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 제 47 권
1241. 급고독경(給孤獨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급고독(給孤獨) 장자가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사람이라도 우리 집에 있으면 다 깨끗한 믿음을 내고, 우리 집에 있다가 목숨을 마치는 사람은 다 천상(天上)에 태어나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장자여, 그 말은 매우 묘(妙)한 말이고, 또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향하여 받아들일만한 말이다. 너는 대중들 가운데서 사자처럼 외쳐 '우리 집에 있는 이는 다 깨끗한 믿음을 내고, 또 목숨을 마치면 다 천상에 태어난다'고 말하는구나. 그러면 어떤 큰 덕과 신력 있는 비구가 너를 위해 말하기를 '무릇 그대의 집에 있다가 목숨을 마치는 이는 모두 천상에 태어난다'고 그렇게 말하던가?"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다시 물으셨다.
"어떠한가? 비구니가 그런 말을 하던가, 모든 하늘들이 그런 말을 하던가, 그것도 아니면 혹 나에게서 직접 내 말을 들은 사람이 그런 말을 하던가?"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무엇인가? 장자야, 네 스스로의 지견(知見)에 의해 '우리 집에 있다가 목숨을 마치는 이는 다 천상에 태어난다'고 알았느냐?"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큰 덕과 신력(神力)이 있는 비구에게서 듣지도 않았고, 비구니(比丘尼)나 하늘로부터 들은 것도 아니며, 또 나에게서 직접 말을 들은 이로부터 들은 것도 아니고, 스스로의 지견에 의하지도 않았으면서 '만일 누구나 우리 집에 있다가 목숨을 마치면 다 천상에 태어난다'고 말하고 있다. 너는 무엇으로 말미암아 그런 깊고 묘한 말을 하며 또 확실히 그것을 믿고 있는가? 그리고 대중들 가운에서 사자처럼 외쳐 '어떤 사람이든지 우리 집에서 목숨을 마치면 다 천상에 태어난다'고 말하느냐?"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큰 덕과 신력이 있는 어떤 비구가 내게 말한 일도 없고……(자세한 내용은 바로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모두 천상에 태어납니다. 그런데 세존이시여, 나는 어떤 중생들의 주인이 아기를 배었을 때에는 그에게 '그 아들을 위해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과 승가에 귀의하라'고 가르칩니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에 다시 세 곳[三歸 : 佛·法·僧]에 귀의하라고 가르치고,
그 아이가 지견이 생겼을 때에는 다시 계(戒)를 가지라고 가르칩니다.
혹 종이나 하천(下賤)한 다른 사람이 아기를 배고 또 낳았을 때에도 역시 그와 같이 가르칩니다.
그리고 만일 어떤 사람이 종[奴婢]을 팔려고 하면 나는 곧 그에게 가서 '어진 이여, 내가 그 사람을 사겠소. 그대는 마땅히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며 비구승에게 귀의하시오,
그리고 금계(禁戒)를 받들어 지키시오'라고 말합니다.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곧 다섯 가지 계를 주고, 그런 연후에는 그 주인이 달라는 값을 다 주고 그 종을 사지만, 내가 시키는 것을 따르지 않으면 사지 않습니다.
또 손님을 재우거나 일꾼을 부릴 때에도 반드시 세 곳에 귀의하게 하고 다섯 가지 계를 준 뒤에 그들을 받아들입니다.
혹은 내게 와서 제자가 되려고 하거나, 혹은 빌리러 오거나 쉬러 오더라도 나는 먼저 반드시 세 곳에 귀의하게 하고 다섯 가지 계를 준 뒤에 그들의 말을 들어줍니다.
또 우리 집에서 부처님과 비구승에게 공양할 때에도 부모의 이름을 일컫고, 형제(兄弟)·처자(妻子)·종친(宗親)·벗[知識]·국왕(國王)·대신(大臣)·모든 하늘[諸天]·용신(龍神)들과, 혹은 살아 있거나 죽은 모든 이와 사문과 바라문, 그리고 안팎의 모든 권속과 밑으로 종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 이름을 일컬어 축원하고,
또 세존에게서 들은 그 이름까지 일컬어 축원합니다.
그런 인연으로 인하여 그들은 다 천상에 태어날 것입니다.
