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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야43 원문보기 글쓴이: 고야
교토역 앞 버스 정류소에서 나라(奈良)행 버스를 타고
쌩쌩 나라(날아)간다.
토다이지(東大寺) 앞은
왼쪽으로 기념품가게, 식당 등이 있고
특히 센베이(煎餅)가게가 여기 저기 보인다.
그 앞에 사슴들이 진을 치고 관광객을 기다리다가
과자를 사는 사람을 집중적으로 쫓아다닌다.
서로 먹으려다 밀치고 들이받고 하는 모양이다.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주의하시라는 입간판이 보인다.
밀고 물고 돌진하고 들이받는다니
잘못하면 먹이 주고 받칠 수도 있다.
먹이를 사지 않고 가까이 가지도 않으면 안전하겠지만 말이다.
마침 이곳은 도착하자마자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해
털이 비에 젖어 후줄근한 사슴에게 더더욱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이곳 나라공원(奈良公園)의 사슴은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
8세기 경의 권력자인
후지와라(藤原)가문의 조상신과 관련된 사슴을
신성시 하면서부터
사슴 방목이 유래되었다 한다.
♣ 토다이지(東大寺)
사슴과 함께 토다이지의 정문을 드나들다가
매표소를 지나면서부터 사슴이 자취를 감춘다.
그러니까 동대사 경내에는 사슴 출입금지다.
토다이지는
나라시대(奈良時代; 710~794, 일본 역사에서 나라에 수도가 있었던 시대)에
쇼무천황(聖武天皇)의 발원(發願)에 의해
천하태평(天下泰平), 만민풍락(万民豊樂)을 기원하는
도장으로서 창건되었다.
토다이지는
세계 최대의 청동대불(높이 15m, 무게 380톤)과
너비 57m, 높이48m인 세계 최대의 목조건물인
본당 다이부츠덴,(大仏殿)으로 유명하다.
본당을 들어서면
정면에 우뚝 솟은 대불의 위용이 대단하다.
단체로 참배를 와서 대불 앞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유치원생들의 고사리 손이 숙연함을 더한다.
청동대불 오른쪽 기둥 밑에는
작은 구멍이 나 있었는데
이 구멍을 빠져나오면
액운을 막아준다 해서
여러 사람들이 줄 서서 구멍을 통과하고 있었다.
몸집이 큰 서양 아줌마의 구멍통과에 박장대소가 일어난다.
토다이지의 유명한 축제가 오미즈토리(お水取り)이다.
이 축제는
東大寺의 이월당(二月堂)에서
3월 13일에 하는 행사이다.
새벽 2시경에
당집 옆 우물에서
1년 동안 불단(佛壇)에 올릴 물을 긷고,
큰 횟불을 밝혀 당집을 돈다.
이 물을 마시면 병이 낫는다고 한다.
(일본어 사전)
절을 내려오는 길에
이월당 옆을 지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는데
사전 조사를 하지 않아
주의 깊게 보지 못 한 것이 아쉽다.
토다이지뮤지엄(東大寺ミュージアム)에 와서
동영상을 보고서야
이런 게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다음 행선지는
호류지(法隆寺)인데
나라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버스 정류소에 도착한 시간은 12시가 넘었다.
배가 좀 고프다.
일본의 버스 정류소에는
행선지 별로 시간표가 게시되어 있고
거의 시간을 지켜 운행한다.
호류지행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 임박해
점심은
호류지 도착하자마자 먹기로 했다.
버스 정류소 건너편의
스시(초밥)집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기모노를 입고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두 여인의 모습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 시간이 제법 길다.
호류지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바로 옆에 식당이 있어 들어갔다.
각자 주문한 음식을 먹는다.
나는
정식과 생맥주를 주문했는데
환상적이었다.
특히 생맥주(기린) 맛이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맛있었다(おいしい).
갑자기
국내 TV [먹방] 리포터의 말이 생각났다.
‘할아버지, 이 음식 어떻게 먹어야 맛있어요?”
“시장하면 다 맛있는 거야”
사실 점심식사가 거의 2시 가까이에서 시작되었다.
