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동생이 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은데 괜히 화를 돋구지 마라”와 같이 “화를 돋구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이때에는 ‘돋구다’가 아니라 ‘돋우다’를 써야 한다. ‘돋우다’는 “호롱불의 심지를 돋우다”, “방석을 여러 잘 겹쳐 자리를 돋우다”의 경우처럼 ‘위로 끌어올리거나 밑은 괴거나 하여 도드라지거나 높아지게 하다’라는 의미로도 쓰이고, ‘화를 돋우다’, ‘신바람을 돋우다’, ‘신명을 돋우다’ 등의 예에서처럼 ‘감정이나 기색 등이 생겨나게 하다’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이 밖에도 '목청을 돋우다'의 경우처럼 ‘정도를 더 높이다’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돋구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거의 쓰지 않는 단어로서 “안경의 도수 등을 너 높게 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오늘은 할머니의 안경 도수를 돋구어 드리기 위해 안경점에 들러야겠다”와 같은 경우에만 사용될 수 있다. “안경 도수를 높이다”의 의미를 가진 ‘돋구다’를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문맥에서는 ‘돋우다’를 쓰는 것을 올바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한 요령이 될 것이다. “라면이 불기 전에 빨리 먹자”와 같은 말도 흔히 듣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의 ‘불기’는 ‘붇기’로 써야 할 것을 잘못 쓴 것이다. ‘붇다’는 “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다”는 뜻을 가진 ‘ㄷ’ 불규칙 용언이다. ‘ㄷ’ 불규칙 용언은 뒤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말이 올 때에 어간의 ‘ㄷ’이 ‘ㄹ’로 바뀌게 되어 있다. ‘묻-(問)’이 ‘묻고, 물으니, 물어서’와 같이 활용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붇다’는 ‘분량, 수효가 늘어나다’의 뜻으로도 쓰이기 때문에 “최근에 체중이 많이 불었다”와 같이 쓸 수도 있다. [국어국문학과 고성환 교수님]
첫댓글 안경? 돋구다?..사용해 본 말이 아니라서...^^ 자료 고마워요 지현 씨
두 가지 모두 잘못 사용하고 있었어요.ㅠㅠ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