혹은 동산이나 토지를 보시하기도 하고, 혹은 집·평상·침구를 보시하기도 하며, 혹은 정기적으로 보시하기도 하고 걸어 다닐 길을 보시하기도 하며, 나아가 한 덩이 벽돌을 중생들에게 보시하더라도, 그런 여러 인연으로 인하여 그들은 다 천상에 태어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장자야, 너는 믿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능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여래는 거기에 위없는 지견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이든 간에 네 집에서 목숨을 마치면 모두 천상에 태어나리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구나."
그 때 급고독 장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를 올리고 떠나갔다.
1242. 공경경(恭敬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공경히 머물러야 하고 항상 마음을 잡아매고 늘 조심하고 삼가야 한다. 다른 사람을 따라 자재(自在)하게 모든 범행(梵行)을 닦으면서, 윗자리와 중간 자리와 아랫자리를 가려서 앉아라. 왜냐하면, 만일 어떤 비구가 공경히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잡아매지 않으며 조심하고 삼가하지 않고, 남을 따라 자유롭게 모든 범행을 닦고 윗자리와 중간 자리와 아랫자리를 가려서 앉지 않으면서, 위의(威儀)를 완전히 갖추려고 한다면 도저히 그렇게 될 리가 없느니라.
위의를 갖추지 않고 법을 배워 원만해지기를 바라는 일도 그렇게 될 리가 없고, 법을 배워 원만해지지도 않았는데 계율의 몸[戒身]과 선정의 몸[定身]·지혜의 몸[慧身]·해탈의 몸[解脫身]·해탈지견의 몸[解脫知見身]을 완전히 갖추려고 하는 것도 그렇게 될 리가 없으며, 해탈지견이 원만하게 갖추어지지도 않았는데, 무여열반(無餘涅槃)을 얻으려고 하는 것도 그렇게 될 리가 없느니라.
이와 같으니 비구들아, 마땅히 힘써 공경하고 마음을 잡아매며 조심하고 삼가하며, 다른 이의 덕의 힘과 모든 범행을 닦은 정도를 따라 윗자리와 중간 자리와 아랫자리를 가려서 앉으면서, 위의를 완전하게 갖추려고 한다면 그것은 그렇게 될 수 있느니라. 위의를 원만하게 갖춘 뒤에 법을 배워 완전히 갖추려고 하면 그것도 그렇게 될 수 있고, 법을 배워서 완전하게 갖춘 뒤에 계율의 몸·선정의 몸·지혜의 몸·해탈의 몸·해탈지견의 몸을 완전히 갖추려고 하면, 그것도 그렇게 될 수 있으며, 해탈지견의 몸을 완전하게 갖춘 뒤에 무여열반을 얻으려고 하면 그것도 그렇게 될 수 있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마땅히 애써 공경하고 마음을 잡아매고, 조심하고 삼가하며, 다른 이의 덕의 힘과 모든 범행을 닦은 정도를 따라 윗자리와 중간 자리와 아랫자리를 가려서 앉고 위의를 만족하게 하며,……(내지)……무여열반을 얻으려고 하면 마땅히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43. 이정법경(二淨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가지 깨끗한 법이 있어서 능히 세간을 보호한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이른바 자기 자신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것[?]과 남에게 부끄러워하는 것[愧]이다. 가령 이 세간에 이 두 가지 깨끗한 법이 없었더라면 세상은
부모·형제·자매·처자·종친·사장·존비의 차례가 있음을 알지 못해서, 뒤바뀌고 혼란하게 되어 축생(畜生)의 세계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것과 남에게 부끄러워하는 것, 이 두 가지 깨끗한 법이 있기 때문에 세상은
부모와……(내지)……사장과 존비의 차례가 있음을 알게 되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세상에 만일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남에게 부끄러워하는 두 가지 법이 없었다면
청정한 도를 어기고 뛰어넘어서
생·노·병·사를 향해 달려가리라.