* 버스터미널 옆의 식당
♣ 호류지(法隆寺)
호류지는
아스카(飛鳥)시대(6세기 중엽~8세기 초)의 모습을
오늘날에 전해주는 사찰로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93년 일본 문화재 최초로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요메이(用命)천황이
자신의 병을 치유하기 위하여
절과 불상을 건립하도록 명령했으나,
사후(死後)
스이코(推古)천황과
쇼토쿠(聖徳)태자가
요메이 천황의 유언을 받들어
607년(推古15년)에
절과 본존’인 약사여래상을 건립했다.
호류지와의 첫 만남은 정문인
난다이몬(南大門).
1438년에 재건된
호류지의 현관인 남대문은
우리의 남대문과는 많이 다르지만
이름 때문에 괜한 친근감을 갖는다.
* 남대문
남대문에서 150m 가량 떨어진 곳에
양 옆으로 회랑(廻廊)을 거느린 주몬(中門)이 나온다.
이 안쪽이 호류지의 사이인가람(西院伽藍)이다.
금당(金堂)은
쇼토쿠(聖德)태자를 위한 금동 석가 삼존상,
태자의 부왕인 요메이(用明)천황을 위한 금동 약사여래좌상,
자당인 하시히토황후를 위한 아미타여래좌상이
건조되어 있다.
금당의 벽화가
고구려 승려 담징의 그림이라는 설이 있으나
1949년 소실되었고
지금은 모조벽화로 대신하고 있다.
고주노토(五重塔)은
석존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한 탑으로
스투파(卒塔婆)라고도 불린다.
탑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다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수염이 덥수룩한 영감이
1층 지붕 네 귀퉁이를 떠받치고 있었다.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벌을 받고 있을까?
궁금했지만 설명을 듣지 못했고
대신 전등사의 나부상이 떠올랐다.
강화도 전등사(傳燈寺)
대웅전 중수를 맡은 도편수가
달아난 여인에 대한 배반감으로 조각했다는
지붕을 받들고 있는 나부상(裸婦像).
많이 닮았다.
* 대강당에서 본 금당, 중문, 5중탑
다음으로 간
대보장원(大宝蔵院)의 중심은
구다라(百済)관음당이다.
이곳에 안치된 구다라관음상은
8등신의 날씬한 몸매와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비가 넘치는 표정으로
일본 불교미술을 대표하는 불상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정원처럼,
아름다움이
여기 저기서
즐거움을 준다.
도인가람(東院伽藍)으로 가본다.
이곳의 주요 건물은
유메도노(夢殿)불당이다.
팔각형 불당 중앙의 감실에는
쇼토쿠(聖德)태자 실물 크기의
비불구세(秘佛救世)관음상을 안치했다 한다.
열심히 들여다 보았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호류지는 크게
사이인가람(西院伽藍),
대보장원(大宝蔵院),
도인가람(東院伽藍)의
셋으로 구분되고 입장료도 각각 받지만
일괄하여 1000엔을 내면 된다.
내부에 나라시대의 범종이 있는
하카마고시(袴腰;부채꼴 모양)라고 불리는
도인종각을 뒤로 하고
나라시내로 나온다.
* 구세관음상을 어둠속에서 열심히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오른쪽 사진은 옆 건물 벽에 걸린 사진을 촬영한 구세관음상
* 도인종각
호류지의 담과 마주한
나라의 거리는
일본을 흠뻑 느끼게 한다.
깨끗하고
공기 좋고
우리의 시골 같은
그리고
인심도 좋을 것 같은
그런 마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택가 한 가운데에
치과병원이 있어 인상적이었다.
나카니시치과(中西齒科)는
우리의 최 치과, 이 치과,
뭐, 그런 식이다.
일본인들의 치열이 고르지 못하더니
병원이 아예 주택가 깊숙이 들어와
관리를 하는구나 싶다.
돌아오는 길에
통나무고분(藤の木古墳)을
잠시 들러 보기도 했으나
외형은 우리의 고분과 별 다름이 없다.
그러나, 역사적 배경은 잘 모르겠다.
여기서부터 상당한 거리에 있는
JR 호류지역까지 걸었다.
전철로 교토에 다시 돌아왔다.
내일은
교토 키요미즈테라(清水寺)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