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호남 반갓집 상차림의 명맥을 다져온 이기남 할머니의 순창고추장장아찌
건강한 밑반찬의 입에 감치는 깊은 맛
순창고추장장아찌의 달인 이기남 할머니의 손가락 마디마디에는 밤알 같은 옹이 맺혀 있다. 그 손이 닿은 것마다 모두 명품진미가 아닌 것이 없다. 20~30가지 찬이 오르는 남도 전통한식도 장아찌와 젓갈 등 해묵은 밑반찬이 갖춰지지 않으면 상을 못 차린다. 순창의 전통 장아찌는 선조들의 깊은 예지와 대물림 손맛이 깃든 우리 음식문화의 고유한 유산이다. 장아찌마다 음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장인의 혼이 담겨 있고 맛과 풍미, 영양가를 한껏 살려낸 삶의 지혜가 담긴 명품이다.
02 명인의 손맛 인정받은 김광자 할머니의 영암어란
천하일품의 경지인 그 신비로운 맛
산란기를 앞둔 살아 있는 숭어의 알을 채취, 참기름을 덧바르고 손으로 쓰다듬어 5월 훈풍에 자연 건조시킨 차돌처럼 단단한 영암어란. 몇 년을 두고 먹어도 생기를 잃지 않고 단맛이 더 깊어지고 찰기가 유지된다. 혀끝으로 살살 녹이면 비릿한 향취가 칼칼한 술 맛과 어우러지며 특유의 그윽한 풍미를 살려낸다. 옛 사람들은 이 맛을 천하일품의 경지라고 극찬했다. 김광자 할머니는 시할머니 대부터 이어온다는 100년 영암어란의 맥을 지키고 있다.
03 첩첩산중에 간직해온 장창복 씨 부부의 새재묵조밥
씹을수록 고소한 별미 중에 별미
장창복 씨 부부의 새재묵조밥. 그 옛날 깔깔하던 조밥 대신 쌀을 넉넉하게 섞어 지은 포근한 차조밥에 영양분과 체재 해독제인 재래종 도토리묵과 녹두묵. 청정한 숲에서 자란 산채와 나무순으로 담가 짧게는 3~4년에서 길게는 10년 가깝게 숙성시킨 장아찌가 곁들여진 소박하고 정갈한 상차림을 가꿔내 감동을 전한다. 세상에 묵조밥만큼 좋은 밥이 또 있을까.
04 남도 음식의 달린 윤해경 할머니의 남도 전통한식
충분히 묵히고 삭힌 장맛과 젓갈의 개운한 맛
무장아찌와 더덕장아찌, 마늘장아찌와 깻잎장아찌 등도 고추장을 몇 차례 바꿔가면서 담가 장아찌 색깔이 짙고 투명하면서 뒷맛이 깔끔하기 이를 데 없다. 한 상 가득 오른 찬들이 모두 손이 가게 되고 흐뭇한 정감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찾아드는 손님들의 발길이 전국에서 이어진다. 겨우내 손을 놓을 사이가 없다는 창평엿은 택배로 받아 맛볼 수 있다.
05 동해 바다의 비밀을 알리는 배옥산·이금옥 할머니의 부새우젓
동해 바다에 감춰진 보물의 기막힌 맛
부새우는 토하의 일종이라는 기록이 있지만 민물이 아닌 바닷물에 오는 시기가 일정하고 그 생김새와 생태는 토하나 다른 새우들과 판이하다. 부새우를 언제부터 채취해 먹어왔는지도 모른 채 모래불로 나가 부새우를 잡아 김장도 담그고 용돈도 마련했다는 오산해수욕장의 할머니들. 그분들의 소박한 꿈은 이 맛을 후세에도 이어주어야 하는 것뿐이라고.
06 서울 반갓집 곰탕 맛 그대로 살리는 김희영 할머니의 하동관 곰탕
65년간 다져온 간결하면서도 품격 있는 맛
하동관 곰탕의 맛은 최상의 한우 암소고기와 김희영 할머니의 육감으로 이뤄내서 손님들의 입맛으로 판별된다. 즉, 60년 넘게 이어오는 정육점과 할머니의 손맛을 거치고 다시 고객들의 입맛으로 이어지는 신뢰의 결실이다. 서울 할머니 3대로 이어져온 하동관 곰탕은 그래서 변한 것도, 변할 이유도 없는 순수한 서울 반갓집 곰탕 맛 그대로라는 남다른 가치를 지녔다.
07 3대 80년 추탕의 일가를 이뤄낸 김영식 씨 부부의 형제추어탕
23가지 재료와 10년 묵은 간장의 조화
스무 가지가 넘는 소재를 차례대로 가려 넣으며 재료 하나하나가 한 솥에서 최상의 맛으로 조화를 이뤄내는 형제추어탕의 추탕. 이런 과정을 거쳐 갓 끓여낸 추탕은 전혀 기름지거나 별다른 냄새 없이 담백하고, 얼큰하지만 짜거나 맵지 않다. 그러면서 훈훈하게 감치는 깊은 맛과 시원한 뒷맛이 가히 환상적이다. 통째로 넣어 꼭 알맞게 익힌 미꾸라지는 신선한 감각과 입에 씹히는 질감이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부드럽고 고소해 추탕이 아니고는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맛이다.