세간에 만일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남에게 부끄러워하는 두 가지 법을 성취하면
청정한 도를 자꾸 자라게 하고
나고 죽는 문 영원히 닫아 버리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45. 악행경(惡行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숙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몸으로 짓는 악행을 버리는 사람은 몸으로 짓는 악행이 끊어진다. 몸으로 짓는 악행을 끊지 못한 사람이라면, 나는 그를 몸으로
짓는 악행을 버린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능히 몸으로 짓는 악행을 끊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그를 몸으로 짓는 악행을
버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몸으로 짓는 악행이 있는 사람은 이치로 보아 도저히 유익하거나 안락할 수가 없다. 중생이 몸으로 짓는
악행을 여의면 이치로 보아 유익하거나 안락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몸으로 짓는 악행을 버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입과 뜻으로 짓는
악행에 대해서도 그와 같이 말한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3. 부경(釜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머무시고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아침에 3백 개의 솥에다 밥을 지어 중생들에게 보시하고 점심때와 저녁때에도 그렇게 하였다.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모든 중생들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닦은 이와 나아가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짧은 시간이나마,
모든 중생들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닦아 익힌 공덕에 비하면 저 앞의 보시한 사람의 공덕은 그 백 분·천 분·거억만 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며, 셈을 하거나 비유로서는 도저히 비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잠깐 동안이나마 모든 중생들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닦아 익히기를 배워야 하고, 나아가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이라도 모든 중생들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닦아 익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4. 인가경(人家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머무시고 계셨다.
그 때 세존(世尊)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의 집에 여자가 많고 남자가 적으면, 그 집은 도둑에게 겁탈을 당하기 쉽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와 같이
선남자(善男子)와 선여인(善女人)이 자주자주 또는 나아가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시간이라도 모든 중생들에 대해 자애롭게 생각하는
닦아 익히지 않으면, 그 사람은 온갖 나쁜 귀신에게 속임을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느니라.
비유하면 사람의 집에 남자가 많고 여자가 적으면, 도둑들이 자주 겁탈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와 같으니 선남자도 자주 또는
나아가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짧은 시간이라도 모든 중생들에 대해 자애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닦아 익히면 온갖 나쁜 귀신들에게
속임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항상 때를 따라 자주자주 또는 나아가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시간이라도
자애로운 마음을 닦아 익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8. 고경(鼓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波羅▩國) 신선이 머물었던 녹야원(鹿野園)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에 다사라하(陀舍羅訶)라는 사람이 있었다. 저 다사라하에게는 또 아능가(阿能訶)라는 북이 있었는데, 그 북은 좋은
소리, 아름다운 소리, 깊은 소리를 내어 그 소리가 40리 밖에까지 들렸다. 그러나 그 북은 너무 낡아서 여러 곳이 부서져
있었다.
그 때 그 북을 만드는 기술자는 쇠가죽을 벗겨 두루 감아 얽어맸지만 그 북은 다시는 높은 소리, 아름다운 소리, 깊은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러더니 그 북은 나중에 더욱 낡아서 가죽은 다 떨어져나가고 다만 나무통만 남았다.
이와 같아서 비구들이 몸을 닦고 계(戒)를 닦고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으면, 그는 몸을 닦고 계를 닦고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았기
때문에 여래가 설하신 수다라(修多羅 : 經)를 매우 깊고 밝게 비추어, 보기 어렵고 깨닫기 어려우며 헤아릴 수 없는 심오한 뜻을
밝은 지혜로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다. 그는 단박에 이해하고 두루 이해하여, 그 말을 듣고는 기뻐하고 숭상하며 익혀서 번뇌를
여의고 이익을 얻을 것이니라.
그러나 미래 세상의 비구들은 몸을 닦지 않고 계도 닦지 않으며, 마음도 닦지 않고 지혜도 닦지 않아서 여래가 말씀하신 수다라의
매우 심오한 이치를 밝게 비추어주고 공(空)과 상응하는 연기법(緣起法)을 듣고도 그는 당장 받아 지니지도 않고 철저히 이해하지도
못할 것이며, 또 그 말을 듣고도 기뻐하여 숭상하거나 익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세상의 잡다한 이론(異論)과 잘 꾸민 문장과
세속의 잡스러운 글귀들은 전일한 마음으로 받들어 모시고, 그 말을 듣고는 기뻐하고 숭상하며 익힐 것이다.
