스 조절도 어렵게 됩니다.
평소에 드래프팅으로 평속 35km/h를 우습게 타게 되면
대회에서 독주도 그렇게 하게 되고
명백히 오버페이스를 만드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란폰도 같은 싸이클대회에서도 전구간을 드래프팅하는 경우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3m 이상 거리두기만 잘 실천해도
안전과 트레이닝효과 등 싸이클링의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3. 그룹라이딩의 주목적은 지구력(Endurance) 배양
싸이클은 기본적으로 속도를 위한 장비로
혼자서 장거리를 빠르게 라이딩하는 것은 큰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룹라이딩은 그 과정을 훨씬 재미있게 해주기에
홀로라이딩에 비해 지구력 배양효과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앞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리더는 그 역할 자체가 좋은 트레이닝이 되고
후미그룹은 실력이 더 좋은 상급자의 뒤를 따르는 것 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므로
결과적으로 누구에게나 그룹라이딩은 효과적인 지구력 배양 수단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그룹라이딩의 매력중 하나가 로테이션일텐데
선두에 서면 페이스를 지나치게 올려서 흐름을 깨는 라이더가 많습니다.
최악의 경우는 그렇게 산화하고는 자신은 중도에 이탈하는 경우입니다 ㅠㅠ
그룹을 리딩하는 것은 나의 기량을 과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뒤의 라이더들에 대한 동료의식과 책임감이 우선입니다.
라이딩 전체의 흐름을 깨지 않고 최대한 유지가능한 적절한 수준의 리딩을 연습해야 합니다.
끝까지 함께 도와주며 라이딩을 마치는 것이 그룹라이딩을 하는 이유이며
지구력배양이라는 선물을 받게 될 것입니다.
싸이클을 정말 잘 타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서 동료들의 바람막이를 자처하고
초보자라면 리더의 배려와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는 의지를 가지고 집중하면 머지않아 자신이 리더의 위치에 있게 될 것입니다.
4. 리더의 역할
장애물 등 비상상황에 잘 대처하고
앞에서 바람만 막아주어도 선두는 큰 일을 하는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라이딩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선두가 너무 빨리가면 후미그룹은 정신없이 쫒아가야 하고
너무 늦게 가면 라이딩의 재미가 없고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져 안전사고가 납니다.
너무 힘들지 않되 방심할 수 없는 수준의 조절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되겠습니다.
오르막은 어차피 각자 기량껏 오르도록 해야 하고
평지는 그룹이 충분히 따라올 수 있는 속도를 유지하면 됩니다.
여기서 많이 간과하는 구간이 내리막입니다.
내리막에서 선두가 주춤하거나 페이스를 늦추면
바람의 저항이 없는 후미그룹은 잦은 브레이킹을 해야 하고 리듬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내리막부터 평지구간에 접어드는 순간까지
최대한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가속후 연착륙 페달링을 해 주어야 합니다.
5. 실력차이가 많이 나는 그룹의 리딩
대부분 동호회나 클럽은 각 멤버간에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다양한 실력차가 존재하는데
그렇다고 매번 몇개의 그룹을 운영하는 것은 단체의 성격에도 맞지 않고
안전 및 통솔에도 문제를 야기시킵니다.
이럴 때 제가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라이딩코스 중간에 순환구간을 넣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강화도를 라이딩한다면
외포리 해안이나 고려산구간에서 선두가 1~2Lap을 더 돌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후미그룹에게 자연스럽게 휴식시간을 주면서도
그 휴식시간이 주는 안정감때문에 전 후반 라이딩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어
그룹이 분산되지 않고 끝까지 라이딩을 함께 할 수 있고
설사 후미그룹이 선두를 놓치더라도 순환구간이 중간 집결지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 다른 방법은 후미그룹이 따라올 수 있는 수준으로 페이스를 약간 늦추어 그룹라이딩을 하되
기량껏 라이딩할 수 있는 오픈구간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보통 긴 오르막구간이나 Time Trial에 적합한 평지코스가 그런 구간이 됩니다.
장거리 라이딩으로 마일리지를 쌓으면서도 인터벌구간이 포함되어
수준과 관계없이 파워훈련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6. 그룹라이딩은 Time Trial 바이크가 아닌 로드싸이클로..
자전거가 TT차 한 대 밖에 없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룹라이딩은 반드시 로드싸이클로 하는 게 좋고
불가피하게 TT차로 그룹라이딩에 합류해야 한다면
최대한(5m이상) 거리두기를 해야 합니다.
그룹의 중간에서 TT차 또는 싸이클에 에어로바를 달고
반응성이 느린 에어로포지션을 취하고 밀착해서 드래프팅 하는 것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무책임한 행위입니다.
실제로 철인클럽의 그룹라이딩 중 낙차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TT차는 싸이클 중에서도 오로지 평지를 빨리가기 위해 고안된 자전거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라이딩하는 오르락 내리락하는 코스의 다이내믹한 재미와
라이딩 스킬을 키우는 데는 로드싸이클이 최적으로
TT차는 철인3종대회 직전에 몇 번만 연습해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싸이클로 연습하고
대회에서 TT차로 라이딩을 하게 되면
훨씬 속도감을 느낄 수 있어 대회성적을 좋게 해 주는 측면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