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양주를 놓아두는 사람 가운데 위스키나 브랜디를 뉘어 놓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와인만은 세워놓으면 코르크 마개가 수축하여 틈이 벌어지고 바깥 공기를 흡수하게 되지요. 그것은 뉘어 놓았을 때의 30배 정도의 공기 교류가 있어서 공기 중에 있는 산소가 와인을 산화시키면서 술이 점점 시어집니다. 더러는 외부의 균이 들어와 와인을 부패시킬 때도 있지요.
코르크를 와인 병마개로 쓰기 시작한 것은 1600년대입니다. 그 전에는 단지나 병에 넣은 다음 그 위에 기름을 띄워서 공기를 차단하거나 헝겊을 병마개처럼 병 주둥이에 틀어막은 다음 초를 흘려 밀봉하는 방법으로 와인 맛을 보존했다고 하지요.
와인의 향기와 맛을 오래도록 보존해 주는 코르크 마개는 너도밤나무과(科)의 코르크나무에서 얻어진것인데요. 코르크 나무는 주로 포루투칼이나 스페인, 알제리 등 지중해 산(産)을 최고로 칩니다. 나무의 평균 수명은 100∼500년 정도인데 보통 20년 이상 자라면 표피를 벗겨내 마개를 만들 수 있지요. 매년 새로운 코르크층이 형성되므로 이미 한차례 코르크를 채취하였더라도 8∼9년이 지나면 다시 껍질을 벗길 수 있답니다.
채취한 껍질은 끓는 물에 삶아 단단한 외피층을 제거한 다음 차고 어두운 창고에서 수개월 동안 건조 시켜야 합니다. 끓은 물에 삶는 이유는 살균뿐만 아니라 삶는 동안 수액과 탄닌산이 빠져서 코르크의 신축성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지요.
1600년대 이후 수 백년간 코르크가 최고의 병마개로 각광받게 된 것은 그 뛰어난 단열효과, 스스로 뷔페하지 않은 성질, 강한 신축성에 있는데요. 이러한 코르크의 위력은 조직의 조밀성에 숨어 있습니다. 1입방인치의 코르크 속에는 2억개의 세포들이 각각 수지막(樹肢膜)에 쌓인 채 밀집되어 있지요. 게다가 부피의 절반이 공기로 차 있어 매우 가볍고, 강한 압박을 받은 후에도 그 압박이 제거되면 곧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답니다.
따라서 와인의 코르크 마개는 따기 전이나 딴 후에도 크기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이지요.