그러나 번뇌를 여의고 유익함을 얻지는 못한다. 그래서 여래께서 설하신 매우 깊고 밝게 비추어 주는 공상(空相)의 요긴한 법과
연기법에 수순하는 법은 곧 사라지고 마는 것이, 마치 저 북이 낡아 부서지고 오직 나무통만 남은 것처럼 되고 말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몸을 닦고 계를 닦으며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으며, 여래께서 설하신 매우
심오하고 밝게 비추어주는 공상요법(空相要法)과 연기법을 수순하여 곧 이해하고 두루 이해해야 하느니라. 또 그 말을 들은 자가
기뻐하며 숭상하고 익히면, 번뇌를 벗어나 이익을 얻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9. 철환경(鐵丸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머무시고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쇠탄자[鐵丸]를 불 속에 던져 불과 똑같은 빛이 되었을 때 그것을 무명 솜으로 싸면 어떻게 되겠느냐? 비구들아, 곧 빨리 타서 없어지겠느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이 세속 마을을 의지해 살면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 몸을 잘 단속하지
않고 감각기관[根門]을 잘 지키지 않으며, 마음이 일으키는 생각을 잡아매지 않고서, 만일 젊은 여자를 보면 바르게 생각하지 못하고
그 모양에만 집착하여 탐욕(貪欲)의 마음이 일어날 것이다. 탐욕은 그 마음을 태우고 그 몸을 태운다. 몸과 마음이 다 타고나면
계를 버리고 물러간다. 그리하여 그 어리석은 사람은 오랜 세월 동안 이치에 맞지 않는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마땅히 이렇게 공부해야 한다.
'몸을 잘 단속하고 모든 감각기관을 잘 지키며 생각을 잡아매고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자.'
마땅히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60. 묘경(猫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에 어떤 고양이가 목마르고 굶주려 바짝 말랐다. 그 고양이는 구멍에서 쥐새끼를 엿보면서, 만일 쥐새끼가 나오면
잡아먹으리라 하고 생각하였다. 때마침 어떤 쥐새끼가 구멍에서 나와 놀고 있었다. 그 때 그 고양이는 재빨리 그 쥐를 잡아먹었다.
쥐새끼는 몸이 작아서 산 채로 배속에 들어가 고양이의 내장을 갉아먹었다. 내장을 갉아먹을 때에 고양이는 고통을 못 견뎌 동쪽
서쪽으로 미친 듯이 치달리며, 빈집과 무덤 사이에서 어디에 머물러야 할 지를 몰라하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이와 같아서 비구들아, 어떤 어리석은 사람은 마을[村落]을 의지해 살면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 몸을 잘 단속하지 않고 감각기관을 잘 지키지 못한 채 생각도 잡아매지 않고서, 여러 여자들을 보면 바르지 못한 생각을
일으켜, 그 모양에만 집착해 탐욕하는 마음을 낸다. 탐욕이 일어나고 나면 그 탐욕의 불길이 왕성하게 솟아올라 그 몸과 마음을 다
태운다. 몸과 마음을 다 태우고는 치달리는 마음이 미쳐 날뛰어 정사(精舍)를 좋아하지 않고, 텅 비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지
않으며, 나무 밑을 좋아하지 않는다. 악하고 착하지 않은 마음으로 안의 법을 침식(侵食)해서 계(戒)를 버리고 물러간다. 그리하여
그 어리석은 사람은 오랜 세월 동안 항상 요익(饒益)하지 못한 괴로움을 받게 된다.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 몸을 잘 단속하고 모든 감각기관을 잘 지키며 마음을 잡아매고 바른 생각을 가지고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자.'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61. 목저경(木杵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나무 절구공이를 항상 쓰고 잠시도 놓아두지 않으면 밤낮으로 닳아 없어지는 것처럼 비구들아, 만일 사문이나 바라문이
처음부터 감각기관을 닫지 않고 음식의 분량을 알지 못하며, 초저녁이나 새벽에도 깨어 있으면서 훌륭한 법을 부지런히 닦아 익히지
않으면, 그런 무리는 온종일 좋은 법이 자꾸 줄어들기만 하고 늘어나지 않는다. 이를 비유하면 마치 저 나무 절구공이와 같음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비유하면 우발라(優癖)꽃·발담마(鉢曇摩)꽃·구모두(拘牟頭)꽃·분다라(分陀利)꽃이 물 속에서 나서 물 속에서
자라며, 물의 깊이에 따라 자꾸 자라는 것처럼, 이와 같이 사문이나 바라문이 감각기관을 잘 닫고 음식의 분량을 제대로 알며
초저녁이나 새벽에도 늘 깨어있어서 열심히 정근하면 이러한 선근공덕(善根功德)이 밤낮으로 자꾸 늘어나고 자라나서 마침내 물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그런 까닭에 마땅히 이렇게 배워야 한다.
