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랑한 선교
583번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엔 손님이 나 홀로였다. 좁은 인도로 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세 명의 여인들이 나란히 지나가고 있다가, 그중 한 명이 느닷없이 나에게 큰 종이를 당당하게 들이밀었다.
“이거 보실래요?”
“뭔데요?”
“신천지 신문이에요.”
“저 천주교 수녀에요.”
“아니 그냥 보시기만 하면 되잖아요?” 거의 힐난조였다.
“아니요... 우리 성당에도 읽을 것이 많아요.”
그녀는 입가에 묘한 웃음을 흘리며 의기양양한 기세로 떠나갔다.
그녀의 두 동료들은 그녀의 태도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운 신천지인의 긍지와 자부를? 아니면......???.
내 입장에서는 불쾌의 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맹랑하기 짝이 없는 선교 태도였다.
언제가 아파트에 사는 신자 방문을 갔었다. 공교롭게도 그 집 현관 앞에서 마침 마주친 두 명의 여인들이 나를 향해 맹랑 선교를 하던 것이 생각났다. 오늘과 똑 닮은 모습으로. 그녀들은 ‘여호아의 증인’ 신자들이었다. (일부 여호아증인들의 진실된 신앙 자세를 칭찬하는 우리 신자들의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나는 그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바오로 사도가 생각났다. 투철한 유다교 맹신자였던 그가 다마스커스의 회심과 예수와 그분 가르침의 진수를 알고 난 후, 불타는 선교 일생을 보낸. 아그리파스 임금 앞에서 변론하던 그를 보고, 카이사리아 총독 페스투스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공부가 너무 깊어 미쳤다”(사도 26,24)라고. 바오가 대답했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진리와 양식에 따라 말하는 것”(사도26,25)이라고.
여호아의 증인을 닮은 신천지인들 그들의 맹랑한 선교와 자세는 무엇에 기인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