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상 7:1-12
찬송가 455장 ‘주님의 마음을 본받는 자’
열왕기상 6장에서 하나님을 위한 성전 건축에 대한 내용을 설명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갑자기 솔로몬의 왕궁 건축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문맥의 흐름으로 볼 때 성전 도구들과 치장에 대해서 이어져야 할 것 같지만 뜬금 없이 솔로몬의 왕궁 건축 내용이 나온 것입니다.
본문을 살펴보기 전에 여호와의 성전과 솔로몬 왕궁에 대한 극명한 대비가 나타납니다. 열왕기상 6장 38절에는 솔로몬이 칠 년 동안 성전을 건축했다고 기록되어 있고, 오늘 본문 7장 1절에 왕궁의 건축 기간은 무려 십삼 년이기에 성전 건축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기간을 들여 자신의 왕궁을 지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두 배나 되는 시간을 쓴 것은 그만큼 솔로몬의 마음이 성전 건축보다 자신이 거주할 왕궁에 마음이 기울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도 자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몸과 마음을 집중하고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솔로몬 왕궁은 그저 시간만 많이 투자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2) 그가 레바논 나무로 왕궁을 지었으니 길이가 백 규빗이요 너비가 오십 규빗이요 높이가 삼십 규빗이라 백향목 기둥이 네 줄이요 기둥 위에 백향목 들보가 있으며
솔로몬 왕궁의 크기는 길이 100규빗(45.6m), 너비 50규빗(22.8m), 높이 30규빗(13.68m)입니다. 이를 성전의 크기와 비교하면 성전의 길이가 60규빗, 너비가 20규빗이기에 왕궁은 성전과 비교하면 4.2배 크게 지어졌습니다. 이미 성전과 왕궁의 크기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건축 기간도 당연하게 왕궁이 두 배 정도 오래 걸린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당시 건축할 때 최고급 목재였던 백향목을 사용하였고, 얼마나 많은 백향목을 사용하였는지 새번역 성경에서는 본문 2절의 왕궁을 ‘레바논 수풀 궁’이라고 표현합니다.
솔로몬 왕궁은 다섯 개의 주요 건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6) 또 기둥을 세워 주랑을 지었으니 길이가 오십 규빗이요 너비가 삼십 규빗이며 또 기둥 앞에 한 주랑이 있고 또 그 앞에 기둥과 섬돌이 있으며
먼저 레바논 나무로 지은 큰 본체가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주랑이 있는데, 주랑은 주 건물 본관에 연이어 있는 기둥들로 벽이 없는 복도를 의미합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현관이나 입구로 볼 수 있습니다. 주랑의 크기는 너비가 30규빗(13.68m), 길이가 50규빗(22.8m)입니다. 기둥 앞에는 섬돌이 있는데, 섬돌은 ‘돌층계’라기보다 ‘차양’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어서 지속적으로 주요 건물들이 나열됩니다.
(7) 또 심판하기 위하여 보좌의 주랑 곧 재판하는 주랑을 짓고 온 마루를 백향목으로 덮었고
세 번째로는 심판하기 위한 보좌의 주랑, 재판하는 주랑이 있습니다. 당시 왕이 감당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 중에 하나는 재판입니다. 이미 솔로몬은 열왕기상 3장에서 재판을 통해 하나님이 주신 지혜를 널리 전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솔로몬이 기브온에서 일천 번제를 드린 후에 기도드릴 때도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하였듯 그에게 있어 재판하는 주랑은 매우 중요한 장소였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건축물이 등장합니다.
(8) 솔로몬이 거처할 왕궁은 그 주랑 뒤 다른 뜰에 있으니 그 양식이 동일하며 솔로몬이 또 그가 장가 든 바로의 딸을 위하여 집을 지었는데 이 주랑과 같더라
네 번째로는 솔로몬이 거처할 왕궁인데, 2절에서 레바논 나무로 지은 왕궁이 ‘집무실’이라면 8절의 왕궁은 ‘관저’입니다. 솔로몬이 거처할 왕궁도 다른 건물의 건축 양식을 따라 비슷하게 지었습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바로의 딸을 위한 집입니다. 열왕기상 3장 1절을 보면 솔로몬이 애굽의 왕 바로와 더불어 혼인 관계를 맺었습니다. 왕궁을 지을 때 바로의 딸을 위해 특별하게 집을 지어 준 것을 보면 솔로몬의 여러 부인 중에서 바로의 딸이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아 지혜를 구했던 솔로몬의 모습은 점점 희미해지고, 하나님의 주권보다 세상의 권력을 의존했던 솔로몬의 왕국이 기울어지는 것을 암시합니다.
본문은 다섯 개의 주요 건물들을 건축할 때 사용한 재료들도 설명합니다.
(9-10) 이 집들은 안팎을 모두 귀하고 다듬은 돌로 지었으니 크기대로 톱으로 켠 것이라 그 초석에서 처마까지와 외면에서 큰 뜰에 이르기까지 다 그러하니 그 초석은 귀하고 큰 돌 곧 십 규빗 되는 돌과 여덟 규빗 되는 돌이라
솔로몬의 왕궁을 지을 때 사용한 돌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돌이 아니라 모두 귀한 것들을 사용하였고, 왕궁의 기초석은 성전의 기초석과 같은 10규빗과 8규빗의 크기이며 기초석들은 각 크기에 따라 매우 정교하게 톱으로 다듬어졌습니다. 매우 귀한 돌들과 더불어 솔로몬 왕궁에 대한 평가로 오늘 본문은 마무리 됩니다.