'감각기관을 잘 닫고 음식의 분량을 제대로 알며 초저녁과 새벽에도 늘 깨어 있으면서 열심히 정근하면 공덕과 착한 법은 밤낮으로 자꾸 자라나리라.'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65. 발가리경(跋迦梨經)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발가리(跋迦梨)는 왕사성에 있는 금사정사(金師精舍)에 있었는데, 가는 병에 걸려 괴로워하였으므로 존자 부린니(富隣尼)가 그를 간호하며 공양하고 있었다.
그 때 존자 발가리가 존자 부린니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세존께 찾아가서 나를 위해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편찮으신 곳은 없으시고 괴로운 일도 없으시며 기거는
가볍고 편안하십니까?' 하고 문안인사를 드려주시오. 그리고 또 '지금 발가리는 금사정사에 있는데, 병이 위중하여 자리에 누워
있습니다. 세존을 뵈옵고 싶사오나 병에 시달려 기운이 빠져 나아갈 수 없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시어 이 금사정사로
친히 오셔 주소서'하고 말씀드려 주시오."
그 때 부린니는 발가리의 말을 듣고 세존께 찾아가서 그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 쪽에 물러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발가리는 세존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괴로움은 없으시고 기거는 가벼우시며 편안하게 지내십니까?' 하고 문안드립니다."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그도 편안한가?"
부린니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발가리는 지금 금사정사에 있사온데 병이 위중하여 자리에 누워있습니다. 세존을 뵈옵고자 했사오나 세존께 나아올 기운이 없습니다. 황송하오나 세존께서 그를 가엾이 여기시어 금사정사로 가시옵소서."
그 때 세존께서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러자 부린니는 세존께서 허락하셨음을 알고 발에 예를 올리고 떠나갔다.
그 때 세존께서 새벽에 선정에서 깨시어 금사정사로 가셨다. 그곳에 이르러 발가리가 머무는 방으로 가셨다. 발가리 비구는 멀리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발가리에게 말씀하셨다.
"가만히 있어라. 일어나지 말라."
세존께서 곧 다른 자리에 앉아 발가리에게 말씀하셨다.
"네 마음으로 그 병의 고통을 견뎌낼 수 있겠느냐? 네 병은 더한가, 좀 덜한가?"
발가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의 차마비구수다라(叉摩比丘修多羅)에서 말한 것과 같다.)……세존이시여, 제 몸이 너무도
고통스러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습니다. 칼로 찔러 자살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괴로워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발가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네 뜻을 따라 마음대로 대답하라. 어떤가? 발가리야, 색(色)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냐, 항상 존재할 수 없는 것이냐?"
발가리리가 대답하였다.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다시 물으셨다.
"만약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또 물으셨다.
"발가리야, 만일 영원히 존재할 수도 없고, 또한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 속에서 과연 그 무엇을 탐하고 욕심낼 만한 것이 있겠느냐?"
발가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욕심을 부릴만한 것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수(受)·상(想)·행(行)·식(識)에 대하여서도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발가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 몸에 대해서 탐하고 욕심낼만한 것이 없다면 그것은 훌륭하게 마친 것[終 : 죽음]이요, 뒷세상에도 또한 훌륭할 것이다."
세존께서 발가리를 위해 여러 가지 법을 설해 가르쳐 보이시고 기쁘게 해주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그 날 밤에 존자 발가리는 해탈(解脫)하리라 생각하고, 칼을 잡아 자살을 하려고 하였다.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 때 매우
단정하게 생긴 두 하늘 신이 새벽에 부처님의 처소에 찾아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 쪽에 물러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발가리가 질병으로 고통을 받다가 해탈하리라 생각하고 칼을 잡아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둘째 하늘 신도 말하였다.
"저 존자 발가리는 이미 잘 해탈하였고 해탈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부처님의 발에 함께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 세존께서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대중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젯밤에 몸이 단정하게 생긴 두 하늘 신이 내게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를 갖춘 뒤에 한 쪽에 물러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존자 발가리가 금사정사에서 병으로 고통을 받다가 해탈하리라고 생각하고, 칼을 잡아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또 둘째 하늘 신도 말하였다.
'존자 발가리는 이미 잘 해탈하였고 해탈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세존께서 또 다른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존자 발가리 비구에게 가서 그에게 이렇게 말을 전하라.
'어젯밤에 두 하늘이 내게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린 뒤에 한쪽에 물러서서 내게 말하였다.
'존자 발가리는 병이 위중하여 해탈하리라고 생각하고, 칼을 잡고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또 둘째 하늘 신도 말하였다.