08 1929년에 문을 연 진주 천황식당 김정희 씨의 진주비빔밥
비비면 비빌수록 오묘하게 살아나는 진미
천황식당 김정희 씨는 우리 것을 지키려는 올곧은 마음씨를 지녔다. 옛것의 소중함을 마음에 새겨 간직해온 갸륵한 손길이다. 시할머니와 시어머니의 손길이 그대로 배어나는 김정희 씨의 진주비빔밥에는 일곱 가지 재료가 어느 것 하나 뒤엉키거나 홀로 튀지 않고 하나로 조화를 이룬 비빔문화의 아름다움을 살려낸다. 그릇만 바꿔놓아도 후세에는 물론, 세계인이 함께 비벼도 좋은 우리 음식문화의 예지로 손색이 없다.
09 40년 손맛 4남매에게 물려준 김경필 할머니의 평양냉면
세계 어디에도 없는 차고 맑고 개운한 뒷맛
평양냉면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우리 국수문화의 고유한 자산이다. 김경필 할머니의 평양냉면은 본고장이 아닌 객지에서 그 고유한 큰 틀을 크게 흐트러뜨리지 않고 잘 지켜낸 대표적인 사례다. 기본 간만 한 심심하고 담백한 육수에 금방 눌러 내린 신선한 메밀국수를 말아 각자 간을 해 즐기는 멋스러움과 시원한 뒷맛. 언젠가 그 맛이 변치 않고 평양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10 3대 100년 가업 잇는 박명자 씨의 산성주먹두부
자연과 사람의 손맛이 어우러진 절묘한 맛
“콩은 참 알다가도 모를 신비한 성격을 지닌 물건이래요.” 콩물을 걸러 솥에 안치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거품이 구름처럼 솟아올라 반들반들하게 닦아놓은 듯 빈 솥만 남는다는 것이 산성주먹두부 집 박명자 씨의 얘기다. 두부를 빚을 때도 압착해 숨을 죽이지 않고 순두부를 한 모씩 면포에 싸서 저절로 굳히며 숨을 끝까지 살려낸다. 그래서 산성주먹두부는 살아 숨쉬는 생두부가 되어 맛과 질감이 일반 두부와는 전혀 다르다.
11 진부령 용바위식당 안응우 씨 부부의 황태국과 황태구이
그냥 씹어도 자연스럽게 당기는 하늘이 내린 자연의 맛
동지를 전후해 덕장에 내걸린 동태는 혹한과 눈바람에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푸석푸석한 스펀지처럼 마른다. 이것이 2~3월 건조한 봄바람을 맞아 수분과 지방이 완전히 증발된 무지방 저칼로리의 솜방망이 같은 섬유질덩어리로 거듭난다. 그리고 다시 신선한 그늘에서 2~3개월간 숙성과정을 거쳐 6~7월에 세상에 나온다. 이렇게 말린 것이 진짜 황태다. 황금빛 색상과 은은하고 깊은 향미, 부드러운 질감…… 황태야말로 우리 고유의 향미식품이고 건강식품이다.
12 송천 민속떡마을 탁영길 씨 부부의 탁씨네 인절미
금방 떠낸 생선회 같은 질감과 신선한 맛
탁씨 부부는 35년을 하루같이 소나무 떡판에 떡을 쳐 인절미를 빚었다. 그들이 만든 인절미는 한 점 떼어내 입에 넣으면 금방 떠낸 생선회처럼 생기가 가득 돌고 달착지근하며 기분 좋은 여운을 안겨준다. 찹쌀과 소금의 단맛이 어우러지며 간이 딱 맞아떨어질 때 생성되는 묘미인 것이다. 바로 오랜 손맛의 감각으로 결정되는 특유의 맛이다.
13 강원도의 소박하면서 깊은 풍미 담긴 최명희 할머니의 샘밭막국수
얼얼하면서 당기는 건강별미
최명희 할머니의 막국수는 춘천시내에서 내로라하는 막국수집의 손맛을 골고루 배합한 맛이라는 게 자랑이다. 부드러운 면발에 씹을수록 입 안 가득 배어드는 구수한 메밀향. 여기에 육수를 붓고 겨자와 식초를 넣어 맛을 돋우고 열무김치와 배추김치, 돼지고기 편육 등을 얹어 먹으면 그 넉넉한 쾌감이 온갖 스트레스를 한순간에 날려준다. 소탈한 맛과 더불어 심신을 추슬러 생기를 일깨워주는 건강별미, 이것이 샘밭막국수의 진미이고 할머니의 손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