(11-12) 그 위에는 크기대로 다듬은 귀한 돌도 있고 백향목도 있으며 또 큰 뜰 주위에는 다듬은 돌 세 켜와 백향목 두꺼운 판자 한 켜를 놓았으니 마치 여호와의 성전 안뜰과 주랑에 놓은 것 같더라
귀한 돌과 더불어, 앞서 솔로몬 왕궁 건축에 가장 많이 사용된 최고급 백향목도 있습니다. 솔로몬의 왕궁이 얼마나 좋았던지 그 비교대상이 여호와의 성전 안뜰과 주랑에 놓은 것과 같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솔로몬의 왕궁에 대해 긍정이나 부정을 하기보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문을 통해서 우리는 솔로몬과 그리고 솔로몬의 모습을 바라보는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해야 합니다. 솔로몬은 여호와의 성전을 칠 년 동안 지었지만 자신의 왕궁을 위해서는 두 배 정도 해당하는 십삼 년 동안 건축에 힘을 쏟았습니다. 여호와의 성전보다 4배나 더 크게, 그리고 건축 기간도 두 배 이상이 걸렸다면 이미 솔로몬의 마음이 어느 곳으로 향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분명 솔로몬이 처음 왕이 되었을 때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꿈에 나타나 원하는 것을 들어주시려 하실 때 자신을 위해 부와 장수를 위해 구하지 않고, 오직 송사를 듣고 분별하는 지혜를 구하여서 하나님의 마음에 흡족했던 대답을 했을 정도로 신실한 신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가 자신의 왕궁을 지을 때는 하나님이 주신 지혜가 아니라 그의 화려한 궁전과 재력만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엇이 솔로몬을 이렇게 타락하게 만들었습니까? 신명기 17장 17절에는 이렇게 증거합니다.
(신명기 17:17) 그에게 아내를 많이 두어 그의 마음이 미혹되게 하지 말 것이며 자기를 위하여 은금을 많이 쌓지 말 것이니라
신명기의 말씀은 마치 솔로몬을 염두하고 기록된 말씀 같습니다. 솔로몬은 신명기 말씀과 정 반대로 살아왔습니다. 열왕기상 11장 3절에 보면 솔로몬은 후궁이 칠백 명이요, 첩이 삼백 명이었습니다. 또한 매우 강성했던 나라였기에 그에게는 수많은 은금이 쌓고도 남을 정도로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솔로몬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재물들과 아내들은 그가 타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말씀을 우리에게 적용해 보면 혹시 우리가 꿈꾸고 있는 것이 솔로몬의 풍요로운 삶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솔로몬은 자신을 위한 왕궁을 성전보다도 크게 지으면서도 그것이 자기 소리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솔로몬이 올바른 분별력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었다면 왕궁의 크기보다 더 크게 성전을 지었을 것이며, 주님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재산을 쌓고, 수많은 아내를 두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섬기려고 노력했을 것입니다.
혹시 우리도 세속적 가치관을 따라 가면서 귀중한 인생을 흘려 보내고 있지는 않습니까? 야고보서 1장 15절에 보면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고 증거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따라 살아가야 하겠습니까? 우리는 물질에 이끌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과 동행하며 말씀을 기초 삼고 살아가야 합니다. 솔로몬이 성전보다 왕궁을 크게 지은 것은 단지 성경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삶에도 하나님 보다 내 삶에 더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솔로몬과 같은 모습입니다. 하나님보다 더 우선순위가 앞서는 것이 있다면 그것 모두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솔로몬과 같은 모습입니다.
내 삶에 물질이 하나님 보다 앞서고 있지 않습니까? 내 삶에 세속적 가치관과 욕망들이 나를 지배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혹은 세상적인 성공과 권력들이 내가 간절히 추구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러한 모습 속에 있다면 왕궁을 성전보다 크게 건축하고, 최고급 재료를 사용하여 자신의 왕궁을 지었던 솔로몬의 모습이 내 모습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실 때 무엇보다 주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시고, 욕심과 욕망이 아닌 하나님을 목적삼고 살아야만 합니다. 우리의 몸은 하나님이 주신 귀한 선물이며 하나님이 거하실 성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내 삶에 왕궁을 꾸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성전 된 우리의 삶이 더욱 견고히, 그리고 아름답게 꾸며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내 몸이 나만의 왕궁이 될지, 하나님이 거하실 성전이 될지는 우리의 삶을 통해서 만들어 지게 됩니다.
오늘 하루 우리의 몸이 주님의 성전이 되기를 소망하며 주어진 하루를 신실하게 말씀대로 살아가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기 도
하나님, 솔로몬은 하나님이 주신 지혜를 받았으나 그도 결국 많은 아내와 많은 재물들을 축적하면서 하나님의 성전보다 자신의 왕궁을 훨씬 더 크게 지으며 욕망에 넘어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우리도 하나님을 섬기겠노라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왕궁을 더 크게 짓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바라기는 우리가 세속적 가치관을 따르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주님을 높이는 삶을 살아가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오늘도 함께하여 주실 것을 믿으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솔로몬이 여호와의 성전을 건축했던 기간과 자신의 왕궁을 건축했던 기간은 각각 얼마나 걸렸습니까?
2. 솔로몬 왕궁은 최고급 재료인 백향목으로 지어졌습니다. 내 삶에서 가장 최고의 것으로 치장하거나 꾸미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3. 솔로몬 왕궁의 주요 건물 중 하나는 바로의 딸을 위한 집이었습니다. 내 삶에서 특별대우를 하면서 받들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묵상해 봅시다.
4. 내 삶에 가장 큰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1-5위를 적어봅시다.
(작성: 김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