'존자 발가리는 이미 잘 해탈하였고 해탈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은 하늘 신들이 한 말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너에게 말씀하시기를 '네가 그 몸에 대해서 탐욕을 일으키지 않으면 그것은 생을 잘 마치는 것이다. 뒷세상도 또한 좋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금사정사의 발가리가 있는 방으로 갔다.
그 때 발가리가 간호하고 있던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평상[繩床]을 가지고 와서 나를 태워 가지고 같이 들어다가 정사밖에 가져다 놓아라. 내가 칼을 잡고 자살하련다. 오래 살고 싶지 않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방에서 나와 한데서 거닐고 있었다. 부처님의 분부를 받은 비구가 대중들이 머물고 있는 처소를 찾아가서 비구들에게서 물었다.
"여러분, 발가리 비구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발가리 비구는 그를 간호하던 사람을 시켜 평상에 들리어 정사 밖에 나가 칼을 잡고 자살하려고 합니다. 그는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심부름을 간 비구는 곧바로 발가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발가리 비구는 멀리서 심부름을 온 비구가 오는 것을 보고 그를 간호하던 사람에게 말하였다.
"평상을 땅에 내려놓아라. 저 비구가 급히 달려오고 있다. 아마도 세존께서 심부름을 시킨 것 같다."
간호하던 사람은 곧 평상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 때 심부름을 온 비구가 발가리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분부하신 것도 있고, 또 하늘이 말한 것도 있다."
그러자 발가리 비구는 그를 간호하던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를 부축하여 땅에 내려놓아라. 세존의 분부와 하늘 신이 말한 것을 평상 위에서 들을 수는 없다."
간호하던 사람은 곧 발가리를 부축하여 땅에 내려놓았다. 그 때 발가리가 심부름을 온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세존의 분부와 하늘 신이 말한 것을 말해 보시오."
심부름을 온 비구가 말하였다.
"발가리여, 스승께서 너에게 알리는 말이다.
'어젯밤에 두 하늘 신이 내게 와서 말하였다.
(발가리 비구는 질병이 위중하여 해탈하리라 마음먹고, 칼을 잡아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또 둘째 하늘 신도 말하였다.
(존자 발가리는 이미 잘 해탈하였고 해탈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은 하늘 신들이 한 말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너에게 수기(授記)하여 말씀하시기를 '너는 잘 생을 마치는 것이다. 뒷세상도 또한 좋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발가리가 말하였다.
"존자여, 스승께서는 알아야 할 것을 잘 아셨고, 보아야할 것을 잘 보셨다. 저 두 하늘 신도 또한 알아야 할 것을 잘 알았고
보아야 할 것을 잘 보았다. 그런데 나는 오늘 '색(色)은 무상(無常)한 것이다'라고 확신해 의심이 없고,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이라고 확신해 의심이 없다. 또 '만일 무상한 것이요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거기에는 탐하고 욕심 낼
만한 것이 없다'고 확신해 의심이 없다. 수·상·행·식도 또한 그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이 질병의 고통이 여전히 몸을
따르고 있다. 칼로 자살을 하고 싶다.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는 곧 칼을 잡고 자살하였다. 그 때 심부름을 온 비구는 발가리의 시체에 공양을 올린 뒤에, 부처님께 돌아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의 분부를 존자 발가리에게 자세히 전하였습니다. 그는 '스승께서는 알아야 할 것을 잘 아셨고, 보아야할
것을 잘 보셨다. 저 두 하늘 신도 또한 알아야 할 것을 잘 알았고 보아야 할 것을 잘 보았다'고 말하였습니다.……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바로 위의 내용과 같다.)…… 칼을 잡아 자살하였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다 같이 발가리 비구의 시체가 있는 금사정사로 가자."
발가리 비구의 시체를 보니 번뇌를 멀리 여읜 빛이 있었다. 그것을 보시고 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땅에 있는 이 발가리 비구의 시체에서 번뇌를 멀리 여읜 빛이 있는 것을 보았느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발가리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4방을 감도는 그윽한 모습이 보이느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검은 그림자는 악마의 형상이다. 그들은 발가리 선남자의 식신(識神)이 장차 어디에 태어날 것인가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발가리 선남자의 식신은 머무르지 않는다. 칼로써 자살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 그 발가리를 위해 제일기(第一記)91)를 주셨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