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눈물
오래 전에 캘리포니아 주 몬테레이에 간 적이 있었다. 바닷가 근처에 위치한 세계
적인 절경으로 알려진 ‘페이블 비치’ 골프장이 있는 곳, <분노의 포도>의 저자 존
스타인 백의 고향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아내와 함께 저녁 무렵 산책을 나갔
다. 남태평양 해안에 드리워진 아름다운 석양과 함께 바다의 내음새를 맡으며,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감상했다. 어느 순간, 바다사자(sea otter) 가 순식간에 바닷물
속에서 크랩을 잡아채는 것을 목격했다. 자신의 배 위에 크렙을 올려 놓고 여유있
게 디너를 하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여 한참 구경을 했다. 이른바 약육 강식,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잡아 먹는 세상이다.
최근 MBC 다큐 4부작, 남극의 눈물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황제 펭귄은 살기
위해 천적인 바다사자와 싸워야 하고 남극의 혹독한 추위와도 맞서야 했다. 새끼들
의 삶은 더욱 절실했다. 생존. 추위에서 간신히 이겨낸 새끼들은 다음에 자이언트
패트롤(갈매기과)과 사투에서 또한 살아 남아야 했다. 무리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가장 약한 놈을 집중 공격하다 잡아 먹는 자이언트 패트롤. 그리고 잡아 먹
히는 새끼 펭귄이 어찌나 불쌍한지. 아무리 ‘먹이사슬’이 자연의 이치라 할지라
도 생각같아서는 어찌하든지 그들을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 곳. 바다와 땅 하늘 그 어느 곳이라도 그 누구라도 생존의
룰을 벗어날 수 없다. 필자도 군복무시절 일정기간 생존훈련을 한 적이 있었다. 아
무 먹을 것도 없는 깊은 산 속에서 스스로 견디어야 했다. 죽지 않기 위해서는 무
엇이든지 먹어야 했다. 나무 열매, 뿌리, 풀, 개구리, 뱀 등. 얼마 전 김병만의 ‘정글
의 법칙’을 시청한 적이 있다. 정글은 적자생존 그 자체이다. 실제로 김병만과 그
일행은 아무런 먹을 것이 주어지지 않는 가운데 그들 스스로 음식을 구해야 했다.
물고기도 잡고 바나나도 따고 애벌레를 잡아 먹었다. 더불어 기거할 숙소 또한 현
지에서 나무 등의 재료를 구해 직접 만들어야만 했다. 원시시대로 돌아가 불도 피
워야만 했다. 불을 피우는데에만 한 시간 이상 걸렸다. 정글에서의 불편함은 뒤로
하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자체가 엄청난 고통이었을 것이다.
생존의 혈투가 매일같이 벌어지는 곳이 정글일 수도 있고, 남극일 수도 있다. 더하
여 인간 사회만큼 생존경쟁이 심한 곳도 없다. 동물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힘 센 자
만이 권력(파워)을 움켜잡는다. 모든 것을 차지한다. 원시시대의 인간의 삶은 더 지
독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생존경쟁과 스트레스. 현대사회는 그 생존의 스트레스가
동물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자일 수록 우울 또는 자살
확률이 높아진다. 피라밋 구조로 되어있는 인간 사회에서는 단 한 사람만이 최고
의 자리를 차지한다. 연약한 사람은 도태된다. 백수인 사자 조차도 늙고 병들면 끝
장이듯이 오늘날 조직체에서 우유부단하거나 어정쩡하게 있는 사람들은 퇴출 1순위
다. 인정사정 봐주는 않는다.
서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오락적 유희를 위해 도입한 프로그램이 이제
는 지금은 모든 쟝르에서 대세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기존의 프로그램과 달리 극
도의 긴장감과 흥분을 준다. 그러나 아무리 신선한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사람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한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것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면 이미 인간
성을 상실한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서바이벌이란 단어가 좋은 이미지를 주지는 않
는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남을 이기거나 넘어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적용되는 ‘정글의 법칙’과 다르게 이제는 ‘사랑의 법칙’이 인간사
회에 적용되어야 한다.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즉 모두가 사는 법칙이다. 강도만난 사
람을 도왔던 이웃인 사마리아 사람처럼 말이다. 공존과 공생이란 좋은 말이 있다.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 힘들고 지친 이웃을 일으켜 세워주고 격려해주는 공동체,
얼마나 아름다운가. 생존을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출세하는 것보다 소중한 것
은 배려하는 마음이다. 내것을 다소 희생하고 양보하는 모습에서 사랑의 법칙이 시
작된다.. 1%의 작은 희생이 모이고 모이면 엄청난 힘이 된다. 지금 이시간에도 굶
어 죽어가는 고통받는 이웃을 외면하지 말자. 나의 작은 나눔이 사람을 살린다. 그
것이 공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